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표가 두 장 생겼는데, 하나는 <아이언 맨2>를 보기로 하고, 남은 하나는 뭘 볼까 하다가 눈에 띈 문구가 있었는데 '미스터리'를 표방한 <베스트셀러>라는 영화였다.
대충 줄거리 보니 재밌을 것 같아서 봤다.
결과는...........?
<우리동네>의 재림!이었다. 아니, <우리동네>보다는 재밌었다. 그냥 그 뿐이다.
엄정화의 연기는 <오로라 공주>에서 이미 확인했고, <베스트셀러>는 그냥 복습이었다.
엄정화의 딸로 나온 박사랑이란 아역 배우가 참 귀여웠는데, 그렇다고 점수를 6점 7점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과응보' 홍보격인 영화내용을 보고 교훈을 얻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넓은 의미로 미스터리는 맞지만 좁은 의미로는 그냥 사이코 스릴러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그 이상을 바라면 별 재미 없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영상트릭이 쓰였는데, 워낙 다른 곳에서 이미 다들 써먹은 거라 초반에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OTL 이런 걸 간파하는 내 자신이 가끔 싫어진다. 이래서야 재미있게 볼 수가 없잖아!! ㅠ.ㅠ
평점 4 / 10 (엄정화 연기는 역시 좋다....)
2010년 4월 30일 금요일
밤 산책 - 요코미조 세이시
2009년 우리말 (시공사)
<옥문도> 이래로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도 어느덧 6번째 정식으로 소개됐는데,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우리말로 나올 수 있을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옥문도>만 나와도 다행이다! 했다가 <팔묘촌>까지 나오다니!! 아아!! 하다가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밤 산책>까지, 이러다가 요코미조 세이시 대표작들은 전부 우리말로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무튼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이 나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밤 산책>은 논란을 부를만한 내용을 담은 추리소설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꼽추'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래서 논란이 되는건가? 라고 생각하실 분은 거의 없겠지만 논란의 핵심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밤 산책>의 문제는 범인의 '정체'입니다. 이런 논란의 선구자격인 모 여사의 모 작품이 바로 떠오르는데, <밤 산책>은 바로 그 논란의 그물에서 바둥대는 물고기입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왜냐하면 그대로 갖다가 썼거든요.
오히려 안타까운 점은 실제 소설 안에서 쓰인 머리가 잘려나간 살인사건의 트릭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미스터리가 나왔을 법한데, 왜 거기다 그 트릭을 집어넣어서 오히려 요사스럽게 만들었는지 작가의 마음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밤 산책>을 읽고 제가 느낀 핵심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타깝고 아쉽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뼈대가 되는 모 작품을 못 본 독자라면 <밤 산책>과 <팔묘촌>을 같이 놓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두 소설은 1인칭 주인공 화자이자 긴다이치 고스케는 두 편 다 들러리(?) 같이 나오는 공통점도 있지만, 긴다이치 군의 활약상이 좀 다르거든요. <팔묘촌>의 긴다이치는 그 유명한 대사 '사실은 이미 범인은 알았걸랑요, 그런데....' 가 나옵니다만, <밤 산책>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긴다이치가 아니라 좀 더 활약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평점 3 / 10 (모 트릭이 아니었다면 6 점)
<옥문도> 이래로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도 어느덧 6번째 정식으로 소개됐는데,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우리말로 나올 수 있을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옥문도>만 나와도 다행이다! 했다가 <팔묘촌>까지 나오다니!! 아아!! 하다가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밤 산책>까지, 이러다가 요코미조 세이시 대표작들은 전부 우리말로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무튼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이 나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밤 산책>은 논란을 부를만한 내용을 담은 추리소설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꼽추'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래서 논란이 되는건가? 라고 생각하실 분은 거의 없겠지만 논란의 핵심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밤 산책>의 문제는 범인의 '정체'입니다. 이런 논란의 선구자격인 모 여사의 모 작품이 바로 떠오르는데, <밤 산책>은 바로 그 논란의 그물에서 바둥대는 물고기입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왜냐하면 그대로 갖다가 썼거든요.
오히려 안타까운 점은 실제 소설 안에서 쓰인 머리가 잘려나간 살인사건의 트릭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미스터리가 나왔을 법한데, 왜 거기다 그 트릭을 집어넣어서 오히려 요사스럽게 만들었는지 작가의 마음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밤 산책>을 읽고 제가 느낀 핵심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타깝고 아쉽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뼈대가 되는 모 작품을 못 본 독자라면 <밤 산책>과 <팔묘촌>을 같이 놓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두 소설은 1인칭 주인공 화자이자 긴다이치 고스케는 두 편 다 들러리(?) 같이 나오는 공통점도 있지만, 긴다이치 군의 활약상이 좀 다르거든요. <팔묘촌>의 긴다이치는 그 유명한 대사 '사실은 이미 범인은 알았걸랑요, 그런데....' 가 나옵니다만, <밤 산책>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긴다이치가 아니라 좀 더 활약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평점 3 / 10 (모 트릭이 아니었다면 6 점)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6개 돈가스 - 소부 겐이치
1998년 고단샤 노블즈 (제 3 회 메피스토상 수상)
2002년 문고판
출간 당시 평생 얻어먹어도 다 듣지 못할 욕을 얻어먹었다는 '화제작(?)' <6개>를 이제서야 다 읽었습니다. 읽기 시작한 건 작년 말 10월 경. 그런데 다 읽은 건 '어린이날'을 얼마 안 남겨둔 4월 말 현재. 책에 수록된 단편은 총 15 편인데, 거의 7개월 걸린 것인데, 한 달에 단편 2개 정도 읽었다는 결론이 납니다. 징하게 천천히도 읽었네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당혹스런 기분에 빠질지 모릅니다. 저도 그런 독자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처음 수록된 단편부터 순전 '말장난' 갖고 노는 수준의 단편이었거든요.
'아, 이거 지뢰인 것 같아!'
라는 생각에 잠시 덮어두었다가, 그래도 소감이란 걸 작성하려면 최소한 작품을 끝까지 읽고서 써야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하는 터라, 다시 집어듭니다.
