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동경창원사(창원 크라임 클럽)
2010년 우리말(레드박스)
동경창원사(도쿄소겐샤) 단행본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좀 정통방식 미스터리에 가까운 녀석이 ‘창원 크라임 클럽’으로 나오고, 가벼운 분위기와 신예 작가 또는 젊은 작가들의 미스터리가 주로 나오는 ‘미스터리 프론티어’가 있습니다. 오타 다다시의 <기담수집가>는 전자, 창원 크라임 클럽에 속한 단행본으로 2008년도 1월 일본에서 발간됐고, 나름 기대도 했던 녀석인데, 이게 우리말로 나왔더군요. 제가 알기로는 오타 다다시의 추리소설은 이게 최초 번역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총 7 개의 짤막한 내용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마지막 한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같은 방식입니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와 그의 조수(?) 히사카.
각 단편은 스트로베리 힐즈라는 가게 안의 두사람에게 자기가 겪은 기담을 얘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에비스는 의뢰인의 기담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히사카가 찬물을 끼얹으며 전혀 기담같지도 않다고 끼어들고, 기담을 사건으로 끌어내립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일본내에서 이 책을 광고할 적에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는 문구를 사용했고, 그래서 크라임 클럽 쪽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뭐 작가 인지도-중견작가죠-도 있었고 하니 말이죠.
아무튼 간단한 구조의 짤막한 단편이 같은 패턴으로 6개가 연달아 나오는 터라 마지막에가서는 좀 지칩니다. 매화 반복되는 마법소녀 변신장면과 , 로봇 애니메이션의 합체장면을 연달아 봐서 나중에는 그냥 스킵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죠. 아마 이런 식으로 단편이 한 2-3편 더 나왔더라면 분명 대충 읽고 넘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의뢰인들이 기담이랍시고 갖고 오는 녀석들은 일견 기담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어깨 위에 달린 무거운 물건을 들이받는 용도보다는 좀 건설적인 방면으로 이리 저리 굴리다보면 기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도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건 내용은 압축되있고, 단서와 등장인물은 한정적이라서 그 만큼 사건의 진상을 깨닫는 것도 쉽죠. 하지만 드러난 사건의 진상은 그야말로 ‘현시창’이란 말이 잘 어울립니다. 현실은 시궁창의 준말인데,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복구조로 매회 반복되는 기담을 가장한 안락의자 단편이 마지막에 가서는 좀 구도가 바뀝니다. 원래 이 녀석은 잡지에 연재된 단편이고 마무리 단편은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새롭게 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새단편 덕분에 이 <기담수집가>는 그냥 묻힐뻔한 단순한 안락의자탐정물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기담수집가’에 딱 알맞은 내용으로 바뀝니다.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이게 단편 제목인데, 참 잘 지은 제목이다. 아하, 작가의 의도는 그런 것이었나 싶은 생각에 무릎을 탁 치면서 왠지 등꼴이 살짝 오싹해지는 기분이 드는 등,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오타 다다시 입문서로는 좀 고개가 갸우뚱해지긴 합니다만, 어차피 우리말로는 이 녀석 뿐이라서 일단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단밤과 금화와 엘름>이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홀릭(학산) 쪽에 잘 알맞을 듯 한데 말이죠.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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