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010년 우리말(영림카디널)
전작 <수도원의 죽음>에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어둠의 불>(원제 : Dark Fire)은 전편과는 성격이 상당히 달라진 역사 추리소설입니다. 1540년 런던을 무대로 누명을 쓴 소녀의 변론을 맡게 된 주인공 매튜 샤들레이크. 소녀의 누명을 벗겨야 하는데, 정작 소녀는 입을 꼭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질 않습니다. 소녀의 태도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지만, 크롬웰 경의 힘으로 재판은 번복되고 2주의 시간을 벌게 됩니다. 대신 샤들레이크는 크롬웰을 위해서 '그리스의 불'이라는 무기를 얻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 옆에는 크롬웰에게 충성을 바치는 바라크라는 청년이 함께하죠.
일단 전작과 가장 큰 차이는 액션입니다. <수도원의 죽음>은 수도원 한 곳을 무대로 펼쳐지는 상당히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어둠의 불>은 단서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위험에 맞닥뜨리는 '동'적인 분위기가 강렬합니다. <수도원의 죽음>에서도 액션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둠의 불>에서 적에게 맞서서 칼을 빼들고 휘두르는 샤들레이크의 모습은 많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또하나는 동시에 두 가지 사건이 전개됩니다. 자기변론을 하지 않는 소녀가 갖고 있는 비밀은? 그리스의 불이란? 이렇게 큰 뼈대의 사건이 동시진행되죠. 전작의 주인공이 재등장은 하지만 미스터리적 성격은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역사 추리라는 장르에 걸맞게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묘사는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사실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어둠의 불>은 미스리적 재미 하나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그 안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겪어야 하는 사건과 갈등을 , 미스터리적으로 묘사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독자는 지켜보면서 거기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스터리자 주는 아니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두 가지 사건이 과연 어떻게 맞물려가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는 분명 색다를 겁니다.
그러고보니 이 작품으로 샌섬은영국추리작가협회 역사추리상 앨리스 피터스 상을 수상했습니다. 같은 상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어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새러 월터스의 <핑거스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어둠의불>도 그에 못지 않는 좋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가 계속해서 우리말로 나오길 바랍니다만, 과연 제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전적으로 '어른들의 주머니 사정'에 달려있다는 것이 슬픕니다. 아니면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역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정도는 배워둬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캐드펠 시리즈가 전권 다 번역됐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싶네요.)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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