그러다 두 번째 단편
'남, 남작의 머리는 사실 가....가...가발이야!!!'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집니다.
웃겨서 터진게 아니라 어이상실로 인해 터진 웃음이죠.
그렇게 다시 책을 덮었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단편 1개 읽고 다시 덮고...
그것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책 1 권을 겨우 겨우 다 읽을 수 있었고, 이렇게 키보드 두들기고 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지금 <6개>를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첫 소감과는 많이 다릅니다.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무려 평점 6 점을 주고 싶을 정도니까요.
일단 6번째 단편 '시오카제 17호, 49분의 벽'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습니다. 단순한 '알리바이 깨부수기' 단편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의외의 곳'에서 뒷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치는데, 그게 어이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발상의 유연함'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6개>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라고 혹평의 뭇매를 맞은 작품입니다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치하고, 저속한 성적 농담과 어이없는 반전을 유연하게 묶어놓은 미스터리 단편집인 겁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여섯번째 단편과 표제작인 '여섯개 돈가스' 그리고 자매편인 '다섯 개 돈가스'입죠. 앞서 언급한 3편은 제대로된 미스터리라면, 문고판에만 수록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 '마스터베이션 연맹' 등은 저속함을 이용한 유머 미스터리가 되겠죠.
이런 설정을 갖고 이런 미스터리라니, 내 수준을 뭘로 본 것이냐! 라고 분개했을 독자들이 눈에 선하네요. 하지만 저는 저질 독자라서 그런지 '소부 겐이치'의 <여섯개 돈가스>는 제 레벨에 한해서는 딱 맞는 작품입니다. (ㅋㅋㅋ) 처음에는 어이없어서 덮었던 소설인데, 나중에는 아까워서 아껴아껴 읽었습니다.
헛점) '마스터베이션 연맹'에서 한글 발음을 갖고 나온 말장난도 있습니다만, 한국인으로서 그 트릭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인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들리나 봅니다. 모나미와 오나니(자위)가 어째서 비슷하게 들리는지 지금도 이해불가입니다;;;;;; 참고로 모나미는 우리말도 아니죠.
여담) 표제작과 자매편 '다섯 개 돈가스'는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의 메인 트릭을 '응용'한 단편입니다. 만날 할아버지만 팔아먹는 김전일 소년이 점성술 메인트릭을 그대로 베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죠.
평점 6 / 10
마인(魔人) - 김내성
2009년 판타스틱
추리소설 팬 중에 우리나라 추리 소설 역사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나오는 소설 하나가 있습니다. 그 책이 이번에 소개할 '김내성'의 장편 탐정 소설 <마인>입니다. 1939년 당시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녀석으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거'의 소설이 2009년에 - 아무래도 국내에 미스터리 시장성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판단이 더해졌을 듯 합니다만 - 두 가지 판본으로 덜컥 나와버렸습니다. 하나는 여기서 소개하는 '판타스틱'에서 나온 양장본이고, 다른 하나는 '삽화'가 들어간 '정산미디어' 버전이 있습니다. (물론 2008년도 지만지 버전이 있긴 합니다만 이쪽은 육안으로 확인하질 못했습니다.)
책 장정이나 가격으로 보나 기타 등등 판타스틱 판 (페이퍼하우스) <마인>이 가장 충실한 판본인 듯 하지만 이게 또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논문 수준으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비전문가 입장에서 깊게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적다보니 삽화본과 판타스틱본 둘 다 결국 원본을 임의로 바꾸었다는 정도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여기서는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순수하게 책 내용만 갖고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공작부인 주은몽의 결혼축하기념으로 열린 가장무도회. 이 날 공작부인이 어릿광대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귀신 같은 재주로 종적이 묘연해 집니다. 공작부인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복수귀 해월.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명탐정 유불란. 하지만 참극은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기본 소재는 '복수'입니다. 복수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여기에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딱인데, <마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로 잘 알려진 <장한몽> (원작은 일본소설 <금색야차>)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 폭풍같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겠고, 이런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는데 '막장 드라마'라고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도 시청율이라는 최강의 방패이자 무기를 동시에 챙기는 유치한 드라마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통속적인 요소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당시의 통속은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지만 작금의 그것은 그냥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녀석들로 변질됐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지만요. 이런 추리와 통속은 에도가와 란포에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탐정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정작 대중이 선호한 건 '통속'이었던 란포의 고뇌에서 김내성의 고뇌를 같이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좋은 추리 소설도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인>에 들어간 그런 요소는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해야할 것들이겠지요. 유불란은 작중에서 '탐정은 리얼리스트여야하지, 로맨티스트여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하지만 로맨티스트인 탐정도 탐정이고, 리얼리스트인 탐정도 탐정인 결국 '같은' 탐정이란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히려 <마인>은 철인이 아닌 고뇌하는 탐정 유불란이란 캐릭터 덕분에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마인>은 복수와 연애질을 제외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범죄와 참극이 더해질수록 쌓여가는 단서와 수수께끼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까지, 고전 미스터리가 갖추어야할 요소를 두루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라던가, 요것이라던가, 저것이라던가.......아무튼 고전 추리에서 빠지면 제법 섭섭할 요소들 몇가지를 활용하고 있어서 고전 팬들이라면 즐거워서 입가가 씰룩거릴 겁니다.
이렇게 <마인>은 당시 통속적인 요소가 들어가있는 동시에 본격적인 '탐정' 소설로서의 묘미까지 동시에 갖춘 추리소설입니다. 그저 <마인>의 단점은 당시에는 상당히 멋진 트릭이었을 법한 구성이, 현대에서는 난이도가 상당히 쉬운 트릭이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과거의 향채가 묻어나는 <마인>은 역사성이 제로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마인>의 추리소설적 가치를 떨어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짬을 내셔서 서점에 직접 가셔서 여러 판본을 비교해보시고 구매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평점 8 / 10
추리소설 팬 중에 우리나라 추리 소설 역사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나오는 소설 하나가 있습니다. 그 책이 이번에 소개할 '김내성'의 장편 탐정 소설 <마인>입니다. 1939년 당시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녀석으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거'의 소설이 2009년에 - 아무래도 국내에 미스터리 시장성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판단이 더해졌을 듯 합니다만 - 두 가지 판본으로 덜컥 나와버렸습니다. 하나는 여기서 소개하는 '판타스틱'에서 나온 양장본이고, 다른 하나는 '삽화'가 들어간 '정산미디어' 버전이 있습니다. (물론 2008년도 지만지 버전이 있긴 합니다만 이쪽은 육안으로 확인하질 못했습니다.)
