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3일 수요일

속죄 - 미나토 가나에

2009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10년 우리말(북홀릭)

최근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일본산 미스터리(거의 대부분이)를 의욕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북홀릭에서도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 우리말로 발간됐다. 제목은 <속죄>. 작가의 데뷔작 <고백>과 비슷한 소재, 비슷한 구성을 보여주는 연작 미스터리 단편집이다.근데 사실 여기서 더 설명하는 건 사족에 가깝다. 아니 그냥 뱀다리다. <속죄>는 정말 <고백>과 비슷한 녀석이다.  제목도 두 글자잖아! 똑같다.(ㅋㅋ) 물론 <고백>을 안 읽어본 독자한테는 '뭔 멍소리여 시방' 이런 느낌이겠지만, <고백>을 읽어본 독자라면 '비슷하다면, 뻔하겠구만 OR 오오! 재밌겠는데!' 정도의 반응으로 갈릴 것 같다.

그래도 뱀한테 다리를 붙여보자면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여자애가 강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사건의 목격자는 피해 아동의 또래 친구들 4명. 이 4명의 소녀들이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연쇄반응을 그냥 단편으로 묶어두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강간살해범의 정체가 드러나고 말이다. 솔직히 사건의 진범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속죄>에서 중요한 점은 어릴적 트라우마를 간직한채 성장한 여성이 어떻게 트라우마의 지배를 받아 망가져가는 연쇄 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걸 소설 안에서는 속죄라고 한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긴 한데, 사실 사용된 소재 (아동 강간 살해)는 상당히 노골적이긴 한데, 실제 전개는 그다지 놀라울만한 요소(각 단편에 쓰인 문체와 플롯이 전부 같다)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속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 보여줘야지 리미트 해제! 이런 반응이 나올지는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다만 <고백>과 너무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구성으로 벌써부터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체와 구성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만큼은 마음에 쏙 드는 작가라서 그런지 <속죄>에 더 냉정한 평을 하게 된 건 아닌가 싶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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