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신초사
2010년 우리말(북홀릭)
일본 소설치고는 꽤 두꺼운 책입니다. 상, 하권이면서 각 권이 600페이지 정도. 합해서 1,200페이지. 물론 페이지당 활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800-900 페이지 정도겠다. 그래도 이 정도만 돼도 요즘 나오는 소설치고는 꽤 두터운 편이다. 뭐 교고쿠 나쓰히코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리 많은 분량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특히 내용 때문에 말이다. <가상의례>의 주요 소재는 '종교'. 이걸 교고쿠 나쓰히코가 풀어갔다면 이 정도 분량에 동서양 각종 종교와 관련된 지식을 나불나불나불 대면서 독자를 진저리치게 만들겠지만, 다행히도(?) 시노다 세츠코는 대단히 쉽게 풀어간다. 평범한 공무원이던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종교를 만들고 거기에 신자들이 얽혀들어 가는지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묘사한다. 그렇게 태어난 종교는 막 태어난 아기와 다를 바가 없다. 달리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들고 세가 점점 커진다. 하지만, 흥이 있으면 망이 있듯이 주인공이 만든 종교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기다. 그렇게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 요량으로 만들었던 종교가 어떻게 주인공의 손에서 벗어나서 나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내는지, <가상의례>는 그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그려놓은 소설이다. 그래서 페이지 수와 비교하면 상당히 읽기 편하게 꾸며져 있다. 물론 종교가 주요소재이면서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다만, 읽는내내 든 생각은 종교의 부침을 만들기 위해 기용한 캐릭터들의 사정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뭐 이건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가상의례> 분량이 짧았다면 두루뭉술 넘어갔겠지만 안타깝게도 1,200페이지짜리 소설 안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속하긴 했지만 아무리 좋게 봐줘도 미스터리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모호한 소설이기도 하다. 종교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없는 과정을 미스터리로 본다고 해도 문제는 그게 재미로 연결되느냐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대기권을 뚫는다. 그리고 책임은 선장이 진다. 간단한 내용을 길게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에 비해 실 영양소는 부족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기분이다. 디저트를 먹어야 속이 풀릴 것 같은데 그마저도 배가 불러서 그냥 시큰둥해지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어려운 소재지만 읽게 쉽게 잘 꾸며놓았다는 것이고, 어둠과 관계됐지만, 거기에만 얽매이지 않는 면, 결정적으로 독자에게 '뿌듯함'을 심어주는 것이겠다. 나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었어! 라는 만족감.....
평점 4 / 1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