책 장정이나 가격으로 보나 기타 등등 판타스틱 판 (페이퍼하우스) <마인>이 가장 충실한 판본인 듯 하지만 이게 또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논문 수준으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비전문가 입장에서 깊게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적다보니 삽화본과 판타스틱본 둘 다 결국 원본을 임의로 바꾸었다는 정도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여기서는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순수하게 책 내용만 갖고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공작부인 주은몽의 결혼축하기념으로 열린 가장무도회. 이 날 공작부인이 어릿광대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귀신 같은 재주로 종적이 묘연해 집니다. 공작부인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복수귀 해월.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명탐정 유불란. 하지만 참극은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기본 소재는 '복수'입니다. 복수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여기에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딱인데, <마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로 잘 알려진 <장한몽> (원작은 일본소설 <금색야차>)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 폭풍같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겠고, 이런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는데 '막장 드라마'라고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도 시청율이라는 최강의 방패이자 무기를 동시에 챙기는 유치한 드라마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통속적인 요소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당시의 통속은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지만 작금의 그것은 그냥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녀석들로 변질됐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지만요. 이런 추리와 통속은 에도가와 란포에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탐정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정작 대중이 선호한 건 '통속'이었던 란포의 고뇌에서 김내성의 고뇌를 같이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좋은 추리 소설도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인>에 들어간 그런 요소는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해야할 것들이겠지요. 유불란은 작중에서 '탐정은 리얼리스트여야하지, 로맨티스트여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하지만 로맨티스트인 탐정도 탐정이고, 리얼리스트인 탐정도 탐정인 결국 '같은' 탐정이란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히려 <마인>은 철인이 아닌 고뇌하는 탐정 유불란이란 캐릭터 덕분에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마인>은 복수와 연애질을 제외하고 불가사의해 보이는 범죄와 참극이 더해질수록 쌓여가는 단서와 수수께끼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까지, 고전 미스터리가 갖추어야할 요소를 두루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라던가, 요것이라던가, 저것이라던가.......아무튼 고전 추리에서 빠지면 제법 섭섭할 요소들 몇가지를 활용하고 있어서 고전 팬들이라면 즐거워서 입가가 씰룩거릴 겁니다.
이렇게 <마인>은 당시 통속적인 요소가 들어가있는 동시에 본격적인 '탐정' 소설로서의 묘미까지 동시에 갖춘 추리소설입니다. 그저 <마인>의 단점은 당시에는 상당히 멋진 트릭이었을 법한 구성이, 현대에서는 난이도가 상당히 쉬운 트릭이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과거의 향채가 묻어나는 <마인>은 역사성이 제로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마인>의 추리소설적 가치를 떨어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짬을 내셔서 서점에 직접 가셔서 여러 판본을 비교해보시고 구매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평점 8 / 10
2010년 4월 26일 월요일
이방의 기사 - 시마다 소지
2010년 우리말 (시공사)
<점성술 살인사건>이 정식으로 나왔을 때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만, <이방의 기사>도 혹시 우리말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 동안 원서로 그냥 읽어버릴까 수없이(?) 고민도 했습니다만, 아무리 일본어에 능통하다고 해도 (물론 제 일본어 실력은 푸른기와집 수준 정도로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국어보다는 못하죠. 그래서 어지간하면 기다리는 편이긴 한데, 그러던 것이 벌써 몇 년 전 일이었고, 다시 잊혀질만 할 때 우리말로 전격(?) 출간됐습니다. 그리고 직접 손에 쥐기까지 또 시간이 걸리게 됐습니다.
아무튼 저도 사람이다보니 듣는 귀가 있고, 보는 눈이 있는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인 시마다 소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방의 기사>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컸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재미는 더 크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대부분이더군요. <이방의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일본애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입니다. 그것도 남성 로맨스로 분류하면 딱 좋겠더군요. 소설 보다는 드라마 (영화는 티켓 값이 좀 아까울 듯)가 더 잘 어울리겠고, 남성 판타지 같은 요소도 있으니 특히 남자 독자들 그 중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는 - 중년은 안되고 청년과 중년의 사이 정도가 딱 좋을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 나이대군요. ㅋㅋ
과거의 아련한 향수,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등등 모든 것이 형상화되어 시마다 소지의 私소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녀석이 바로 <이방의 기사>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있지만 실제로 추리는 없는 구조가 되버렸더군요. 사실 이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 작품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진짜 출발점이었던 것을 보면 말이죠. 소설 말미에 구구절절 작가의 말이 들어가 있는데, 솔직히 소설 본 내용보다 시마다 소지 말이 더 재밌습니다.
물론 <이방의 기사>가 무조건 실망만 안겨다 준 건 아닙니다. 산으로 가버린 청소(?) 군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가 <이방의 기사> 안에서는 개성이란 포장을 달고 잘 살아있으니까요. 풋풋한 이십 대의 미타리이 기요시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겁니다. <이방의 기사>의 가치는 거기에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을 바라면 안되는 거지요. 또한 시마다 소지가 이런(?) 내용의 소설도 쓸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은 팬들에게 보내진 작가의 자그만 선물상자입니다.
평점 6 / 10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콤비에게 주는 점수입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이 정식으로 나왔을 때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만, <이방의 기사>도 혹시 우리말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 동안 원서로 그냥 읽어버릴까 수없이(?) 고민도 했습니다만, 아무리 일본어에 능통하다고 해도 (물론 제 일본어 실력은 푸른기와집 수준 정도로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국어보다는 못하죠. 그래서 어지간하면 기다리는 편이긴 한데, 그러던 것이 벌써 몇 년 전 일이었고, 다시 잊혀질만 할 때 우리말로 전격(?) 출간됐습니다. 그리고 직접 손에 쥐기까지 또 시간이 걸리게 됐습니다.
