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5일 금요일

여름과 불꽃놀이와 나의 사체 - 오츠 이치



1996년 슈에이사
2007년 우리말

천재 작가(뻔한 상술이지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오츠 이치의 데뷔작입니다. 16살에 이 단편을 썼고, 17살에 상을 수상했다고 하죠. 어린 나이에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재미의 초점, 독특한 시점과 적당한 반전까지 곁들인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스토리는 실수로 죽어버린 친구의 시체를 숨기는 한 남매의 고군분투기입니다. 남매는 초등학생 나이인데 죽어버린 여자애 시체를 집안에 숨겼다 산에 숨겼다 이리저리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죽은 애는 경찰에 실종신고가 들어가고 어른들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죠. 어른의 수색과 아이의 은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재미의 초점은 저 대립 구조입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서커스를 보는 기분이죠. 여기에 작중화자의 시점이 독특합니다. 죽은 여자애 - 사츠키 - 의 시점으로 남매-야요이, 켄-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사츠키는 자신의 시체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걸 보고 있죠. 이 시점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오츠 이치는 이걸 의식하고 쓴 게 아니라고 했답니다. 시점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썼다고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가는 반전은 위에서 언급한 대립 구조와는 별개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유괴사건이 끼어듭니다. 이 유괴사건의 진범이 등장하죠. 일견 시체 은폐공작과 유괴사건은 별개일 듯 하지만 사츠키의 시점이 연결점을 제공합니다.

단편은 표제작을 제외하고 1편이 더 들어갔습니다. 제목은 <유코>. 한 소녀의 시점으로 집주인의 기괴한 행동을 관찰하는 호러 판타지 풍의 단편입니다만 이 역시 마지막에 반전을 내포한 구조입니다. 오츠 이치는 정통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미스터리 문법의 기초 사항은 이미 터득한 작가라는 사실을 데뷔작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작가는 간단한 흐름의 스토리이지만 마지막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해야 독자들이 만족할 것인가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호기심을 어떻게 충족시키고, 어떻게 진실을 내보여 만족으로 이끌 것인가? 이 부분을 미스터리의 기초로 다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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