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3일 일요일
쿠비나키오니 섬 - 이시자키 코지
2007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여고생 트리오와 이시자키 코지(작가와 동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시리즈 이후로 약 4년간 뜸했던 작가의 신작입니다. (물론 2008년도 여고생 트리오와 자학개그 이시자키 시리즈 최신작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먼저 제목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쿠비나키오니(首鳴き鬼)의 섬>이라는 타이틀인데, 소설 초반에 쿠비나키오니에 관한 민간전승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오니는 한자만 보면 우리말로 귀신에 해당하는데,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귀신'과는 다릅니다. 우리식으로 보자면 오히려 도깨비가 더 가깝겠죠. 그런데 도깨비와 오니가 같다? 라면 이게 또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냥 '오니'라고 하겠습니다. 오니 앞에 붙는 '쿠비나키'의 해석 문제도 있습니다. 소설안에 나오는 전승 내용중에는 목이 잘린 오니가 잘린 머리를 찾아서 울면서 방황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거기서 따온 것이 쿠비나키오니가 됩니다. 이걸 깔끔하게 우리말로 표현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제 어휘력이 딸려서 무책임하지만 그냥 편하게 '쿠비나키오니'로 칭하겠습니다.
배경은 외딴 섬입니다. 그 안에 저택이 한 채 있죠. 그리고 그 섬에는 민간전승이 있습니다. (쿠비나키오니 괴담) 그리고 섬에 주인공 '이나구치'가 쿠비나키오니 괴담을 조사차 여자친구 '아카네'와 함께 찾아옵니다. 대풍이 불고, 그리고 약속대로(?) 사건은 벌어집니다. 쿠비나키오니 괴담에 빗대서요.
첫번째 피해자 : 한쪽 팔 절단
두번째 피해자 : 양쪽 팔 절단
세번째 피해자 : 머리와 양쪽 팔 절단
네번째 피해자 : 머리, 양쪽 팔 절단 그리고 시체 소각
피해자의 상태는 쿠비나키오니 괴담과 일치합니다. 오니도 처음에는 팔이 잘리고, 양팔이 잘리고 머리가 잘리고 나중에는 불태워지기까지 하니까요. 그래도 살아난 오니는 계속해서 울면서 자기 머리를 찾아 방황했다는 괴담이죠.
여기까지만 봐도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어떤 식의 트릭이 나올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할 겁니다. 지금 바로 '아! 그 트릭?' 이라고 떠올리는 분도 계실 텐데요, 아마 맞을 겁니다. 그런데 소설의 배경은 2002년도이죠. 생각한 트릭을 범인이 성공하려면 넘어야할 최대의 난관이 있습니다. 예 그겁(?)니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범인은 과연 어떤 트릭으로 그 난관을 뚫었을가? 하는 것이 <쿠비나키오니 섬>의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쓰인 트릭은 확실히 참신합니다. 현대적 과학수사와 고전적 미스터리 재미를 잘 융합한 것은 확실히 칭찬할 만한 사항입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던 작풍 스타일인데요, 이시자키 코지의 미스터리는 2% 부족한 면이 있는데,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세련미가 없다고 해야할지, 소재는 좋은데 그걸 살리는 작가적 센스가 부족하다고 해도 되겠죠. 아예 철저하게 재미가 없어서 '이 작가 책은 다시는 안 볼거야!' 라고 차라리 카운터 펀치라도 독자에게 날려주면 깨끗하게 두 손 두 발 들고 작가에게 항복선언이라도 하겠지만, 이건 잽 하나 하나는 매서운데 전체적인 운영 능력이 아마추어 같아서 판정승을 내렸어도 뒷끝이 안 좋은 경기를 보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아쉽더군요.
확실히 재밌는 요소가 만재한 소설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뭐랄까, '코믹' 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특히 후반부 주인공 이나구치가 절차부심 추리한 내용을 관계자가 모인 곳에서 피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머리를 싸매고 구상한 추리가 진실이라고 확신한 명탐정이 과학수사 증거 앞에서 격침당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집니다. 트릭도 괜찮았지만 격침당하는 명탕점(?)의 모습이 제일 인상깊었네요. ^^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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