아무튼 저도 사람이다보니 듣는 귀가 있고, 보는 눈이 있는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인 시마다 소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방의 기사>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컸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재미는 더 크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대부분이더군요. <이방의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일본애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입니다. 그것도 남성 로맨스로 분류하면 딱 좋겠더군요. 소설 보다는 드라마 (영화는 티켓 값이 좀 아까울 듯)가 더 잘 어울리겠고, 남성 판타지 같은 요소도 있으니 특히 남자 독자들 그 중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는 - 중년은 안되고 청년과 중년의 사이 정도가 딱 좋을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 나이대군요. ㅋㅋ
과거의 아련한 향수,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등등 모든 것이 형상화되어 시마다 소지의 私소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녀석이 바로 <이방의 기사>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있지만 실제로 추리는 없는 구조가 되버렸더군요. 사실 이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 작품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진짜 출발점이었던 것을 보면 말이죠. 소설 말미에 구구절절 작가의 말이 들어가 있는데, 솔직히 소설 본 내용보다 시마다 소지 말이 더 재밌습니다.
물론 <이방의 기사>가 무조건 실망만 안겨다 준 건 아닙니다. 산으로 가버린 청소(?) 군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가 <이방의 기사> 안에서는 개성이란 포장을 달고 잘 살아있으니까요. 풋풋한 이십 대의 미타리이 기요시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겁니다. <이방의 기사>의 가치는 거기에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을 바라면 안되는 거지요. 또한 시마다 소지가 이런(?) 내용의 소설도 쓸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은 팬들에게 보내진 작가의 자그만 선물상자입니다.
평점 6 / 10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콤비에게 주는 점수입니다.)
2010년 4월 25일 일요일
트라이앵글 - 간사이TV
2009년 전 11 화
작년에 방여된 <트라이앵글>은 니이츠 기요미가 2008년도에 내놓은 동명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대폭 각색'한 TV 드라마입니다. 일단 드라마는 원작 소설과 설정자체는 비슷합니다. 주인공(고다 료지, 가츠라기 사치 등)과 조연(료지의 동창생, 경찰동료) 들의 기본적인 구도는 거의 똑같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만 나오는 캐릭터들이 있죠. (누군지는 일부러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아예 없는, 드라마에서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플롯도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전 11 화. 최근 일본 드라마는 9화 정도에서 끝내기도 하는데, 11화까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건 대단히 힘든일입니다. 게다가 원작 내용 자체가 추리보다는 연애질이 주목적인 듯 보이기도 하니까요. (내 인생을 찾아라! 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도있겠지만요.)
그래서 드라마가 사용한 수법은 영상트릭(소설의 서술트릭과 마찬가지)과 매화 '반전'을 준비합니다. 영상트릭이란 일부러 편집한 장면을 내보여주고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자극해서 의도된 방향으로 시선을 주목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다가 사실은 그게 아니지롱! 이라고 하면서 밥상을 뒤집어 엎습니다. 이걸 매화 반복합니다.
게다가 진행은 감질납니다. 야금 야금 진행되죠. 뭔가 밝혀지는 것 같지만 아니고, 그러다가 크게 터지는 것 같다 싶다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복귀~~ 그렇게 10화까지 끌고 가는데, 아마 이거 실시 간으로 시청한 사람들은 꽤 근질거렸을 듯 합니다. 그래서 원작 찾아보고 벽에다가 던진 사람도 아마 많을 거고요. (저도 그 중에 한 명이라고는 도저히 제 입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ㅠ.ㅠ)
어쨌든 드라마는 어떻게 하면 '흥미'를 이끌까에 대해 연구를 했고, 시나리오 각색도 제법 신경을 써서 해넣었습니다. 단 하나 제작진들이 오판을 한 것이 있습니다. 감질맛 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막바지까지 같은 패턴으로 반복을 하면 이 역시 흥미를 '잃기' 쉬운 이유가 된다는 것을 말이죠. 또 하나 앞으로 남은 시간(방영해야할 화수)을 역계산해서 현재 미스 디렉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
나중에 시간이 허락하는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을 겁니다. 단, 절대 몰아보지 마시고, 하루에 한 편 정도로 감질맛 나게 보세요^^
사족이 아닌 진심입니다만....원작 보다 드라마가 낫습니다. '미스터리'에 한해서는 말이죠.
5점 줄까 6점 줄까 망설였지만, 제 마음이 무척 여리다보니 6점 주기로 했습니다.ㅋㅋ
여담) 히로스에 료코 나옵니다;;;;
평점 6 / 10
작년에 방여된 <트라이앵글>은 니이츠 기요미가 2008년도에 내놓은 동명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대폭 각색'한 TV 드라마입니다. 일단 드라마는 원작 소설과 설정자체는 비슷합니다. 주인공(고다 료지, 가츠라기 사치 등)과 조연(료지의 동창생, 경찰동료) 들의 기본적인 구도는 거의 똑같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만 나오는 캐릭터들이 있죠. (누군지는 일부러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아예 없는, 드라마에서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플롯도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전 11 화. 최근 일본 드라마는 9화 정도에서 끝내기도 하는데, 11화까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건 대단히 힘든일입니다. 게다가 원작 내용 자체가 추리보다는 연애질이 주목적인 듯 보이기도 하니까요. (내 인생을 찾아라! 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도있겠지만요.)
그래서 드라마가 사용한 수법은 영상트릭(소설의 서술트릭과 마찬가지)과 매화 '반전'을 준비합니다. 영상트릭이란 일부러 편집한 장면을 내보여주고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자극해서 의도된 방향으로 시선을 주목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다가 사실은 그게 아니지롱! 이라고 하면서 밥상을 뒤집어 엎습니다. 이걸 매화 반복합니다.
