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말 (시공사)
<점성술 살인사건>이 정식으로 나왔을 때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만, <이방의 기사>도 혹시 우리말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 동안 원서로 그냥 읽어버릴까 수없이(?) 고민도 했습니다만, 아무리 일본어에 능통하다고 해도 (물론 제 일본어 실력은 푸른기와집 수준 정도로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국어보다는 못하죠. 그래서 어지간하면 기다리는 편이긴 한데, 그러던 것이 벌써 몇 년 전 일이었고, 다시 잊혀질만 할 때 우리말로 전격(?) 출간됐습니다. 그리고 직접 손에 쥐기까지 또 시간이 걸리게 됐습니다.
아무튼 저도 사람이다보니 듣는 귀가 있고, 보는 눈이 있는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인 시마다 소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방의 기사>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컸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재미는 더 크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대부분이더군요. <이방의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일본애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입니다. 그것도 남성 로맨스로 분류하면 딱 좋겠더군요. 소설 보다는 드라마 (영화는 티켓 값이 좀 아까울 듯)가 더 잘 어울리겠고, 남성 판타지 같은 요소도 있으니 특히 남자 독자들 그 중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는 - 중년은 안되고 청년과 중년의 사이 정도가 딱 좋을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 나이대군요. ㅋㅋ
과거의 아련한 향수,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등등 모든 것이 형상화되어 시마다 소지의 私소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녀석이 바로 <이방의 기사>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있지만 실제로 추리는 없는 구조가 되버렸더군요. 사실 이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 작품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진짜 출발점이었던 것을 보면 말이죠. 소설 말미에 구구절절 작가의 말이 들어가 있는데, 솔직히 소설 본 내용보다 시마다 소지 말이 더 재밌습니다.
물론 <이방의 기사>가 무조건 실망만 안겨다 준 건 아닙니다. 산으로 가버린 청소(?) 군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가 <이방의 기사> 안에서는 개성이란 포장을 달고 잘 살아있으니까요. 풋풋한 이십 대의 미타리이 기요시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겁니다. <이방의 기사>의 가치는 거기에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을 바라면 안되는 거지요. 또한 시마다 소지가 이런(?) 내용의 소설도 쓸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은 팬들에게 보내진 작가의 자그만 선물상자입니다.
평점 6 / 10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콤비에게 주는 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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