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4일 월요일

황천 억덕 - 이마무라 아야



1995년 집영사
2002년 문고판

이마무라 아야의 <황천 언덕>은 표제작 '황천 언덕'을 포함해 총 12 개 단편이 수록된 주옥같은 단편집입니다. 90년대 초기 장편은 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표방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 단편집은 본격 미스터리 보다는 약간은 판타지스러우면서 '호러' 테이스트가 결합한 서스펜스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했다가는 당할 수 있습니다. 안심은 금물이죠.)

첫 단편 '처음 보는 당신에게'가 단편집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학창시절부터 주인공 주위를 맴도는 여자 스토커가 등장하는데요, 결혼했다가 남편과 이혼한 주인공에게 과거의 여자 스토커가 다시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주인공의 일상이 낱낱이 기록되있죠. 장르는 사이코 서스펜스 정도 되겠네요.

두 번째 단편 '속삭이는 거울'은 미래를 알려주는 거울에 얽힌 단편입니다. 할머니의 유품인 거울로 인해 결정된 미래에 의해 농락당하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쪽은 판타지한 호러 계열이죠.

세 번째 단편 '마리카'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삿포로에 단독부임한 아버지한테서 이상한 편지를 받고 거기에 얽힌 비밀이 나중에 밝혀진다는 내용입니다. 초반에는 '이혼(離魂)'이란 소재를 이용한 판타지인 것 같지만 결국은 본격 미스터리 다운 결말을 보여준 재밌는 내용입니다.

'시간을 거듭해서'는 판타지 로맨스 계열로 넣으면 되겠고, '하프 앤드 하프'는 전형적인 호러 스타일의 등골이 서늘해지는 내용입니다.

'쌍두의 그림자'는 불당 천장에 그려진 기이한 자국에 얽힌 내용으로 호러가 미스터리로 바뀌는 과정은 '마리카'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좀 더 호러스럽게 다듬어진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겠군요.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주인공이 택시에 탔는데, 택시 기사가 참 말이 많은 아저씨로, 얼마전 있었던 유명 여자 아나운서의 사건을 다각도로 추리해서 피로한다는 내용으로, 본 단편집 중에 가장 본격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마무리는.....?

'꿈 속으로'는 판타지 계열에 속하겠고, 이어서 등장하는 '구멍 두 개'는 남자 주인공이 인터넷 상에서 여자 행세를 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걸로 그냥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죠.^^

'머나 먼 창'은 어머니를 여의고 두 다리를 잃어버린 소녀의 일기로 그려지는 내용인데, 순진무구했던 소녀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독자들은 알겠죠. 아니, 단편 속 주인공 소녀도 언젠가는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만....

'환생'은 말그래도 환생에 얽힌 스토커 이야기입니다. 마무리는 해피(?)엔딩입니다만, 팔에 닭살이 돋는 - 염장이 아니라 호러틱해서 - 결말입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녀석이 표제작인데, 일본 <고사기>에 수록된 '황천 언덕(요모츠히라사카)'를 모티브로한 호러 단편입니다. 표제작 치고는 평범한 내용이라서 크게 인상에 남는 작품은 아닙니다.

수록된 단편을 대략 소개해봤는데요, 이중에서 인상에 남는 작품은 - 제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이하와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마리카'
'쌍두의 그림자'
'환생'
'속삭이는 거울'
'처음 보는 당신에게'

정도네요.

그러고보니 주로 호러 테이스트지만 미스터리 맛이 더 강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뽑은 건 아니고 그냥 우연입니다. 우연~~! (?)

사실 단편집을 읽다보면 딱 마음에 드는 단편이 하나만 있어도 그 단편집 전부가 이뻐 보이는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독서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몹시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단편집은 아니지만 최소한 중간 이상은 가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는 호러 계열에 속합니다만, 작가 습성 답게 미스터리도 빠트리지 않고 있어서 추리소설 팬들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추천작~

평점 7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