게다가 진행은 감질납니다. 야금 야금 진행되죠. 뭔가 밝혀지는 것 같지만 아니고, 그러다가 크게 터지는 것 같다 싶다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복귀~~ 그렇게 10화까지 끌고 가는데, 아마 이거 실시 간으로 시청한 사람들은 꽤 근질거렸을 듯 합니다. 그래서 원작 찾아보고 벽에다가 던진 사람도 아마 많을 거고요. (저도 그 중에 한 명이라고는 도저히 제 입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ㅠ.ㅠ)
어쨌든 드라마는 어떻게 하면 '흥미'를 이끌까에 대해 연구를 했고, 시나리오 각색도 제법 신경을 써서 해넣었습니다. 단 하나 제작진들이 오판을 한 것이 있습니다. 감질맛 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막바지까지 같은 패턴으로 반복을 하면 이 역시 흥미를 '잃기' 쉬운 이유가 된다는 것을 말이죠. 또 하나 앞으로 남은 시간(방영해야할 화수)을 역계산해서 현재 미스 디렉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
나중에 시간이 허락하는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을 겁니다. 단, 절대 몰아보지 마시고, 하루에 한 편 정도로 감질맛 나게 보세요^^
사족이 아닌 진심입니다만....원작 보다 드라마가 낫습니다. '미스터리'에 한해서는 말이죠.
5점 줄까 6점 줄까 망설였지만, 제 마음이 무척 여리다보니 6점 주기로 했습니다.ㅋㅋ
여담) 히로스에 료코 나옵니다;;;;
평점 6 / 10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흑백합 - 타지마 토시유키
2008년 동경창원사
2010년 우리말(북홀릭)
1952년 그 해 여름 도쿄 소년 스스무는 여름방학을 맞아 오사카로 놀러가고, 롯코 산 연못가에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소녀의 이름은 카오루. 스스무는 친구 카즈히코와 함께 카오루에게 첫눈에 반하고, '겉'으로는 '두 소년 meets 한 소녀' 이야기인 <흑백합>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소년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날 법한데, 저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중 하나입니다. <소나기>가 워낙에 소년 소녀 이야기의 아이콘 같은 소설이다보니 그래서였겠죠. 어쨌든 스스무, 카즈히코, 카오루 세 명이 귀엽게 '옥신각신' 노는 모습을 보면...아 나도 나이 먹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점은 스스무의 1인칭 주인공 보다는 관찰자에 가까운 시점 덕분에 독자는 아무래도 스스무 쪽에 더 친근감을 갖고 아련한 느낌도 들어서 그런 요소 요소들이 지나간 첫사랑 같은 코드를 자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흑백합>은 이런 소년 소녀 이야기와는 별개(?)로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는데요,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가 베를린에 출장갔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카오루의 고모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꼬맹이들의 남녀상열지사에 왜 어른 들의 이야기가 끼어들었을까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해답은 마지막에 가서야 나옵니다. ^^
다 좋은데 이 소설의 문제점은 역시 '미스터리'에 있습니다. 순문학 같은 느낌과 추리소설 분위기를 한데 엮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 수 있겠지만, 그냥 거기서 끝나면 안 되는 거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후자입니다. 전자는 제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후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일단 <흑백합>은 서술트릭 물입니다. 쓰인 트릭은 사실 엄청나게 유치한(너무 단순하고 오래된 고전적인 수법) 녀석입니다. 아마 여기서 '허무'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감탄'하는 독자도 있겠죠. 저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운 맛을 보았습니다. 뭐 굳이 면죄부를 달아주자면 어디까지나 그런 감상은 이성적 판단하에서였고, 감성적 느낌은 책 제목, 스토리, 미스터리의 해답 이 모든 것이 부드럽게 - 비록 트릭은 보잘 것 없지만 - 잘 어울러진 괜찮은 녀석이었다는 것입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같이 놓고 읽으면 색다른 맛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점 5 / 10
2010년 우리말(북홀릭)
1952년 그 해 여름 도쿄 소년 스스무는 여름방학을 맞아 오사카로 놀러가고, 롯코 산 연못가에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소녀의 이름은 카오루. 스스무는 친구 카즈히코와 함께 카오루에게 첫눈에 반하고, '겉'으로는 '두 소년 meets 한 소녀' 이야기인 <흑백합>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소년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날 법한데, 저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중 하나입니다. <소나기>가 워낙에 소년 소녀 이야기의 아이콘 같은 소설이다보니 그래서였겠죠. 어쨌든 스스무, 카즈히코, 카오루 세 명이 귀엽게 '옥신각신' 노는 모습을 보면...아 나도 나이 먹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점은 스스무의 1인칭 주인공 보다는 관찰자에 가까운 시점 덕분에 독자는 아무래도 스스무 쪽에 더 친근감을 갖고 아련한 느낌도 들어서 그런 요소 요소들이 지나간 첫사랑 같은 코드를 자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흑백합>은 이런 소년 소녀 이야기와는 별개(?)로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는데요,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가 베를린에 출장갔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카오루의 고모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꼬맹이들의 남녀상열지사에 왜 어른 들의 이야기가 끼어들었을까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해답은 마지막에 가서야 나옵니다. ^^
다 좋은데 이 소설의 문제점은 역시 '미스터리'에 있습니다. 순문학 같은 느낌과 추리소설 분위기를 한데 엮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 수 있겠지만, 그냥 거기서 끝나면 안 되는 거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후자입니다. 전자는 제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후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일단 <흑백합>은 서술트릭 물입니다. 쓰인 트릭은 사실 엄청나게 유치한(너무 단순하고 오래된 고전적인 수법) 녀석입니다. 아마 여기서 '허무'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감탄'하는 독자도 있겠죠. 저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운 맛을 보았습니다. 뭐 굳이 면죄부를 달아주자면 어디까지나 그런 감상은 이성적 판단하에서였고, 감성적 느낌은 책 제목, 스토리, 미스터리의 해답 이 모든 것이 부드럽게 - 비록 트릭은 보잘 것 없지만 - 잘 어울러진 괜찮은 녀석이었다는 것입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누이 구루미의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같이 놓고 읽으면 색다른 맛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점 5 / 10
2010년 4월 21일 수요일
BOSS - 후지테레비
전 11 화
만화 캐릭터 + 경찰 + 미스터리
대략 이런 느낌의 드라마라고 보면 좋지 싶다.
