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일 월요일

탈취 - 심포 유이치

1996년 고단샤
1999년 문고판 (상,하)
2010년 우리말(노블마인) (1,2)

 <화이트 아웃>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는 참 재미없었지만) 심포 유이치의 대표작중 하나인 <탈취>가 꽤 늦었지만 우리말로 나왔더군요.예전에 이거 문고판 원서로 읽을 적에 용어들 때문에 꽤 애로사항이 꽃 피었던 녀석인데, 역시 우리말로 보니 안개가 싹 걷혀서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 드는게 역시 모국어로 봐야 제 맛이구나! 캬아! 새삼 느꼈습니다.아무튼 <탈취>는 위조지폐 만들기가 주요 소재입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둡니다만 이 녀석한테 미스터리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없습니다! 그냥 꽝!입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이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랭킹이네 등등 이런 데 귀가 솔깃해서 <탈취>를 집어든다면 '잘못된' 선택입니다. 심포 유이치를 좋아해서 선택했다면 물론 '잘한' 선택이지만요.

 이 녀석이 미스터리가 없다고 한 이유는 제대로 사람이 죽는 내용이 안 나와서가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물 흐르듯이, 시점은 언제나 주인공 시점 고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위조지폐 만들기에 매진하는 무슨 오타쿠들의 모험담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있기 때문입니다. 중간 중간 확실히 작가가 조사를 하긴 했구나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위폐를 만든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긴박감은 별로 없고 그냥 '유머'스럽죠. 그래서 소설의 무게감은 별로 없고 - 책은 2권이라 물리적으로는 묵직합니다. - 그냥 가벼운 느낌의 일본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일본 액션영화 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뭔가 나사 한 두 개 부족한 듯하고, TV드라마 보는 듯도 하고 뭐 그런 느낌입니다.  덕분에 술술 잘 읽힙니다. 1권에 400페이지 전체 80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일본 소설치고는 두껍지만 영미권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이 정도 분량은 그냥 평범하죠. 실제 내용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보니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갑니다. 인쇄나 그런 쪽 전문용어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생선가시 같은 기분도 안 듭니다. 그런 용어조차 안 나왔으면 그냥 라이트노블 읽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실시간으로 일본애들이 읽으면서 느꼈을 심정을 우리는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점과 14년이 흘러서 늦어도 한참 늦게 우리말로 소개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탈취>는 이제와서 읽기에는 시간이 좀 많이 흘렀다는 게 단점입니다. 시간이 나는 분들은 한 번 집어보세요.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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