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동경창원사
2010년 우리말(북홀릭)
1952년 그 해 여름 도쿄 소년 스스무는 여름방학을 맞아 오사카로 놀러가고, 롯코 산 연못가에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소녀의 이름은 카오루. 스스무는 친구 카즈히코와 함께 카오루에게 첫눈에 반하고, '겉'으로는 '두 소년 meets 한 소녀' 이야기인 <흑백합>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소년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날 법한데, 저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중 하나입니다. <소나기>가 워낙에 소년 소녀 이야기의 아이콘 같은 소설이다보니 그래서였겠죠. 어쨌든 스스무, 카즈히코, 카오루 세 명이 귀엽게 '옥신각신' 노는 모습을 보면...아 나도 나이 먹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점은 스스무의 1인칭 주인공 보다는 관찰자에 가까운 시점 덕분에 독자는 아무래도 스스무 쪽에 더 친근감을 갖고 아련한 느낌도 들어서 그런 요소 요소들이 지나간 첫사랑 같은 코드를 자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흑백합>은 이런 소년 소녀 이야기와는 별개(?)로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는데요,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가 베를린에 출장갔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카오루의 고모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꼬맹이들의 남녀상열지사에 왜 어른 들의 이야기가 끼어들었을까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해답은 마지막에 가서야 나옵니다. ^^
다 좋은데 이 소설의 문제점은 역시 '미스터리'에 있습니다. 순문학 같은 느낌과 추리소설 분위기를 한데 엮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 수 있겠지만, 그냥 거기서 끝나면 안 되는 거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후자입니다. 전자는 제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후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일단 <흑백합>은 서술트릭 물입니다. 쓰인 트릭은 사실 엄청나게 유치한(너무 단순하고 오래된 고전적인 수법) 녀석입니다. 아마 여기서 '허무'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감탄'하는 독자도 있겠죠. 저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운 맛을 보았습니다. 뭐 굳이 면죄부를 달아주자면 어디까지나 그런 감상은 이성적 판단하에서였고, 감성적 느낌은 책 제목, 스토리, 미스터리의 해답 이 모든 것이 부드럽게 - 비록 트릭은 보잘 것 없지만 - 잘 어울러진 괜찮은 녀석이었다는 것입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같이 놓고 읽으면 색다른 맛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점 5 / 1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