초반에는 미스터리 깊이가 얕아서 푹 빠져들기에는 버겁다. 처음에는 그저 가슴,게이,대머리 등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미스터리 완성도도 볼맨해지면 제법 재밌는 시리즈가 되어 있는 걸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연쇄강간범을 검거하는 3화였다. 고전 미스터리의 기본인, 그야말로 범인은 바로 옆에! 라는 문구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다음으로는 7화로 '시다 미라이'가 선생을 죽인, 매우 머리가 좋은 범인 여고생역이었다. 스타일은 콜롬보 형사와 비슷했다.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점점 옥죄어가는 맛이 있던 내용이었다. 일단 이 두 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나머지는 뭐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아동학대, 반정부조직,조직내 부패 등 소재도 제법 다양하게 들어있다보니 11화라는 그리 긴 내용의 드라마는 아니지만 다양하게 재미를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담) 그러고보니 여주인공 배우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데 - 여왕의 교실의 여교사였는데, 아무튼 유명한 여자다.....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대사도 몇 마디 없는 처자가 보여서 유심히 살펴보니 최근에 시청했던 <라이어 게임> 드라마에 나왔던 '토다 에리카'였다. 라이어 게임에서는 연기 참 못한다~ 싶었는데, 그냥 표정 없애고 대사를 확 줄여버리니 꽤 볼만한 비주얼이 되더라.
평점 5 / 10
만화 캐릭터 + 경찰 + 미스터리
대략 이런 느낌의 드라마라고 보면 좋지 싶다.
초반에는 미스터리 깊이가 얕아서 푹 빠져들기에는 버겁다. 처음에는 그저 가슴,게이,대머리 등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미스터리 완성도도 볼맨해지면 제법 재밌는 시리즈가 되어 있는 걸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연쇄강간범을 검거하는 3화였다. 고전 미스터리의 기본인, 그야말로 범인은 바로 옆에! 라는 문구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다음으로는 7화로 '시다 미라이'가 선생을 죽인, 매우 머리가 좋은 범인 여고생역이었다. 스타일은 콜롬보 형사와 비슷했다.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점점 옥죄어가는 맛이 있던 내용이었다. 일단 이 두 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나머지는 뭐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아동학대, 반정부조직,조직내 부패 등 소재도 제법 다양하게 들어있다보니 11화라는 그리 긴 내용의 드라마는 아니지만 다양하게 재미를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담) 그러고보니 여주인공 배우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데 - 여왕의 교실의 여교사였는데, 아무튼 유명한 여자다.....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대사도 몇 마디 없는 처자가 보여서 유심히 살펴보니 최근에 시청했던 <라이어 게임> 드라마에 나왔던 '토다 에리카'였다. 라이어 게임에서는 연기 참 못한다~ 싶었는데, 그냥 표정 없애고 대사를 확 줄여버리니 꽤 볼만한 비주얼이 되더라.
평점 5 / 10
2010년 4월 20일 화요일
LIAR GAME Season 2
시즌1에서 완결이라고 생각했던 드라마.
그냥 이렇게 드라마는 끝인가보다 했는데 물건너 섬나라에서 생각보다 인기를 끌었나보다.
시즌2에 이어 '극장판'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사실 시즌1 드라마 마지막화는 무리하게 끝맺음을 하려고 해서 눈쌀이 찌푸려졌는데, 시즌2 첫화는 반대로 무리하게 이어볼려고 해서 눈쌀이 찌푸려진다. 뭐 그런 억지스럼과 이제는 고착되버린 콘크리트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서 새로운 게임 4회전과 준결승 전반전 후반전이 총 9 화에 걸쳐 펼쳐진다.
일단 시즌2도 기본적인 게임의 내용은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는 시즌1에서 원작과 다른 노선을 취해서 거기에 맞게 게임 내용도 약간의 수정이 되고 있다. 가령 시즌1에서 한반도를 연상케하는 설정을 임의로 바꾼 것이나, 시즌2에서는 신종 플루를 연상케하는 내용을 천사와 악마 게임으로 바꾼 것이 그런 부분에 들어갈 것이다. 부분 부분 수정했다고는 해도 기본 게임의 재미는 동일하고, 큰줄기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원작 팬이거나 이런 게임 감각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준결승 후반전은 시즌1 마지막을 장식한 밀수게임과 너무나 판박이라서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가츠라리 료라는 캐릭터 역시.......아키야마 신이치라는 캐릭터와 대립하는 관계이면서 별다른 포스를 보이지 못한 것 역시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어쨌든 원작을 9권까지 밖에 보질 못해서 시즌2 준결승 후반전의 내용과 원작간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영화를 위한 CM 수준에서 끝을 맺는다. 심지어 드라마 마지막화 뒷부분에는 영화 예고편까지 들어가있으니 말이다.
평점 4 / 10
그냥 이렇게 드라마는 끝인가보다 했는데 물건너 섬나라에서 생각보다 인기를 끌었나보다.
시즌2에 이어 '극장판'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사실 시즌1 드라마 마지막화는 무리하게 끝맺음을 하려고 해서 눈쌀이 찌푸려졌는데, 시즌2 첫화는 반대로 무리하게 이어볼려고 해서 눈쌀이 찌푸려진다. 뭐 그런 억지스럼과 이제는 고착되버린 콘크리트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서 새로운 게임 4회전과 준결승 전반전 후반전이 총 9 화에 걸쳐 펼쳐진다.
