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2009년 우리말(피뢰침북스)
들어가기에 앞서 아무리 악독한 범인이라도 사적 제재는 합당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가 있다면 <두 번째 총성>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런 독자를 꽤 불쾌하게 할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만 하고 그 이상은 헤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
<독 초콜릿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안소니 버클리의 소설이 우리말로 출간된다고 했을 적에 상당히 놀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시'대'착오> 적인 표지 디자인 때문에 더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제목 <두 번째 총성>이라는 타이틀과 표지 디자인을 보면 마치 <007 살인면허>를 연상케 하는 대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정갈한 정통 미스터리이다. 추리소설가의 파티에 참석한 주인공 시릴. 그곳에서 가상의 살인 연극을 하기로 하고, 시릴은 살인자 역을 맡는다. 피해자는 정말 살해당할 만한 인물 에릭이 맡기로 한다. 그리고 연극 속의 살인이 현실의 살인으로 바뀌면서 가해자 역인 시릴은 실제 범인으로 몰리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모두가 용의자이면서 결정적 증거도 없는 상태인데…….
정통파인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꽤 익살스러운 내용을 보여준다. 가상 살인이 실제 살인으로 바뀐 후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주인공 시릴을 찾아와서 왜 그랬냐, '다독' 이는 장면은 코믹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주인공은 내가 안 했는데, 왜 다들 그러는거야! 라고 외치지만 말이다. 여기에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는 아모렐이란 여자도 주목해야 한다. 중후반부 가다 보면 이게 미스터리인지 로맨스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아무튼 결국 자신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시릴은 로저 쉐링엄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되면서 '탐정'이 등장한다. 로저는 시릴의 의도대로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내용이다. 연극과 현실을 메타 기법으로 사용한 면이나, 곳곳에 묻어나는 유머와 로맨스 같은 톡톡 튀는 구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플롯과 트릭까지! <두 번째 총성>은 분명히 시대를 앞서 간 미스터리다. 이래서 고전 미스터리를 들춰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총성>을 몰랐다면 지금도 여기서 빌렸음이 분명한 몇몇 일본 미스터리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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