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신초사
2010년 우리말(북홀릭)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5개 단편이 '바벨의 모임'과 '주인과 하인' 그리고 '블랙 유머'라는 공통 키워드로 엮인 연작 아닌 연작 단편집입니다. 이중에 바멜의 모임은 독서회를 말하는 것인데, 양가집 규수들이 모인 모임으로 정확히 어떤 녀석이다라고 묘사하기보다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여주면서 독자들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스타일의 묘사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인과 하인은 등장하는 캐릭터의 신분을 말하는 것으로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첫 단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에서는 한 하인의 수기를 통해서 사건이 전개되고 묘사됩니다. 다음 단편 '북관의 죄인' '산장비문' 전부 하인의 집장이라면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와 '덧없는 양들의 만찬'은 주인의 입장입니다. 마지막 '블랙 유머'는 이 책의 광고 문구중 하나였던 '마지막 반전'과 이어지는 요소인데, 여기서 말하는 반전은 정말 놀라서 뒷골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멋진 반전이 아니라, 딱 보는 순간 '헛' 하고 실소가 터지는 정도의 일격입니다. 터진 실소는 제목과 연결되어서 그냥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걸리죠. 물론 마냥 좋은 웃음은 아닙니다. 어딘가 좀 찝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뒷끝이 개운치 못한 떨떠름한 것도 아닌 느낌의 유머죠.
전체적으로 기존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과는 느낌이 좀 다른 듯도 합니다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다양한 책들 - 특히 고전 미스터리 - 이 나오는 면은 <인사이트밀>을, 바벨의 모임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캐릭터들이란 구도는 <고전부 시리즈>를, 마지막 허무하면서 쓴웃음을 짓게하는 일격은 <보틀넥>과 <개는 어디에?>를, 캐릭터 관계성은 <소시민 시리즈>를, 비극을 연상케하거나 애잔한 느낌을 주는 대목은 <사요나라 요정>을 연상케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기존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줍니다만, 그것들이 한데 묶여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이란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니, 이건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역시 소재는 비슷해도 그걸 어떤 스타일로 엮느냐에 따라서 작가만의 풍미가 나타나는 것이겠죠. 그래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재밌는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단, 미스터리보다는 암흑동화 같은 느낌이 더 강하지만요. 물론 미스터리만 기대하면 '아웃'입니다. (노파심에서..ㅋㅋ)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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