일단 시즌2도 기본적인 게임의 내용은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는 시즌1에서 원작과 다른 노선을 취해서 거기에 맞게 게임 내용도 약간의 수정이 되고 있다. 가령 시즌1에서 한반도를 연상케하는 설정을 임의로 바꾼 것이나, 시즌2에서는 신종 플루를 연상케하는 내용을 천사와 악마 게임으로 바꾼 것이 그런 부분에 들어갈 것이다. 부분 부분 수정했다고는 해도 기본 게임의 재미는 동일하고, 큰줄기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원작 팬이거나 이런 게임 감각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준결승 후반전은 시즌1 마지막을 장식한 밀수게임과 너무나 판박이라서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가츠라리 료라는 캐릭터 역시.......아키야마 신이치라는 캐릭터와 대립하는 관계이면서 별다른 포스를 보이지 못한 것 역시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어쨌든 원작을 9권까지 밖에 보질 못해서 시즌2 준결승 후반전의 내용과 원작간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영화를 위한 CM 수준에서 끝을 맺는다. 심지어 드라마 마지막화 뒷부분에는 영화 예고편까지 들어가있으니 말이다.
평점 4 / 10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베일 - 오츠 이치
1998년 슈에이샤
2001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황매)
<암흑동화> <여름과 불꽃놀이와 사체> 를 우리말로 출판한 황매에서 <베일>이란 제목으로 (원제 : 천제요호) 오츠 이치의 단편 두 편이 실린 녀석이 작년에 발간됐다. 학산문화사 쪽에서 발간된 <실종 홀리데이> <미처죽지 못한 파랑> <어둠 속의 기다림> 과 합치면 (기존에 소리소문 없이 나왔던 <쓸쓸함의 주파수> <너밖에 들리지 않아>까지 포함) 오츠 이치가 쓴 소설 대부분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됐다.
기존에 출판된 녀석들은 원제목 그대로 달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제목이 바뀌었다. 바뀐 이유는? 바로 수록된 단편 안에 그 해답이 있다. 처음을 장식한 '천제요호'. 여우 가면을 사이에 두고 가면 건녀편의 순수의 상징 교코와 가면 안의 타락과 고뇌의 상징 야기의 대칭이 서간문 형식을 두고 시간교차를 통해 표출되는데 새롭게 단 제목 '베일'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느낌이다. 또한 마지막(이라고 해봤자 겨우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았지만;;;) '마스크드 볼'은 화장실 낙서라는 - 요즘으로 따지자면 인터넷 익명게시판 정도가 되겠자 - 익명성을 무기로 진실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이 역시 '베일'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원제목은 단순히 단편제목을 그대로 단행본 제목으로 만든 것이라 별 다른 센스가 느껴지지 않았던 반면 우리말 제목 '베일'은 꽤 마음에 든다. 이 제목 정한 사람은 분명 오츠 이치의 팬이었을 것이다. (라고 맘대로 상상해본다.)
잡설은 끝내고 간략한 내용은 뭐 인터넷 서점 사이트 둘러보면 나오는 것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장르 이야기로 가서 천제요호는 판타지, 마스크드 볼은 학원 미스터리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어쨌든 단편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아서 원서도 무지 얇은데, 우리말로 나온 이 녀석 역시 얇기 그지 없다. 페이지 당 수록된 활자수를 제한해서 어떻게든 페이지 수를 늘려보려고 노력한 가상한 흔적도 보이긴 하다만, 부질없는 짓이다.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면 결코 좋다는 얘기를 꺼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으로서 추천하고픈 단편집이다. 물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평면견>도 같이 추천해 본다.
평점 6 / 10
2001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황매)
<암흑동화> <여름과 불꽃놀이와 사체>
기존에 출판된 녀석들은 원제목 그대로 달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제목이 바뀌었다. 바뀐 이유는? 바로 수록된 단편 안에 그 해답이 있다. 처음을 장식한 '천제요호'. 여우 가면을 사이에 두고 가면 건녀편의 순수의 상징 교코와 가면 안의 타락과 고뇌의 상징 야기의 대칭이 서간문 형식을 두고 시간교차를 통해 표출되는데 새롭게 단 제목 '베일'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느낌이다. 또한 마지막(이라고 해봤자 겨우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았지만;;;) '마스크드 볼'은 화장실 낙서라는 - 요즘으로 따지자면 인터넷 익명게시판 정도가 되겠자 - 익명성을 무기로 진실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이 역시 '베일'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원제목은 단순히 단편제목을 그대로 단행본 제목으로 만든 것이라 별 다른 센스가 느껴지지 않았던 반면 우리말 제목 '베일'은 꽤 마음에 든다. 이 제목 정한 사람은 분명 오츠 이치의 팬이었을 것이다. (라고 맘대로 상상해본다.)
잡설은 끝내고 간략한 내용은 뭐 인터넷 서점 사이트 둘러보면 나오는 것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그냥 장르 이야기로 가서 천제요호는 판타지, 마스크드 볼은 학원 미스터리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어쨌든 단편 두 편밖에 실리지 않아서 원서도 무지 얇은데, 우리말로 나온 이 녀석 역시 얇기 그지 없다. 페이지 당 수록된 활자수를 제한해서 어떻게든 페이지 수를 늘려보려고 노력한 가상한 흔적도 보이긴 하다만, 부질없는 짓이다.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면 결코 좋다는 얘기를 꺼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으로서 추천하고픈 단편집이다. 물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평면견>도 같이 추천해 본다.
평점 6 / 10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 온다 리쿠
2006년 우리말 (북폴리오)
2004년 문고판 (고단샤)
2000년 고단샤
온다 리쿠의 대표작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파생된 파생작품 중 하나이면서 <미즈노 리세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단적으로 말해서 '순정' 소설이다. 그림만 없을 뿐이지 - 삽화는 제외 -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나 전개과정은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일본에서는 소녀만화라고 한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순정'코드가 잘 맞는 독자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재밌는 소설이었을테고, 영 맞지 않는 독자들은 '닭살' 순정 플러스 '어설픈' 미스터리로 별 재미없는 소설이었지 않을까?
