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6일 토요일

마더(mother) 2009년 - 봉준호

지적장애인 도준(원빈)을 키우고 있는 '엄마' 김혜자. 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아들이 도로변에서 개랑 놀고만 있어도 걱정이 태산 같고, 친구랍시고 사귀고 있는 녀석은 양아치라서 걱정이 된다. 그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는지 어느 날 느닷없이 형사에게 끌려간 아들. 이유는 살인범. 근처 여고생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도준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자기가 했다면서 자백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제부터 엄마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영화는 그렇게만 보인다. 아니, 처음 보게 되면 관객들 대부분은 감독에 의도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누가 진범일까? 엄마 김혜자의 뒤를 따라가게 되면 중간마다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아들에게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엄마의 행동. 살해당한 여학생이 숨기고 있던 비밀. 그리고 점점 기억이 살아나는 아들에서 시작되는 마지막 진짜 범인의 정체까지. 다른 의미로(좋은 뜻으로) 상당히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다. 제목부터 초중반까지의 진행만 보고 (나중에 다시 주의하여 살펴보면 복선을 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선입견에 사로잡혔던 나에게 후반부는 크게 놀라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드러난 진실이 마냥 기쁘지만도 않았다. 이런 의외의 전개는 <괴물>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이번 <마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말까지 보고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면 제목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어쨌든 제목답게 주인공인 김혜자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띈다. 김혜자가 일등공신이지만, 아들 역인 원빈과 그 친구인 진구와 동네 양아치, 마을주민, 경찰까지. 전부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중에 원빈이 특이했는데, 난 <아저씨>를 먼저 보고 <마더>를 본 경우인데, 어째 <마더>의 원빈 연기가 훨씬 낫다. 마냥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장면이 계속되는 중간에 연기 변신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중반이나 후반부 잠깐 등장해서 잘못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 원빈이 얼굴만 잘생긴 그저 그런 배우는 아니구나! 느꼈다. 아직 더 발전해야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발전한다면 괜찮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영화의 단점을 하나 들자면 초반부의 느슨한 전개다. 물론 '처음' 볼 상황에 해당한다. 결말을 보고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면 그 느긋해 보이는 전개가 전혀 느리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아, 하나 더 들자면 감동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큰일이라는 점 정도?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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