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6일 일요일

기적섬의 수수께끼 - 니카이도 레이토



1996년 가도카와쇼텐
2001년 문고판 (사진)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로 유명한 니카이도 레이토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인 녀석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기적섬의 수수께끼>입니다. 일본 문고판 기준 680 페이지 정도로 의외로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녀석으로 장르는 정통 추리 소설입니다. 좀 있어 보이는 말로 대체하자면 '본격 미스터리'라고도 부를 수 있겠네요.

 쇼와 초기 (소설 내 일본의 침략전쟁 준비하는 대목을 보면 대략 1930-40년대를 지칭하는듯) 명문 귀족집안의 딸이자 절세 미녀였던 유카코가 '기적섬'이란 외딴 섬에다가 지은'백아관'. 그곳에서 유카코는 그녀의 추종자들과 함께 주지육림을 즐기지만, 불가사의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백아관에서 떨어진 새벽의탑 꼭대기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 유카코.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오리무중으로 결국 사건은 미결로 끝나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뮤즈'라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모인 동아리에 소속된 대학생들은 기적섬으로 미술품 조사를 하러 떠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웃고 떠다는 멤버 들의 속마음에는 어둠이 존재하고 있고, 그 어둠은 그들이 향할 기적섬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동아리 멤버들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못한채 기점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백아관에서 그들이 조우하는 것은 얼마전까지 뮤즈 남성 멤버를 노예로 만들어버렸던 여신 유리코의 초상화였다. 뮤즈의 리더 마리오는 물론, 화백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유능한 예술가 아버지를 둔 가가미는 큰 충격에 휩쌓이고 만다. 하지만 그 초상화의 진짜 주인은 쇼와 초기에 죽었던 백아관의 주인 '유카코'였다. 또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유카코의 자손 중 한 명이 유리코였다는 것. 그리고 단순한 미술폼 조사는 유키코가 뮤즈 멤버들에게 남긴 유서가 발표되면서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사고. 죽음. 잘린 머리. 동요살인. 연쇄. 자살.............. 과연 범인은 누구? Who Done It?

 이렇게 기본 준비가 되기까지-라고 쓰고 첫살인이 일어나기까지 대략 250여 페이지가 소모된다. 전체 페이지로 따져보면 거의 반 가까이 진행되서 퍼스트 머더가 일어나는 것인데, 그냥 이렇게만 받아들이면 상딩히 페이스가 느린 소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소설을 읽다보면 걸림돌이 될 정도로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 그들이 외딴섬에 모여야했는지 정중하게 이런 저런 묘사와 설명이 끼어들다보니 지면이 많아진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가고, 그런 부분은 지루하기 보다는 서서히 본 무대로 관객을 유도하기 위한 떡밥으로서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기에 지루하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했기에 이어지는 연쇄살인이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어쨌든 공전절후의 트릭이나, 고도의 서술트릭 등은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 진실을 까놓고 보면 알고보면 평범한 트릭들이 대부분인데, 그것들이 얼마나 있어보이도록 잘 포장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면 니카이도 레이토는 그럭저럭 자기 사명을 완수했다고 생각한다. 트릭에 의존하지 않고 차분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이 들어갔어도 괜찮음직한데, 안타깝게도 들어있지 않다. 독단으로  도전장을 넣는다면 584페이지 다음에 삽입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작가 스스로 말하기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후던잇'에 도전한 녀석이 바로 기적섬의 수수께끼라고 한다.

 뭐 여기까지는 장점만 얘기했고 단점을 지적하자면 탐정역의 부자연스러움이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뜬금없이 해결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플롯의 부자연스럼이, 초반 왜 등장인물이 이런 외딴섬에 갇혀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면 때문에 부각된다. 그래서 탐정과 해결편은 카타리스시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미 이건 탐정역 캐릭터가 시리즈물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탐정을 그냥 등장인물 사이로 끼어넣었더라면 그 편이 뻔한 구성이지만 안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니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외딴섬 퍼즐>과 같이 읽으면 꽤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흠, 대학생들이 놀러가서(?) 일어나는 사건만 놓고 보면 <월광 게임>쪽이 더 가까우려나? 이렇게 비교해보면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 점수를 더 주고 싶지만 말이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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