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5일 토요일

크리스마스 로즈의 살인 - 시바타 요시키



2003년 하라쇼보
2006년 쇼덴샤 문고판

<크리스마스 로즈의 살인>은 하라쇼보에서 발간한 <미스터리 리그>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추리소설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오리지널이 아니라 2001년도에 쇼덴샤 문고판으로만 발간됐던 이란 미스터리의 속편이더군요. 전작은 V빌리지 (뱀파이어 마을)이란 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였는데, 후속편도 속편답게 '흡혈귀'가 등장하는 탐정물입니다.

'다치바나 메구(女)'라는 사립탐정은, V빌리지에서 정부의 승인하에 합법적으로 인간 세계에서 생활을 하는 흡혈귀입니다. 같은 마을 출신의 '이토이'는 경시청에 들어간 뱀파이어고, 역시 동향인 '타로'라는 청년(?)은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별로 팔리지 않는 작가라 메구 밑에서 알바로 용돈벌이를 하는 흡혈귀죠. 이렇게 흡혈귀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본 미스터리의 기본 조건입니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뱀파이어 답게 변신도 하죠. 이토이는 검은 고양이로, 타로는 박쥐로 변합니다.

아무튼 소설은 사립탐정 메구가 출장중에 마누라가 바람 피는 것 같으니 알아봐달라는 조사를 맡아서 아내를 감시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 아사코는 평범한 주부답게 집안일을 하고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나 싶지만, 2층 창문이 계속 열려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 싶어 집안을 들여다봤더니, 한국으로 출장갔다던 남편 히로시가 목욕탕 안에 시체로 나뒹굴고 있죠. 게다가 집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아내 아사코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맙니다. 메구와 타로가 망을 망원경으로 감시하는 동안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도 없고, 나간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집안에서 죽어있고, 아내는 실종......이렇게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되고, 여기에 혼자사는 여성이 습격당해 죽고 그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로즈가 흩어진 연쇄살인사건이 연결됩니다.

설정은 판타지합니다만, 기본 골격은 본격지향입니다. 다만 그 본격 안에 뱀파이어에 관한 지식(불사,은,십자가,마늘,변신 등등)을 넣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안 그럼 절대 추리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본 노선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초능력 시리즈>와 궤를 같이 하는 미스터리라고 보면 딱 맞습니다. 다만, 시바타 요시키의 <흡혈귀 탐정 시리즈>가 <초능력 시리즈>와 다른 점은 전자는 방법을 판타지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후자는 방법은 초능력이지만 '이유'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면이 재미의 핵심입니다만, 전자는 재미의 핵심이 '방법'이면서 그 '방법'을 '판타지'에 의존해버리고 마는 우를 범합니다. 그래서 본격 아닌 본격이 되버립니다. 초반에는 대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근두근 했지만, 막상 실상은 너무 판타지에 의존해버려서 안타깝더군요. 시도는 좋았지만 저는 실패작이라고 봅니다. <미스터리 리그>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지 않은 완성도라서 실망도 큽니다.

여담) 가벼운 하드 보일드 + 코지 + 본격추리 띠지 광고 문구는 전형적인 과장광고였습니다.

