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6일 월요일

세일러 복과 기관총 - 아카가와 지로

1981년 각천서점
2009년 우리말

<세일러 복과 기관총>은 일본 미스터리계의 공장장이라고 불리우는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 히트작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마도 뭐라더라 마나미가 주인공 역을 맡았던 동명의 드라마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는 솔직히 유치뽕짝해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완성도였는데 - 특히 연기력이 - 소설이 원래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소설이 우리말로 소리소문 없이 나왔길래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봤는데, 딱히 기억나질 않네요. OTL 그만큼 인상적인 내용은 아니었다라는 반증이겠지만요.

아무튼 여고생 주인공 '호시 이즈미' 앞에, 어느날 갑자기 야쿠자가 찾아와서 다음 오야붕은 아가씨 당신입니다~ 라면서 시작하는 내용은 어찌보면 '라이트노벨'에 딱 들어갈만한 도입부에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즈미를 따라다니는 똘마니(?) 남학생 세 명이 나오고, 야쿠자 사무실은 다 쓰러져가고, 아버지는 어이없게 돌아가시죠. 그러나 아버지가 사실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는 형사의 등장으로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즈미와 부하(...) 기관총 세례를 받으면서 우당탕탕 소동극의 본격적인 시작이죠.

아카가와 지로 소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 대표작입니다. 가볍게 읽기 좋은 딱 적당한 분량. 쓸데없는 구구절절한 묘사나 설명보다는 대사로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지만 뭔가 2%, 아니 20%는 부족한 느낌의 애매한 미스터리 구조 등. 작가의 이런 특성은 그후로도 계속됩니다. 아니 더 악화되가죠. 아카가와 지로의 최근작, 이라고 해도 2000년대 초반 작품이지만 그나마 짧았던 문장이 더 짧아졌더군요.

예전에도 했던 말인 듯 하지만, 제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지금도(가끔이지만) 읽는 이유는, 아카가와 지로 소설은 제 일본어 실력이 완벽하다는 착각을 선물해주는 흔치않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있는데, 약간의 기대도 금물입니다. 아주 없는 것 보다는 낫긴 합니다만, 만족스럽지 못한 완성도임에는 변함없습니다. 예전에 읽은 거라 평점을 어떻게 줘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뭐 초기 제 일본어 독해 향상을 위해 애써준 아카가와 지로 소설을 감안해서 좀 후하게 주기로 했습니다.

평점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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