우리말 출간중
묵직한 두께의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키워드는, 1,2권이 본격추리였다면 3권은 '기괴환상'이다. 미스터리에 더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기괴 환상이란 말에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말자. 탐미적이며 변태적이기까지 한 쾌락을 좇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뜻밖의 뒤집기도 있고,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변격 미스터리의 맛은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쾌락만을 좇다가 99명을 살해한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붉은 방'이 3권의 스타트를 장식한다. 짧은 단편 안에 엽기적인 내용과 막판 뒤집기를 적절하게 구사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스와핑이 떠오르는 '복면 무도회', 새로운 쾌락을 위해 아내를 속이려고 1인 2역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 '1인 2역', 쌍둥이 동생의 범죄 고백록 '쌍생아' 등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들, 특히 착장된 시기를 감안하면 특히 더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선사한다.
그러나 걔중에는 미완의 작품 두 편도 수록되었다 '공기남'과 '악령'이 그것인데, 전자는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뒷 이야기를 계속 집필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후자는 시작은 좋았지만 진행할 수록 마음에 들지 않아 독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작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3권의 키워드는 '기괴 환상'이라고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등 다채롭다. 미스터리 하나에만 얽매이지 않는 독자이며, 아직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 작품을 제대로 접해보지 않았다면 그 원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가격대 성능비로도 매우 좋은 책이다. 추천작!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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