평점 2 / 10

2009년 7월 23일 목요일

해한가5~가면무도회(하) - 나승규



2009년 시드노벨

4,5권 상,하 구성으로 급작스런 결말을 맞은 <해한가 시리즈>
알고보니 작가 군입대 문제가 걸렸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의 군입대.
일단 여기서 제일 궁금했던 건, 작가가 생각한 <해한가 시리즈>의 결말은 4,5권의 내용이 맞을 거라는 것은 알겠는데, 3권과 4권 사이의 공백을 메울 여지가 있었나 없었나 하는 것이다. 일단 나는 4권의 급전개는 개인적으로 위화감 보다는 반전이라는 생각으로 판단하고 나름 재밌게 받아들인 독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5권의 직구는 보기 껄끄러웠다. 해한가가 구원을 받아야 이야기 결말이 나는 것은 알겠고, 바보에게는 은유와 비유보다는 대놓고 너 QT거든~ 알겠니? 라고 외쳐주는 편이 알기 쉽다는 것도 알겠는데, 이걸 픽션이라는 허구 속에서 캐릭터의 입을 빌어 까발리는 수준의 외침으로 듣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했다. 왜 불편했을까? 얼치기 철학 논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을까? 이유는 작중에서 해한가의 구원과 관련된 '진실 게임'에 있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5권의 내용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해한가 시리즈>는 교육도서가 아니지 않은가? 엔터테인먼트다. 그러려면 재미가 우선해야하고 그 안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5권은 긴장감 넘치는 술래잡기와 진실 게임을 통해 야금 야금 작가가 하고픈 말을 뱉는 편이 재미+감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술래잡기와 진실게임은 상당히 맥빠진 구성이었다. 2권과 3권에서 재치있게 보여주던 미스터리 플롯을 이런데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작가의 실수다. 퍼즐같은 정합성이 아니더라도 극적 긴장감을 자아낼 플롯을 충분히 꾸밀 수 있는 실력이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작가 스스로 원하던 바였을까? 아무튼 채민이의 말처럼 결론까지 가면서 '말이 너무 많았다'.

작가 후기를 보니 중간에 날려먹은(?)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무슨 내용이었을까?

평점 4 / 10

2009년 7월 22일 수요일

꽃미궁,비취미궁 - 카미야 유우



2003년 백천사 문고판

<꽃미궁-비취미궁>은 통칭 <미궁 시리즈> 또는 <교 & 잇페 시리즈> 첫 작입니다. 원래는 단행본 2권짜리를 하나로 묶은 것이라 제목이 두 개가 됐습니다. 앞으로는 편의상 '미궁 시리즈'로 통일하겠습니다. (국내에는 '미궁 시리즈'로 소개됐습니다.)

-꽃미궁~벚꽃저택의 살인~
교와 잇페가 첫 등장하는 데뷔 단편입니다. 당시 만화가 가미야 유는 팔리지 않는 작가였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미스터리 단편 하나 그려달라는 <하나또유메> 편집부측 요구로 탄생한 것이 본 단편입니다. 부동산의 실수로 같은 방에 살게된 잇페와 교. 잇페는 법학부 1학년이고 교는 의학부 1학년입니다. 잇페는 사유리라는 여고생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데, 사유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교와 함께 분향하러 갑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사유리의 아버지를 위한다면서 사유리의 어머니 이사코는 며칠후 사유리의 열 다섯번째 생일파티를 열 거라고 하면서 잇페와 교를 초대하죠. 그리고 생일파티 당일, 사유리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딸에게 미리 보낸 편지가 도착하고, 편지의 내용대로 지하실로 내려간 사유리는 안에 설치된 석궁의 화살을 맞고 즉사합니다. 그리고 교는 제2발견자가 되어 사건에 개입하게 되죠. 이른바 밀실 살인입니다.

'아야노코지 교'라는 캐릭터의 숨겨진 과거사와 연결된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와트슨 역인 잇페와 홈즈 역인 교, 그리고 성격도 천지차이인 두 캐릭터의 조율도 좋습니다. 그냥 단편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운 캐릭터들이죠. 그래서 그런지 반년 후에 후속편이 연재됩니다.

-선홍색 귀면
미궁 시리즈 두 번째 단편입니다. 이 때만해도 작가는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느닷없이 교가 장발로 등장하고, 시간도 훌쩍 흘러서 교는 전공의가 되있고, 잇페는 신문사에 취직했다는 설정입니다.

