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9일 수요일

블러드 워크 - 마이클 코넬리

1998년
2009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로 알게 된 마이클 코넬리. 90년대 초반에 데뷔해서 외국에서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사실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무래도 일본 쪽 미스터리만 파고들다보니 자얀스레 영미권 미스터리는 등한시하게 된 것이 그 이유일 겁니다. 어쨌든 위에서 말한 <링컨...변호사>도 일본에서 나온 해외 미스터리 순위 보다가 어, 이거 진즉에 우리말로 나온 건데 그렇게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를 머릿속에 새겼고, 현재는 ‘소중한’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했지요. 뭐 계기야 어떻든 결과가 중요한 거겠죠? 이런 경우에는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1998년도작 <블러드 워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BLOOD WORK. 영문 발음 그대로 제목을 삼았네요. 뜻은 저도 모릅니다.^^ 심장병으로 FBI를 은퇴하고 심장이식만 기다리고 있던 테리 메케일렙. 그런 주인공에 운좋게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서 메케일렙은 기적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 회생합니다. 그렇게 재활치료를 받는중 메케일렙 앞에 미모의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말을 하죠. 제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잡아주세요, 라고 말이죠. 메케일렙은 제반사정에 따라서 거절하지만 여인은 그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습니다. 제 동생의 심장이 당신 가슴속에 있어요 라고 말이죠. (정확한 대사는 아니고 그냥 현재 제 기억에 나는대로 주절거렸으니, 실제 소설 속 표현과는 좀 다르겠지만 정황상 의미는 거의 같을겁니다^^) 그래서 단순 강도살인 사건의 수사를 맡은 메케일렙. 하지만 책은 500 페이지 정도 됩니다. 1페이지당 28줄!이나 됩니다! 놀랍죠. 활자량도 많습니다. 이거 예전 같으면 그냥 분권해서 내놓을 분량입니다. 그런데 1권으로 나왔더군요.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강도살인 사건인데 이렇게 두꺼운 책이 필요는 없겠죠?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를 보여줍니다.
 
기본 도식은 하드 보일드입니다. 주인공이 증거를 수집하고, 단서를 찾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가설을 세우고, 그걸 입증하고 용의자를 설정하고 범인을 잡는 거죠. 전체적인 순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현실은 물론 소설 속 범죄 해결도 그리 순탄치많은 않죠. 전직 FBI요원 메케일렙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시카메라 복사 테이프를 보고 또 보고, 최면 수사도 해보고,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과거 호의적이었던 동료의 도움도 받지만 범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 와중에 심장이식을 해준 이의 언니와 만나서 으싸싸도 하랴, 심장 안좋다면서 주인공 테리 메케일렙은 할 것 다 하고 다닙니다^^
 
전 마이클 코넬리의 장점은 안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정 속에는 물론 플롯의 구성이나 적절한 터닝 포인트의 설정과 반전이 등장해야할 타이밍과 결말처리 방식 그리고 캐릭터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죠. <블러드 워크>도 그런 안정감이 빛나는 스릴러입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전직 FBI요원이고 형사와 기타 전문직 종사요원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사와 묘사를 보고 있으면 초보자들도 매우 손쉽게 그 어떤 어려움 없이 바로 몰입할 수 있는 친절함을 보여줍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는 이런 점에서 차별화가 나타나죠. 링컨 라임 시리즈는 ‘법의학’이라고 해서 증거물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관련 용어는 솔직히 일반인들의 이해도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블러드 워크>나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미스터리들은 상당히 친절하면서 초보자건 전문가건 뒤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그려져있지요. 그 뒤를 잘 쫓으면 기대이상의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런 게 바로 소설 책을 자꾸 집어들게 만드는 마력적인 매력이죠. 그런 점이야말로 마이클 코넬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프리 디버의 휘몰아치는 반전 토네이도에 비하면 마이클 코넬리의 반전은 소규모 회오리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반전도 ‘적재적소’지요. 그래서 두 작가 모두 독자의 큰 사랑과 지지를 얻었을 겁니다.
 
그러고보니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영화는 예전에 본 듯 한데, 거의 기억조차 남아있질 않을 걸 보면 무척 재미없게 본 듯 합니다. 그런데 소설은 엄청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결론은........? 그냥 소설로 보세요^^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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