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문고판 (고단샤)
2000년 고단샤
온다 리쿠의 대표작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파생된 파생작품 중 하나이면서 <미즈노 리세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단적으로 말해서 '순정' 소설이다. 그림만 없을 뿐이지 - 삽화는 제외 -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나 전개과정은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일본에서는 소녀만화라고 한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순정'코드가 잘 맞는 독자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재밌는 소설이었을테고, 영 맞지 않는 독자들은 '닭살' 순정 플러스 '어설픈' 미스터리로 별 재미없는 소설이었지 않을까?
순정 판타지 미스터리같은 내용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다 리쿠의 '코드'가 옅보인다. 첫째, 극중에 교장이 연 다과회에서 거울 성의 공주 이야기의 결말을 각자 유추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리세 이외의 캐릭터의 개성이 묻어난 결말과 원래 결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내용이다. 또한 나중에 온다 리쿠가 추구하게 되는 '열린' 결말과 유사한 면도 있다. 둘째, 리세의 룸메이트 유리가 출연한 미스터리 연극이다. 광장에서 벌어진 두 여자의 칼부림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이 포인트인데, 이런 요소는 나중에
를 지나 <유지니아>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셋째, 후반에 등장하는 진실게임. 온다 리쿠는 다른데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설내에서 효과적으로 재배치 시킴으로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작가다. 진실게임이 바로 그런 요소이다. 넷째,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연출이다. 독자를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요소를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도입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잡아낸다. 물론 여기서 필연적으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는 완성도 높은 결말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위에 말한 코드는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보이는 것들이다. 그래서 온다 리쿠의 소설을 단숨에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녀석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작가 스스로 작가 생활이 길어질수록 '축소 재생산'만 해댄다고 느낀다고 하는데, 딱 맞는 말이다.
아무튼 후에 리세 시리즈는 <황혼녘 백합의 뼈>로 이어지고 다시 <장미 속 뱀>으로 연결된다. <장미 속 뱀>은 아직 일본에서 연재중인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언제 나올지, 그게 또 우리말로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밖 외전격으로 <도서관의 바다>에 수록된 <수련>은 리세의 유년기를 그린 단편이 있으며 '1001초 살인사건'에 수록된 단편 <비취의 아침, 수정의 밤>은 요한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유쾌한' 내용이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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