교와 같은 병원에 있는 외과 전공의 선배 '오미'의 집에서 벌어지는 연쇄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밀실과 소실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여기에 '금단'의 사랑까지 연결해서 제법 맛깔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결말 처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해피하지만 해피하지 않은 단편 다운 적당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비취미궁~용호반의 살인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문고판 1권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비취미궁입니다.
이제 슬슬 시리즈물 답게 변모합니다. 첫 단편에서 드러났던 교의 출생과 과거 - 당시에는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는 해도 - 를 좀 더 활용한 단편입니다. 현재 교의 후원자인 암즈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교는 잇페를 청해서 영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암즈 씨의 유언장이 발표됩니다. 거기에는 교와 암즈 씨의 손녀 메어리가 결혼하라는 내용과 함께 공룡화석 발굴에 매진하던 씨의 가장 중요한 지하연구실 일체를 교에게 유산으로 준다고 하죠. 여기에 반발하는 암즈 씨 가족. 교는 여기서도 '불청객'이 됩니다. 어째서 교가 암즈 씨의 후원을 받게 됐는지, 암즈 씨의 부인의 실종, 호수에서 등장한 공룡과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메어리의 남자친구까지 다채롭게 연결됩니다.

교와 잇페 캐릭터가 완전히 정립된 단편이 '비취미궁'입니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잇페는 일부러 적을 만드는 교를 언제나 믿어주고,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깔보는 자기애가 강한 교는 이기적인 듯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 두 남자 캐릭터는 BL(보이즈 러브, 동성애)물과 유사한 듯 하면서 닮지 않은 형태입니다. 우정 이상, 사랑 미만 정도의 평행선을 그리는 두 캐릭터 덕분에 <미궁 시리즈>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 밖에도 문고판 1권에는 다시 장발의 교 - 작가는 패러럴 월드로 봐달라고 하면서 부끄러워 하더군요. - 가 등장하는 단편과 작가의 초기 단편 두 개가 더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90년대 초반인지라 그림도 덜 완성되어서 보는 맛은 좀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 2000년대 그림과는 좀 다르죠 - <소년탐정 김전일>과 비슷한 시기에 순정만화지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미스터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재밌을 겁니다. (미궁시리즈 첫 단편 연재는 1991년, 김전일 첫 연재는 1992년입니다. 1982년부터 2001년까지 미궁시리즈와 같은 잡지에 연재된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 <퍼즐게임 하이스쿨>이 두 작품보다 약 10년은 앞서긴 하지만요.)

여담) 현재(2009년 시점) 미궁 시리즈는 일반 단행본으로 34권(2007년발간)까지 나왔고, 문고판은 13권(2009년발간)까지 나왔습니다.

여담) 우리말 버전은 학산문화사에서 나왔습니다.

평점 6 / 10

해한가4~가면무도회(상) - 나승규



2009년 시드노벨

호불호가 갈리던 시리즈 <해한가>도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는 4,5권이 한세트이면서 '완결편'입니다. 부제는 '가면무도회'

'샴발라'라는 섬에 초대된 해한가 일행은 그곳에서 가면무도회에 참가합니다. 하지만 악마의 난입으로 사태는 급진전. 그동안 해한가 일행이 했던 구원은 의미없는 구원이 되버리고, 해한가는 지상에서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유일하게 해한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던 '채민'은 이제 스스로 일어나서 사건의 진상을 캐기 시작합니다. 가면무도회 주최자의 뜻과는 반대로요.

원래 좋고 싫음이 갈리는 소설이지만, 4권에서 그 폭이 더욱 커저벼렸습니다. 3권까지 있었던 구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 등장해서 해피엔딩이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기존의 구원에 안도해있던 독자의 뒷통수를 도끼로 찍어버립니다. 당연히 기분이 나쁘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3권까지 읽으면서 뭔가 정합성에 부합되지 않는 논리와 읽고 나서 생기는 찜찜함은 전부 그걸 위한 복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작가의 노림수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정말 거기까지 생각한 창작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잽싸게 마무리하기위한 방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자쪽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사실 4권의 단점이라면 일단 4권 말마에 밝혀지는 주최자의 정체입니다. 이건 전체적인 구상의 문제이지 아무리 미스 디렉션을 심고 잘 포장한다고 해도 어차피 드러나야할 진상이 마찬가지라면 큰 변화가 없는 문제거든요. 이렇게 하기 위해선 기존에 있던 구원의 행적을 좀 더 묘사할 필요가 있고, 그 구원이 감동적이면 감동적일 수록 그 효과는 극대화 될텐데요, 구원이라고 해봤자 겨우 3권까지 나온 것 뿐인지라 4권의 마지막은 효과적인 연출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급'전개라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기반이 좀 더 탄탄했다면 멋진 반전이 되었겠지만요.

