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4일 토요일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1938년
2009년 우리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부러진 경첩>이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서점으로 득달같이 달려가서 - 택배 못 기다립니다! - 그 자리에서 읽고 소감문 대충 갈겨놨던 걸 이제와서 올리는군요.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소설은 재밌게 읽고 엉뚱한 곳에서 기분이 많이 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꾸민 2명의 존 판리.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숨막히는 공방전 속에서 결정적 증거확인을 앞두고 한 명이 살해당합니다. 처음에는 자살인 것 같았지만 역시 '살인'입니다. 아니 왜 살해당해야했을까요? WHY?

살해당한 상황 역시 도전적입니다. 대놓고 열린 밀실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살인이었다면 범인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HOW?

살해당한 이는 의외의 피해자였습니다. 역시 범인도 의외의 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WHO?

<구부러진 경첩>은 위의 살인사건을 메인디쉬로 해서 1년전 여성 살해사건이 곁반찬으로 들어가고, 마녀 숭배, 자동 인형 향신료가 함께 들어가서 맜있는 카레밥을 연상케 하는 구성의 묘미를 보여줍니다. 맛깔스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펠박사는 의외의 범인의 정체를 지목합니다. 이미 깔아놨던 복선을 이용한 결말이죠. 최고 걸작? 이라고 하기에는 <화형법정>을 처음 읽었을 당시의 쇼킹한 맛이 적었기에 - 일종의 역치현상이겠죠 -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만 존 딕슨 카의 맛을 유감없이 보여준 양질의 미스터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없이 보여줬단 건 반대로 딕슨 카의 트릭이 공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열린 밀실의 진상을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이건 좀....이런 생각이 한켠으로 들기도 할 겁니다. 뭐 저는 오히려 그런 면때문에 딕슨 카를 좋아합니다. 진실은 단순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죠.

평점 7 / 10

다만 곳곳에 보이는 오타. 군데군데 보이는 어색한 문장의 이음. 책 표지. 판형. 여러면에서 마음에 안드는 면이 많았습니다. 딕슨카의 역사 미스터리도 소개할 예정이라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구매는 고려해봐야겠습니다.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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