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7일 화요일

6개 돈가스 - 소부 겐이치



1998년 고단샤 노블즈 (제 3 회 메피스토상 수상)
2002년 문고판

출간 당시 평생 얻어먹어도 다 듣지 못할 욕을 얻어먹었다는 '화제작(?)' <6개>를 이제서야 다 읽었습니다. 읽기 시작한 건 작년 말 10월 경. 그런데 다 읽은 건 '어린이날'을 얼마 안 남겨둔 4월 말 현재. 책에 수록된 단편은 총 15 편인데, 거의 7개월 걸린 것인데, 한 달에 단편 2개 정도 읽었다는 결론이 납니다. 징하게 천천히도 읽었네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당혹스런 기분에 빠질지 모릅니다. 저도 그런 독자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처음 수록된 단편부터 순전 '말장난' 갖고 노는 수준의 단편이었거든요.
'아, 이거 지뢰인 것 같아!'
라는 생각에 잠시 덮어두었다가, 그래도 소감이란 걸 작성하려면 최소한 작품을 끝까지 읽고서 써야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하는 터라, 다시 집어듭니다.

그러다 두 번째 단편
'남, 남작의 머리는 사실 가....가...가발이야!!!'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집니다.
웃겨서 터진게 아니라 어이상실로 인해 터진 웃음이죠.

그렇게 다시 책을 덮었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단편 1개 읽고 다시 덮고...
그것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책 1 권을 겨우 겨우 다 읽을 수 있었고, 이렇게 키보드 두들기고 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지금 <6개>를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첫 소감과는 많이 다릅니다.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무려 평점 6 점을 주고 싶을 정도니까요.

일단 6번째 단편 '시오카제 17호, 49분의 벽'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습니다. 단순한 '알리바이 깨부수기' 단편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의외의 곳'에서 뒷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치는데, 그게 어이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발상의 유연함'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6개>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라고 혹평의 뭇매를 맞은 작품입니다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치하고, 저속한 성적 농담과 어이없는 반전을 유연하게 묶어놓은 미스터리 단편집인 겁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여섯번째 단편과 표제작인 '여섯개 돈가스' 그리고 자매편인 '다섯 개 돈가스'입죠. 앞서 언급한 3편은 제대로된 미스터리라면, 문고판에만 수록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마스터베이션 연맹' 등은 저속함을 이용한 유머 미스터리가 되겠죠.

이런 설정을 갖고 이런 미스터리라니, 내 수준을 뭘로 본 것이냐! 라고 분개했을 독자들이 눈에 선하네요. 하지만 저는 저질 독자라서 그런지 '소부 겐이치'의 <여섯개 돈가스>는 제 레벨에 한해서는 딱 맞는 작품입니다. (ㅋㅋㅋ) 처음에는 어이없어서 덮었던 소설인데, 나중에는 아까워서 아껴아껴 읽었습니다.

헛점) '마스터베이션 연맹'에서 한글 발음을 갖고 나온 말장난도 있습니다만, 한국인으로서 그 트릭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인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들리나 봅니다. 모나미와 오나니(자위)가 어째서 비슷하게 들리는지 지금도 이해불가입니다;;;;;; 참고로 모나미는 우리말도 아니죠.

여담) 표제작과 자매편 '다섯 개 돈가스'는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의 메인 트릭을 '응용'한 단편입니다. 만날 할아버지만 팔아먹는 김전일 소년이 점성술 메인트릭을 그대로 베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죠.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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