<해한가>는 개인적으로 7-8권 정도에서 완결이 났어야 할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의 1-5권이 아니라 출간 순서도 좀 조절해서 미스터리 기법을 좀 더 도입하는 것도 좋겠고요. 이미 완결난 시리즈에 이런 말을 해봤자 무의미한 일이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큰 시리즈라서 그런가 봅니다.

평점 6 / 10

2009년 7월 21일 화요일

한쪽 귀 토끼 - 오사키 고즈에



2007년 고분샤
2009년 우리말

한쪽 귀 토끼를 조심해라.
집에 들이지 마라.
들이면 사람이 죽는다!

<한쪽 귀 토끼>는 <배달 빨간두건>으로 2006년에 데뷔한 오사키 고즈에의 4번째 작품에 해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데뷔작이 우리말로 먼저 소개되었으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이쪽이 먼저 나와버렸더군요.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인 '구라나미 나쓰'라는 소녀입니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산이 도산해버리는 바람에 도쿄 인근에서 살던 맨션을 처분하고 아버지 고향으로 일가족이 같이 내려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사는 집은 '엄청나게' 거대한 고풍스런 전통가옥이었죠. (책 초반에 그림에도 나옵니다만) 방도 많고, 거기에는 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에 큰아버지등 나쓰 가족은 거기에 얹혀사는 형국이 됩니다. 겁이 많았던 나쓰는 앞으로 살아야할 저택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싱가폴에 출장중이고, 어머니는 외할머니 입원때문에 주말까지 집을 비워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넓은 저택에 나쓰는 고립무원이 되고 맙니다.

그런 나쓰를 보다못한 같은 반 친구인 유타라는 남학생이 한 명의 소녀를 소개해줍니다.
'사유리'라는 중학생 소녀로 담력시험과 롤러 코스터 같은 스릴을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하면서 전부터 사유리는 나쓰네 집 - 구라나미 저택 - 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타의 소개로 사유리를 만난 나쓰는 결국 어머니가 오시기 전까지 사유리와 함께 지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유리는 사유리대로 저택탐험을 개시하고, 나쓰는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동행하게 되죠.

그러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일반 단행본 사이즈로 장편 미스터리라는 레테르를 붙이고 발간되긴 했는데 - 물 건너에서요 - 따지고 보면 아동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넣기 딱 좋은 내용입니다. 고단샤의 <미스터리 랜드 시리즈>나 리론샤의 <미스터리 야! 시리즈>에 넣었더라면 정말 딱이었을 겁니다. 소설은 나쓰의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주로 나쓰의 입장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겁이 많던 어린 소녀가 사유리의 도움으로 지붕밑 천장을 한밤중에 손전등 하나 만으로 탐험도 하고, 70년전에 일어났던 독초사건을 캐기도 하고, 토끼의 저주와 관련된 구라나미 가문에 숨겨졌던 비밀을 벗기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소설 대부분의 무대는 저택 안으로 한정되어있지만, 일종의 모험 미스터리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미스터리 완성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이란 것이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만, 아동용 미스터리로 두기에는 좀 그렇기도 하네요. 그런 점을 빼고는 무난하게 잘 끝맺더군요. 마지막의 해피엔딩도 납득할만한 마무리였네요. 딱딱 들어맞는 퍼즐같은 재미를 이 책에서 기대하면 실망스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입니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여담) 토끼 고기 맛있습니다^^ 드셔보세요~

평점 6 / 10

2009년 7월 20일 월요일

'문학소녀'와 신과 마주보는 작가 (상)(하)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우리말

드디어 완결난 <문학소녀 시리즈> 본편이다.
이번 편의 미스터리 초점을 먼저 살펴보자.

-과거
1. 후미하루의 유이의 죽음에 다른 개입은 있었는가?
2. 있었다면 독약이 거기에 쓰였는가?
3. 독약이 쓰였다면 독약을 넣은 사람은 누구인가?

