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3일 금요일

밤에 걷다 - 존 딕슨 카

1930년 It walks By Night
2009년 우리말(로크미디어)

 존 딕슨 카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입니다. 아주 예전에 무판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적이 있던 걸로 압니다만, 그건  그냥 공공연하게 만연되던 '흑'역사중 하나일 뿐이고, 공식적으로는 <밤에 걷다>가 제대로된 제목 달고 나온 건 2009년이 맞겠죠. 아무튼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러서 정식으로 소개된 존 딕슨 카 데뷔작인데, 분량은 좀 빈약합니다. 300페이지도 채 안됩니다. 페이지당 글자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뭐 일본 소설 보다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활자수가 많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나오는 영미권 소설에 비하면 반쪽 분량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얇습니다.

그러나 두께는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건 '재미'. 분량에만 연연한다면 단편 소설은 읽을 수가 없을 겁니다. 일단 소설은카 답게 '밀실'로 시작합니다. 결혼식 당일날 살해당한 남편.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범인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탐정역으로는 '방코랭'이 등장합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흑역사'의 한축인 '동서' 거시기에서 나온 <해골성>에도 방코랭이 나왔을겁니다.그 외에도 몇 편 더 있다고 하는데 우리말로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원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조 김밥이네 원조 교제네 (이건 아니구나.ㅋㅋ)  하면서 원조를 강조하는데, 사실 원조라고 별 다를 건 없습니다. 원조는 말 그대로 처음 했다는 것 뿐이고, 실제 맛과 감동은 원조를 바탕으로 '변조'한 녀석이 확률적으로 더 낫습니다. 물론 반대로 원조를 결코 뛰어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녀석들이 오히려 드물다고 봅니다.

 이런 원리는 미스터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밀실의 대가 하면 떠오르는 존 딕슨 카의 일련의 추리소설이 거기에 딱 맞죠. <밤에 걷다>에 쓰인 트릭은 그야말로 담백하기 그지없습니다. 기본적인 밀실구도와 쓰인 트릭, 사건 전체를 아우르는 트릭까지 포함해서 좀 싱거울 정도로 수수합니다. 오히려 비슷한 구도를 차용해서 더 발전시킨 후손들이 더 맛깔스럽고 자극적인 맛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음식도 먹다보면 조미료 맛보다는 재료 고유의 담백하고 수수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존 딕슨 카'의 미스터리는 그런 '원조'같은 맛을 잘 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딕슨 카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밤에 걷다>에 쓰인 트릭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 얼마나 착각을 잘 하는 동물인지 안 다면 반대로 인간을 속이는 것이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잘 알 수 있으니까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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