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8일 일요일

베일 - 오츠 이치

1998년 슈에이샤
2001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황매)

<암흑동화> <여름과 불꽃놀이와 사체> 를 우리말로 출판한 황매에서 <베일>이란 제목으로 (원제 : 천제요호) 오츠 이치의 단편 두 편이 실린 녀석이 작년에 발간됐다. 학산문화사 쪽에서 발간된 <실종 홀리데이> <미처죽지 못한 파랑> <어둠 속의 기다림> 과 합치면 (기존에 소리소문 없이 나왔던 <쓸쓸함의 주파수> <너밖에 들리지 않아>까지 포함) 오츠 이치가 쓴 소설 대부분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됐다.

기존에 출판된 녀석들은 원제목 그대로 달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제목이 바뀌었다. 바뀐 이유는? 바로 수록된 단편 안에 그 해답이 있다. 처음을 장식한 '천제요호'. 여우 가면을 사이에 두고 가면 건녀편의 순수의 상징 교코와 가면 안의 타락과 고뇌의 상징 야기의 대칭이 서간문 형식을 두고 시간교차를 통해 표출되는데 새롭게 단 제목 '베일'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느낌이다. 또한 마지막(이라고 해봤자 겨우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았지만;;;) '마스크드 볼'은 화장실 낙서라는 - 요즘으로 따지자면 인터넷 익명게시판 정도가 되겠자 - 익명성을 무기로 진실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이 역시 '베일'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원제목은 단순히 단편제목을 그대로 단행본 제목으로 만든 것이라 별 다른 센스가 느껴지지 않았던 반면 우리말 제목 '베일'은 꽤 마음에 든다. 이 제목 정한 사람은 분명 오츠 이치의 팬이었을 것이다. (라고 맘대로 상상해본다.)

잡설은 끝내고 간략한 내용은 뭐 인터넷 서점 사이트 둘러보면 나오는 것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장르 이야기로 가서 천제요호는 판타지, 마스크드 볼은 학원 미스터리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어쨌든 단편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아서 원서도 무지 얇은데, 우리말로 나온 이 녀석 역시 얇기 그지 없다. 페이지 당 수록된 활자수를 제한해서 어떻게든 페이지 수를 늘려보려고 노력한 가상한 흔적도 보이긴 하다만, 부질없는 짓이다.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면 결코 좋다는 얘기를 꺼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으로서 추천하고픈 단편집이다. 물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평면견>도 같이 추천해 본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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