-현재
1. 아마노 토오코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란 무엇인가?
2. 사쿠라이 카나코는 어째서 아마노 토오코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가?
3. 사쿠라이 류우토는 정말 타쿠미의 환생인가?

대략 이 정도로 추려볼 수 있겠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1,2,3은 현재 1,2,3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모티브로 작가와 독자, 남자와 여자, 친구와 친구등의 관계를 '좁은문'으로 형상화한 삼각형 구도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동안 일종의 탐정역이었던 문학소녀는 사건의 중심으로 바뀌고 그동안 와트슨 비스무리했던 찌질소년이 탐정역으로 승격된다. 어쨌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찌질이였고, 마무리는 찌질이의 성장이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거짓말고 오해로 점철된 과거의 진상은 현재로 주욱 이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 역시 미래로 이어지는 가교가 된다. 그리고 문학소녀는 자신만의 '좁은문'을 향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번에도 다 까발려버릴까 하다가 그냥 그만 둔다. (사실 읽은지 꽤 지났기 때문에 거창(?)하게 쓰자니 귀찮아서 그만두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개인적으로 하권의 에필로그 부분을 통짜로 없애버렸다면, 독자들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하다. 굳이 그렇게 구구절절 캐릭터들 뒷 이야기를 해줘야 했을까? 어쩌면 작가는 반대로 걸어가는 작가와 편집자를 대비해서 그들만의 좁은문을 이야기하면서 끝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쿠라바 가즈키의 <추정소녀> 결말이 패미통 문고 편집부 의향대로 바뀐걸 보면 <문학소녀>의 결말도 그렇게 편집부 입맛에 맛게 재단되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작중의 이노우에 미우의 데뷔작의 마무리 처럼 사족이지만 사족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남겨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에필로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문학소녀와 신과 마주보는 작가>에게 평점 10점을 줬을 것이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 요코미조 세이시



1973년 각천서점
2009년 우리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이하 악마 피리)는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정식 소개되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에도 탐정역으로는 변함없이 '긴다이치 코스케'가 출연해서 언제나처럼 머리를 벅벅 긁다가 사건을 해결(?)합니다.

소설의 시대 배경은 1947년. 일본 메이지 시대에 시작했던 귀족제도가 폐지된 해입니다. 한때 자작 신분이었던 츠바키 히데스케가 실종되고 얼마 후에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츠바키의 부인 아키코는 츠바키는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 살아서 자신한테 '복수'를 할 거라는 공포에 휩싸입니다. 보다못한 딸 미네코는 경찰 소개로 '간다이치'를 찾아오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죠.

사실 우리말 띠지 보면 '무시무시한 밀실살인'이란 광고 문구가 보이는데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낚시입니다. 속으시면 곤란합니다. 밀실 미스터리에 익숙한 분이라면 - 닳고 닳은 독자 - 밀실만큼 독자에게 기대를 품게 만드는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란 사실을 알 겁니다. <악마 피리>역시 첫 살인사건의 무대는 밀실입니다만, 설마가 사실로 드러나는 후반부를 보고 있노라면 뒷골이 땡겨옵니다. 또한 범인 '악마'의 정체 역시 매우 싱겁게 드러납니다. 단서(복선)을 너무 노골적으로 퍼트리고 있다보니 어지간한 독자라면 누가 범인인지는 쉽게 추리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당시에는 쇼킹(?)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읽기에는 흔한 것이 되버렸죠. 뭐 이건 작가의 잘못이 아닌지라 넘어가도록 하죠. 문제는 진상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것입니다. 페어 플레이라는 면에서는 좋게 볼 수 도 있지만 좀 더 교묘하게 단서를 뿌릴 수는 없었는가? 라는 의문이 남네요. 그래서 <악마 피리>는 분위기는 제법 좋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재미로 까지 연결되었냐? 하면 50점 정도 밖에 줄 수가 없군요. 아쉽습니다.

여담) 독일 모 소설 (꽤 유명하죠.) 읽어 본 분이라면 단박에 진상과 범인까지 나올지도 모릅니다.