순정 판타지 미스터리같은 내용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다 리쿠의 '코드'가 옅보인다. 첫째, 극중에 교장이 연 다과회에서 거울 성의 공주 이야기의 결말을 각자 유추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리세 이외의 캐릭터의 개성이 묻어난 결말과 원래 결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내용이다. 또한 나중에 온다 리쿠가 추구하게 되는 '열린' 결말과 유사한 면도 있다. 둘째, 리세의 룸메이트 유리가 출연한 미스터리 연극이다. 광장에서 벌어진 두 여자의 칼부림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이 포인트인데, 이런 요소는 나중에
2004년 문고판 (고단샤)
2000년 고단샤
온다 리쿠의 대표작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파생된 파생작품 중 하나이면서 <미즈노 리세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단적으로 말해서 '순정' 소설이다. 그림만 없을 뿐이지 - 삽화는 제외 -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나 전개과정은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일본에서는 소녀만화라고 한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순정'코드가 잘 맞는 독자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재밌는 소설이었을테고, 영 맞지 않는 독자들은 '닭살' 순정 플러스 '어설픈' 미스터리로 별 재미없는 소설이었지 않을까?
순정 판타지 미스터리같은 내용이기도 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다 리쿠의 '코드'가 옅보인다. 첫째, 극중에 교장이 연 다과회에서 거울 성의 공주 이야기의 결말을 각자 유추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리세 이외의 캐릭터의 개성이 묻어난 결말과 원래 결말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내용이다. 또한 나중에 온다 리쿠가 추구하게 되는 '열린' 결말과 유사한 면도 있다. 둘째, 리세의 룸메이트 유리가 출연한 미스터리 연극이다. 광장에서 벌어진 두 여자의 칼부림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이 포인트인데, 이런 요소는 나중에
를 지나 <유지니아>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셋째, 후반에 등장하는 진실게임. 온다 리쿠는 다른데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설내에서 효과적으로 재배치 시킴으로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작가다. 진실게임이 바로 그런 요소이다. 넷째,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연출이다. 독자를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요소를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도입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잡아낸다. 물론 여기서 필연적으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는 완성도 높은 결말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위에 말한 코드는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보이는 것들이다. 그래서 온다 리쿠의 소설을 단숨에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녀석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작가 스스로 작가 생활이 길어질수록 '축소 재생산'만 해댄다고 느낀다고 하는데, 딱 맞는 말이다.
아무튼 후에 리세 시리즈는 <황혼녘 백합의 뼈>로 이어지고 다시 <장미 속 뱀>으로 연결된다. <장미 속 뱀>은 아직 일본에서 연재중인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언제 나올지, 그게 또 우리말로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밖 외전격으로 <도서관의 바다>에 수록된 <수련>은 리세의 유년기를 그린 단편이 있으며 '1001초 살인사건'에 수록된 단편 <비취의 아침, 수정의 밤>은 요한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유쾌한' 내용이다.
평점 8 / 10
2010년 4월 6일 화요일
탈주자 - 리 차일드
1998년
2009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추적자>에서 머리와 몸이 동시에 잘 움직이는, 인상적이었던 주인공 '잭 리처'가 돌아왔다. 내용은 <탈주자>라는 제목에서도 미리 알 수 있 듯이, 뜻밖의 납치를 당한 리처가 탈출하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물론 실제 납치의 주인공은 미모의 연방수사원이고, 리처는 그냥 '운 나쁘게' 끼어들은 것일 뿐이다. 정말 리처가 운이 나쁜 건지, 납치범 일당의 '운'이 나쁜 건지는, 전편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말이다.
간략한 내용은 그렇다치고, 전편과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라면 '시점'이다. 전작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리처=독자였지만, 이번에는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독자=관객이 되었다는 것. 이렇게 바뀐 시점의 이득이라면 <탈주자>는 일단 영화같은 느낌의 스릴러가 되었다. 이번에도 전편과 같이 챕터가 많은데, 총 46개 챕터가 들어있다. 전체적인 책의 볼륨은 두껍지만, 챕터 수가 많아서 하나 하나의 챕터는 짤막한 편이다. 그래서 읽는 데 크게 방해되는 요소가 아닐 뿐더라 3인칭 시점이 그것들과 잘 어울려서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물론 전편에서 보던 리처의 농밀한(?) 묘사를 이번에 기대한다면 별 재미가 없을테지만 말이다.
단점을 꼽자면 소재에 있다. 납치극인데 소재라니? 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미국의 '민병대'라고 하는 것이 등장하는데 총기소지조차 불법인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가스통 꼴통들을 생각하면 뭐 크게 엇나갈 일은 없을 듯도 하지만......
여담) '탈주자'를 보면서 생각 난 영화는 '언더 시즈'였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걸작'영화다. ㅋㅋ 스티븐 시걸 만세~~!!
평점 6 / 10
2009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추적자>에서 머리와 몸이 동시에 잘 움직이는, 인상적이었던 주인공 '잭 리처'가 돌아왔다. 내용은 <탈주자>라는 제목에서도 미리 알 수 있 듯이, 뜻밖의 납치를 당한 리처가 탈출하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물론 실제 납치의 주인공은 미모의 연방수사원이고, 리처는 그냥 '운 나쁘게' 끼어들은 것일 뿐이다. 정말 리처가 운이 나쁜 건지, 납치범 일당의 '운'이 나쁜 건지는, 전편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말이다.
간략한 내용은 그렇다치고, 전편과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라면 '시점'이다. 전작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리처=독자였지만, 이번에는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독자=관객이 되었다는 것. 이렇게 바뀐 시점의 이득이라면 <탈주자>는 일단 영화같은 느낌의 스릴러가 되었다. 이번에도 전편과 같이 챕터가 많은데, 총 46개 챕터가 들어있다. 전체적인 책의 볼륨은 두껍지만, 챕터 수가 많아서 하나 하나의 챕터는 짤막한 편이다. 그래서 읽는 데 크게 방해되는 요소가 아닐 뿐더라 3인칭 시점이 그것들과 잘 어울려서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물론 전편에서 보던 리처의 농밀한(?) 묘사를 이번에 기대한다면 별 재미가 없을테지만 말이다.
단점을 꼽자면 소재에 있다. 납치극인데 소재라니? 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미국의 '민병대'라고 하는 것이 등장하는데 총기소지조차 불법인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가스통 꼴통들을 생각하면 뭐 크게 엇나갈 일은 없을 듯도 하지만......
여담) '탈주자'를 보면서 생각 난 영화는 '언더 시즈'였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걸작'영화다. ㅋㅋ 스티븐 시걸 만세~~!!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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