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1일 월요일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 - 이누무라 고로쿠



2008년 소학관 가가가 문고
우리말 출간

2008년 단발로 나왔던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이하 비공사 추억)>이 주목을 받은 것은 아마 당해년도 신규 라이트노벨 순위 2위를 차지하면서 - 그 전부터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물론 이런 요소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흘러 들어와 이미 읽어볼 분들은 찾아서 읽어봤을 것이고, 2009년 초가을에는 우리말로 정식소개 되기도 했습니다.

일단 <비공사 추억>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신성 레밤 황국과 적국 아마쓰가미가 있다는 설정. 두 나라 사이는 바다 높이가 달라서 생긴 '대폭포'라는 자연의 장관이 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 대해를 콕피트 뒷자석에 '신성 레밤 황국'의 미래의 황비가 될 소녀 '파나'와 함께 적국 아마쓰가미의 추적을 따돌리며 단기로 돌파해야하는 혼혈 비공사 '샤르르'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생존을 건 탈출기와 그 속에서 피는 달콤한 로맨스와 두근거리는 공중 추격전. 뭐 뻔한 내용이 나올거라 예상가능한데, 그런 뻔한 내용이 뻔뻔하게(?) 그대로 나오는 라노벨이 <비공사 추억>입니다.

그렇다면 소재, 과정, 결말 전부 <로마의 휴일>같이 뻔한데 어째서 인기가 있었느냐? 반문한다면 '묘사력'이 좋습니다. 단순한 줄거리를 작가는 섬세하게 잘 그리면서 두 명의 주인공 비중도 제대로 그립니다. 샤르르와 파나의 비중이 딱 5:5 로 나뉘어서 단 며칠간의 이야기지만 캐릭터 저울질을 잘 했더군요. 또한 공중전 묘사가 괜찮습니다. 모리 히로시의 <스카이 크롤러> 시리즈에서 보여준 짧은 호흡의 단어와 문장 끊기로 보여주는 속도감과 긴박감과는 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모리 히로시 스타일과는 정반대이지만 독자에게 전달해지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이렇게 <비공사 추억>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지만 충실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흥분을 느꼈다! (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잔잔한 재미정도로 끝나녔을 텐데, 그게 이 책의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말초적인 재미는 없지만 가볍게 여운이 남는 조용한 내용의 소설. 벼라별 얘기가 다 나오는 라이트노벨계에서 구닥다리 소재를 들고나온 <비공사 추억>이 오히려 신선한 맛이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 것들의 남녀상열지사가 아니라 감동적인 로맨스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뭐 비슷한 거죠.

여담)
<비공사 추억>이 인기를 끌어선지 출판사 소학관은 얍삽하게 후속편을 내놨습니다. (예상했던 겁니다만) 제목은 비공사를 그대로 계승해서 <어느 비공사에 대한 연가>입니다. (현재 2권까지 출간) 모티브는 전작이 <로마의 휴일>이었다면 이번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더군요. 내용은...........달리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전혀 다른 제목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고평가를 얻었을 내용인데, '비공사'를 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말아먹은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뭐 이것 역시 흔하다면 흔한 일입니다만....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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