여담) 긴다이치 코스케는 여전히 뒷북을 울려라~ 입니다. 이 부분은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

평점 4 / 10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살인예언자 - 딘 쿤츠

2003년
2008년 우리말

우리말 제목은 <살인예언자>가 됐지만, 이 소설의 원제목은 <오드 토머스>입니다. 오드 토머스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순박한 청년이지만 주인공 오드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죽은 이의 영혼을 보는 능력이 첫째고, 바다흐라는 검은 그림자를 보는 것이 둘째고, 심령자석이라 부르는(오드 스스로) 직감이 셋째입니다.

이건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던가?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 독자도 있겠지만, 일단 기본 골격은 판타지 요소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 쪽에 가깝습니다. 죽음을 보는 오드는 바다흐를 대량으로 끌고 다니는 로버트슨이란 사람을 수상하게 여기고, 스토커(?) 짓을 해서 대량살인을 막는다는 내용이죠. 그래서<살인예언자>에는 논리적인 퍼즐 같은 재미는 전혀 없습니다. 프롤로그 부터 나중에 자기가 쓸 수법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반전의 충격은 거의 없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애거서 크리스티)의 범인을 완전 까발리고 있습니다. 주의 요합니다.) 또한 반전 자체가 너무 흔해 빠진 것이라서 감동보다는 식상한 맛이 더 강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전개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실제 사건은 중반부가 더 넘어가야지 등장하고, 그 전까지는 좀 지루하죠.

그럼 이 소설의 재미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의문을 갖게 됩니다. 페이지도 거의 500 페이지에 육박하고 말이죠. 일단 주인공 캐릭터가 귀엽습니다. 성장과정이 좋지 않은 오드 토머스지만, 꽤 착한 청년이죠. 거기에 스토미 르웰린이라는 여주인공과 남녀상열지사를 벌이는 내용이 코믹한 편입니다. 그 외에는 사실 미스터리적 재미는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좋겠네요. 유명세에 비해 실제 재미가 별로 없었던 작품입니다. 후속편이 2권 더 있다고는 하는데, 지금 봐서는 안 읽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점 3 / 10

2009년 7월 6일 월요일

새크리파이스 - 곤도 후미에

2007년 신초사
2009년 우리말

요즘은 일본 소설 사기도 두렵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소설이 속속 우리나라에 정식 소개되고 있는데,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듯 합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좀 있던 작품이라면 바로 우리말로 나오고 있는 듯 한데, 그 대표작 중 하나가 '곤도 후미에'의 <새크리파이스>입니다. (희생이라는 뜻)

우리나라에는 얼마전 작가의 데뷔작인 <얼어붙은 섬>인 로맨틱한 본격 미스터리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추천작입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본서 <새크리파이스>입니다. 일단 소설의 주요 소재는 '로드레이스'입니다. 자전거를 이용한 도로경주. 미스터리 팬이라면 여기서 의아하게 생각하겠죠. 자전거 경주가지고 대체 어떤, 무슨 미스터리를 보여리고 하나? 하고 말이죠.

처음 도입부는 뭔가 사고장면의 묘사인 듯 하지만, 곧바로 1장, 주인공이 속한 '팀 오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는 초반부는 로드레이스에 익숙지 않은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자전거 경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페달을 밟아가듯 독자를 로드레이스 세계에 빠트리죠.

그리고 등장하는 3년전 사건.
팀내 에이스 '이시오'가 사고를 저질러서 유망주였던 선수 한 명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던 3년전 사건. 주인공에게 주변사람들은 이시오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경고를 합니다. 이제서야 뭔가 미스터리 다운 내용이 약간 등장하네요. 하지만 유럽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주인공 팀이 벨기에 리에주라는 도시로 가면서 슬슬 본격적인 미스터리적 전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 독자에 따라서는 기다리고 있는 재미가 기대에 못 미치질 수도 있겠지만, 로드 레이스란 경기와 거기에 참가하는 선수 사이에 일어나는 것을 이용한 미스터리 활용은 매우 좋게 평가하고 싶네요. 가볍게 끝나는 듯 하지만 마지막 반전까지 준비하는 등 작가 나름대로 독자를 위해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래서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번역 후기를 보니, 번외편도 있고, 후속편도 연재중이라고 하더군요. 번외편은 둘째치고, 후속편이라니? 깔끔하게 잘 끝맺은 본편의 후속편이라, 기대보다는 일단 걱정부터 앞서네요.

