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008년 우리말(영림카디널)
<수도원의 죽음>(원제 : Dissolution 해산, 소멸)은, 국내에 영미권 추리소설을 꾸준하게 블랙캣 시리즈로 내놓고 있는 영림카디널에서 내놓은 C.J.샌섬의 데뷔작이자 역사 미스터리입니다. 첫 문장부터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옅볼 수 있는데 -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 크롬웰의 명령으로 거시기했다! 이런 식으로 서두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1537년도라는 연대오 크롬웰이란 이름만으로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일목요연하죠.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제목과 이어집니다. 당시 크롬웰이 했던 종교개혁(?)의 일환이었던 수도원 해산, 그래서 영문 원제가 해산을 뜻하는 Dissolution 입니다. 하지만 전 우리말 제목이 더 운치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영제목이 핵심을 콕 찝었다면 우리말 제목은 여운이 남는다고 할까요? 수도원의 죽음은 그야말로 수도원이 죽었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수도원 안에서 일어난 죽음이란 뜻도 되니까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실제 소설 속 수도원 안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크롬웰의 명을 받아 파견되는 주인공 탐정이 꼽추 변호사 '매튜 샤들레이크'이죠. 조수 마크를 데리고 수도원에 가서 목이 잘려 죽은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 샤들레이크. 하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과거에도 사건이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집니다.
역사 추리답게 곳곳에 등장하는묘사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수도원에 거의 한정된 무대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될수 밖에 없는 지루함을 캐릭터와 묘사의 힘으로 잘 극복합니다. 캐릭터라면 먼저 탐정역인 매튜 샤들레이크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 수 있겠네요. 묘사는 물론 역사 추리답게 당시 배경과 상황을 따분하게 설명문 위주로 그리기보다는 캐릭터들이 직접 움직여가면서 자연스레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옵니다. 사실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로 구분됩니다만, 솔직히 '미스터리' 자체만으로는 고득점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미스터리 보다는 캐릭터와 역사적 배경과 허구의 유기적인 결합과 그걸 적절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묘사력이 이 작품의 주된 매력이죠.
역사 추리라고 해서 기초 지식을 요구하는 거 아냐? 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독서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밑거름이 있는 상태와 깨끗한 백지상태에서 읽는 것에는 분명 느낌의 차이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러고보니 보고 나면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릴수 밖에 없고, 떠 올려야 합니다! (ㅋㅋ) 아니나 다를까 샤들레이크가 재등장하는 후속작 <어둠의 불>이 앨리스 피터스 상을 수상했더군요.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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