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가루이자와 매직 - 니카이도 레이토
1995년 도쿠마 노벨즈
1997년 문고판
2008년 고단샤 문고판 (사진)
니카이도 레이토 관련 글은 아마 처음 쓰는 것 같습니다. (같은 게 아니라 처음 맞네요.^^)
일단 작가의 대표작은 - 일본산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알만한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네요. (니카이도 란코라는 여탐정의 이름은 다분히 '에도가와 란포'가 창조했던 '에도가와 란코'에서 따왔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에도가와 란코의 지명도는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만.) 이쪽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 정통노선을 최대한 따르려는 작가의 어떤 의지가 느껴지는 시리즈입니다. (<인랑성의 공포> 시리즈가 대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와는 반대 노선을 가는 - 95년도 초판 작가후기에서 스스로 밝혔 듯 - 가벼운 (Light) 미스터리를 쓰기 위해 탄생한 것이 지금 소개하는 <가루이자와 매직>입니다. 그 후 시리즈물이 되는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 데뷔작인 셈이죠.
제목만 보면 흔하디 흔한 <여행(Travel) 미스터리> 장르에 속할 듯 한 내용입니다. 실제 내용도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미즈노 사토루(男)'와 밑의 직원 '미나미 유카리(女)' 두 명이 출장을 끝마치고 도쿄로 돌아오던 도중 특급열차가 오랜 시간 정차에 있던차에 미즈노의 변덕으로 둘이서 가루이자와 역에서 내리면서 시작되죠. 가루이자와 하면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일본의 대표 피서지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그런 장소 플러스 소설 초반부가 열차 장면이다보니 아무래도 그쪽(?)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은 오해를 살 수도 있겠더군요.
게다가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에서 보이던 중후한(?) 맛과는 전혀 다른 시종일관 문체부터 분위기까지 전체적으로 깃털마냥 가볍습니다. 일단 주인공 사토루의 조형부터가 상당히 만화적인데요, 180Cm의 훤칠한 키 (일본남성 치고는 엄청나게 큰 거죠)에 모델 뺨치는 얼굴이지만 직장내 여성들에게는 '궤짜' 취급 받는다는 설정입니다. 미모의 여성과 당연히 원 나이트 스탠드 해야하는 장면에서 여자가 목욕하러 들어간 사이에 사토루는 게임보이(휴대용 게임기) 붙잡고 게임을 하고 있다거나, 여자랑 데이트 하러 갔는데 차비부터 식비 등 데이트에 든 모든 경비를 1원 단위까지 집요하게 더치 페이를 한다거나, 툭하면 여행사에 기모노를 입은 미모의 중년 여성이 찾아온다거나,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 시계는 사실 중국산 가짜라거나 등등, 소설 초반에는 주인공 설명을 직장 여성 동료의 증언(...)을 빌어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행 미스터리' 계보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실제는 그냥 본격 계열 미스터리로 집어넣어도 무방한 구성이더군요. 단지 캐릭터 조형을 가볍게 만들어서 독자들의 부담을 한껏 줄였다는 것과 여행지에서 일어난 사건이란 점만 약간 다를 뿐이더군요.
그래서 소설의 개략적인 내용은 가루이자와 역에서 내린 사토루와 유카리는 지인인 '구마타' 부부가 경영하는 팬션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근처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사토루와 유카리가 탔던 특급열차 내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걸 나중에 알고, 지붕위에서 기묘하게 죽은 사건이 발생하고, 출장갔던 거래처 사장의 마누라도 살해당한 사건이 나오고...여기에 사이비 종교까지 가세해서 시종일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초반부터 꼼꼼하게 깔아놓은 복선, 그리고 그걸 회수하는 방법은 전형적은 본격입니다. 그래서 니카이도 레이토 입문작으로 추천할 만한 내용입니다.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 급이라고 자부한다면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보다는 <니카이도 란코 시리즈>를 먼저 추천하겠지만 말이죠.
미즈노 사토루 시리즈는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직장인편과 학생편인데요, <가루이자와 매직>은 직장인편에 속하며 시리즈 첫 장편입니다. 직장인편은 전부 끝 단어다 <무슨 무슨 매직>으로 되어있고, 학생편은 <무슨 무슨 불가사의(미스터리)>로 끝나더군요. 그리고 단편집이 한 권 있습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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