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7일 금요일

고엽색 굿바이 - 히구치 유스케

2003년 문예춘추
2006년 문고판 (사진)

<고엽색 굿바이>는 히구치 유스케 소설 중에 3번째로 읽었던 미스터리다. 처음으로 접한 것이 <그녀는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다>(1990), 다음으로 접한 것이 데뷔작인 <나와 우리의 여름>(1988)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본서다. 이밖에도 몇 권 더 읽었지만 작가의 대략적은 특징은 이하와 같다.

1. 주인공의 걸쭉한 입담
주인공의 대사 하나 하나는 농담과 진담이 섞여서 재치있는 입담을 보여준다. 소설 내내 이런 유머는 끊임없이 등장해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2. 주인공 상대역으로서의 여성 캐릭터의 묘사
남성 작가이지만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주인공과 밀고 당기는 대사 하나 하나가 싱싱한 생선회를 먹는 기분이다.

3. 느슨한 하드 보일드 스타일
미스터리의 진행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다. 사건이 있고, 그걸 추적하면서 단서를 포착하고 용의자를 세운다. 마지막에는 살짝 반전까지 준비한 좀 느슨한 하드 보일드다.

이번 작도 위의 3가지 유형에 거의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 '시바 아키오'는 전직 형사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경찰을 그만두고, 아내와는 이혼 후에 요요기 공원에서 '노숙자' 생활을 한다. 그런 어느날 요요기 공원 서쪽 근처에서 여고생(고갸루)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고 갸루 : 진한 화장으로 얼굴을 떡칠 - 주로 검정 빛깔 - 입술은 은색 또는 하얀색으로 메이크업 하는 등 보는 이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여고생 들. 스스로는 그게 이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지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세계의 주민들임. 일본에서 실제 보고 경악을 함.....요즘은 아마 많이 줄어들거나 멸종(?)했을 것임)

한편 반년 전 일가족 참살 사건의 재수사를 담당한 순사부장 '후키이시 유코'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새롭게 조사하기로 한다. 전부터 의심했던, 참살된 가족중 유일한 생존자인 '사카시타 미아'의 교우 관계를 재조사하려던 차에 미아의 친구가 요요기 공원 근처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반년 전 엽기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던 유코는 요요기 공원 사건 현장에 갔다가 뜻하지 인물-시바 아키로를 만난다. 그는 유코가 경찰학교 재학 시절 체포술의 교관이었고, 살인사건 조사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유능한 에이급 형사였다. 시바 아키오가 노숙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은 유코는 아키오의 과거를 조사한다. 그가 겪었던 절망을 알게된 유코는 결국 난항을 겪고 있는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 시바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데............

사카시타 미아. 반년전 가족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여고생. 약간의 불량기가 다분하지만 살해당한 친구 '미키에' 같이 매춘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그런 불량학생은 아니다. 미키에가 죽은 요요기 공원 사건 현장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다가 근처 노숙자와 실갱이를 벌인다. 때마침 지나가던 다른 노숙자가 중재에 나서는 걸 보고 미아는 중재에 나선 노숙자를 폭행하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 잡혀서 곤혹을 치르는데, 그 노숙자의 이름은 시바 아키오였다. 총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라지만 실제 주인공은 사실상 시바 아키오의 원 톱이고, 나머지 여성 1명(히스테릭 여형사)과 소녀 1명(갑부 미소녀)은 시바란 캐릭터를 받혀주는 조연이라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유코가 제안한 일당 2천엔 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시바는 미아와 재접촉을 하고, 미아로부터도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름하여 노숙자 탐정. 홈리스 디텍티브. 아무튼 왕년 날리던 형사 시바의 혜안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데.............

미스터리의 완성도도 초기작 보다는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작품은 싱겁게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 캐릭터의 개성과 유머 라는 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지만, 마지막 독자를 K.O 시키기 위한 펀치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엽색 굿바이>는 범인의 정체를 되도록 끝까지 숨기면서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스 디렉션의 설정도 괜찮다. 너무나 뻔한 미스 디렉션 인 듯 하면서 그걸 이용해 독자를 속이다가 마지막에 가셔야 밝혀지는 진상을 설명하는 사소한 '단서'의 배분도 나쁘지 않다. 작가 스스로 본서를 데뷔작 이후 제일 맘에 드는 소설로 생각하는 듯 한데, 100%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공감을 한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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