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고분샤
2009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루비박스)
역사 추리 쪽으로 몇 편의 수작을 발표했던 야나기 코지 추리소설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전 <황금의 재>, <향연>, <시작의 섬> 정도 중에 첫 타자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시튼 탐정 동물기>가 1번 타자가 됐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 작품이 재밌는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좀 가볍게 읽기에 좋은 단편집이거든요.
앞서 말한 세 작품은 전부 장편이고, <시튼 탐정 동물기>는 장편 보다는 <백만의 마르코>라는 마르코 폴로가 감옥 안에서 동료 죄수들에게 자신이 몽고에서 겪은 이런 저런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짤막한 단편집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적은 페이지 수에 비해 수록된 단편은 7편으로 많습니다. 구조는 시튼이 자신이 겪은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작중 화자 '나'에게 들려주는 스타일이죠. 이래서 이리 됐습니다. 끝!! 하면 '나'는 아니 '왜!' 그리 됐나요? 라고 반문하게 되고 시튼은 씩 웃어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방식인데, 이게 완전 <백만의 마르코> 시리즈와 판박이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백만의 마르코>보다는 <시튼 동물 탐정기>가 좀 더 미스터리 구색이 갖추어져있고, 분량도 미묘하지만 좀 더 많이 책정됐다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거의 똑같습니다.
단지 <시튼>은 미스터리 기초 문법을 동물들의 습성과 재밌게 연결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짤막한 단편이지만 흥미롭게 그려지고, 적당히 생각할 거리도 던지는 면이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동물이 나와서 친숙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어쨌든 미스터리 자체만 놓고 보면 그다지 주목할 건 없습니다. 수록된 단편 중 제일 재밌던 것은 '카림포의 악마' (늑대왕 로보와 연결되는 단편) '실버스팟'(까마귀)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곰의 왕 잭' 이렇게 세 편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역사 추리 삼부작(편의상 제 맘대로 붙였습니다.)보다는 나중에 나온 <조커 게임>과 <도쿄 프리즌>이 더 호평을 얻고 인기도 얻었던 걸 감안하면 이쪽이 먼저 우리말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여지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애착이 더 가는 역사 추리 세자매(..) 쪽이 먼저 나오길 바랍니다만, 그저 일개 팬의 바람일 뿐이겠지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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