평점 6 / 10

세일러 복과 기관총 - 아카가와 지로

1981년 각천서점
2009년 우리말

<세일러 복과 기관총>은 일본 미스터리계의 공장장이라고 불리우는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 히트작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마도 뭐라더라 마나미가 주인공 역을 맡았던 동명의 드라마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는 솔직히 유치뽕짝해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완성도였는데 - 특히 연기력이 - 소설이 원래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소설이 우리말로 소리소문 없이 나왔길래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봤는데, 딱히 기억나질 않네요. OTL 그만큼 인상적인 내용은 아니었다라는 반증이겠지만요.

아무튼 여고생 주인공 '호시 이즈미' 앞에, 어느날 갑자기 야쿠자가 찾아와서 다음 오야붕은 아가씨 당신입니다~ 라면서 시작하는 내용은 어찌보면 '라이트노벨'에 딱 들어갈만한 도입부에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즈미를 따라다니는 똘마니(?) 남학생 세 명이 나오고, 야쿠자 사무실은 다 쓰러져가고, 아버지는 어이없게 돌아가시죠. 그러나 아버지가 사실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는 형사의 등장으로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즈미와 부하(...) 기관총 세례를 받으면서 우당탕탕 소동극의 본격적인 시작이죠.

아카가와 지로 소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 대표작입니다. 가볍게 읽기 좋은 딱 적당한 분량. 쓸데없는 구구절절한 묘사나 설명보다는 대사로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지만 뭔가 2%, 아니 20%는 부족한 느낌의 애매한 미스터리 구조 등. 작가의 이런 특성은 그후로도 계속됩니다. 아니 더 악화되가죠. 아카가와 지로의 최근작, 이라고 해도 2000년대 초반 작품이지만 그나마 짧았던 문장이 더 짧아졌더군요.

예전에도 했던 말인 듯 하지만, 제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지금도(가끔이지만) 읽는 이유는, 아카가와 지로 소설은 제 일본어 실력이 완벽하다는 착각을 선물해주는 흔치않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있는데, 약간의 기대도 금물입니다. 아주 없는 것 보다는 낫긴 합니다만, 만족스럽지 못한 완성도임에는 변함없습니다. 예전에 읽은 거라 평점을 어떻게 줘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뭐 초기 제 일본어 독해 향상을 위해 애써준 아카가와 지로 소설을 감안해서 좀 후하게 주기로 했습니다.

평점 3 / 10

천재들의 가격 - 가도이 요시노부

2007년 문예춘추사
2009년 우리말

미술품 - 특히 그림 - 감정과 미스터리의 결합이라고 해서 상당히 전문적이고 현학적인 내용의 추리소설이 아닐까 지레짐작 했지만, 실상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단편집입니다. 미술품 감정을 맛으로 - 진품은 '단맛'이 난다고 하네요' 가미나가가 등장하는 첫 단편의 도입부는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어려운 장르 - 미술 - 를 소재로한 미스터리라는 한계점을 적절하게 커버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가미나가의 특별한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판타지 미스터리가 되겠죠. 여기에 작중 화자 '나'가 등장합니다. 가미나가와 처음 만난 나 - 가미나가가 홈즈라면 나는 와트슨으로, 전형적인(진부한) 미스터리 구도입니다. 위작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려는 가미나가를 말리려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렇게 나와 기마나가의 스토리는 총 다 섯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양회화가 나오기도 하고, 탱화가 나오기도 하고, 일본의 고지도가 나오기도 하는 등 - 사전지식이 특별히 없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짧은 단편 안에 필요한 지식을 작가가 일목요연하게 제시합니다. 물론 읽는 동안은 정보량이 많아서 머리가 어질어질 할 지도 모르지만, 단편 하나 하나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딱 좋습니다. 딱이에요. 홈즈에만 의지하는 와트슨은 불쌍할 뿐이죠. 시리즈로 계속해서 울궈먹을 수 있는 구성을 이렇게 알맞게 딱 끝내는 결단은 작가의 능력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본느의 퇴장(?)입니다. 개그(?) 담당 캐릭터였는데, 아쉽게도 후반부에는 등장하질 못하더군요. 하긴 이 캐릭터가 나오는 순간 코미디가 되버리니까요. (......)

평점 7 / 10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에도가와 란포

우리말 출간중

묵직한 두께의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키워드는, 1,2권이 본격추리였다면 3권은 '기괴환상'이다. 미스터리에 더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기괴 환상이란 말에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말자. 탐미적이며 변태적이기까지 한 쾌락을 좇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뜻밖의 뒤집기도 있고, 정통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변격 미스터리의 맛은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쾌락만을 좇다가 99명을 살해한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붉은 방'이 3권의 스타트를 장식한다. 짧은 단편 안에 엽기적인 내용과 막판 뒤집기를 적절하게 구사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스와핑이 떠오르는 '복면 무도회', 새로운 쾌락을 위해 아내를 속이려고 1인 2역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 '1인 2역', 쌍둥이 동생의 범죄 고백록 '쌍생아' 등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들, 특히 착장된 시기를 감안하면 특히 더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선사한다.

그러나 걔중에는 미완의 작품 두 편도 수록되었다 '공기남'과 '악령'이 그것인데, 전자는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뒷 이야기를 계속 집필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후자는 시작은 좋았지만 진행할 수록 마음에 들지 않아 독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작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3권의 키워드는 '기괴 환상'이라고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등 다채롭다. 미스터리 하나에만 얽매이지 않는 독자이며, 아직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 작품을 제대로 접해보지 않았다면 그 원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가격대 성능비로도 매우 좋은 책이다. 추천작!

평점 8 / 10

2009년 7월 1일 수요일

악몽의 엘리베이터 - 기노시타 한타

2006년 겐토샤
2007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

오가와 준. 가게 회식이 끝나고 술에 취한 아르바이트 생을 집에 바래다 주는데, 아내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산달은 다음달인데 지금 진통이 시작됐다는 내용이죠.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어째선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엘리베이터는 멈춰있고, 오가와 이외에 수상한(?) 세 남녀가 안에 있습니다.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그렇게 시작하는 미스터리입니다. 갇힌 엘리베이터 안의 네 남녀(남3여1)의 모습은 절박함보다는 짧은 문장과 어이없는 대사등이 잘 어울린 코믹함이 강합니다. 이렇게 제 1 장이 완료되기까지는 대체 이런 설정을 갖고 어떤 미스터리를 전개할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그리고 1장 마지막에서 슬슬 앞으로 어떤 전개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지 암시를 드러냅니다.

문장은 단촐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의 묘사와 딱 읽기 편할 정도 길이 덕분에 독서 속도는 대단히 빠르죠. 게다가 분량도 약 300페이지 정도로 꽤 짧아요. 페이지당 활자수도 적습니다. 요즘 소설(특히 일본) 기준으로는 보통이겠네요. 이건 반대로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맛이 없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코믹하면서 황당한 듯한 설정과 빠른 속도 전개는 이 책의 미덕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미스터리쪽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그저 소동극 한 편 본 느낌이 들더군요.

다만, 마지막 결말은 좀 고개가 갸우뚱해지네요. 있을 수 없어!! 말도 안돼!! 라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런 결말을 만들어야 했나? 하는 당위성 면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프롤로그부터 암시를 하고, 중간에 복선도 깔고는 있지만 '악몽'같은 내용은 아니었다고 해야할까요? 예측불허의 반전 어쩌구 하는 것에 너무 기대를 하지 말아야합니다. 재미없는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는 있어요)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자면 평범하네요. 9000원 정도로 나왔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