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7일 월요일

나팔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 시바타 요시키



2007년 동경창원사

소설의 주인공 코나츠는 고교 다니던 중에 집단 따돌림 때문에 은둥형 외톨이가 된 소녀입니다. 고교는 중퇴하고 그대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생활한지 그럭저럭 4년. 코나츠에게 유일한 친구라고는 '아키'라는 고교시절 친구 한 명 뿐입니다.

단편은 총 7 편이고 마지막은 에필로그 성격이라서 뺀다고 하면 실질적으로는 6개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해바라기의 유혹
-검은 우산, 하얀 후산
-벚꽃, 벚꽃
-나팔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사람
-창문을 닫고
-새학기 ~에필로그

이런 구성입니다.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라고 보면 됩니다. 첫 단편은 코나츠의 친구 아키가 거리에서 한 청년을 만나서 술집을 갔다가 호텔까지 갔던 경험담입니다. 대학생이 됐는데도 '버진'을 버리지 못한 아키가 첫경험을 하나 싶었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 '서지 않아서' 아키의 꿈은 물거품이 되지만, 그 청년의 변명이 '이건 다 해바리기 때문이야!'였죠. 그래서 해바라기에 얽힌 상상을 코나츠가 한 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단편은 코나츠가 집안에서 유일하게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때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 때입니다. 그 날도 베란다에 나간 코나츠는 집앞 공원을 가로지르는 검은 우산을 쓴 사람을 봅니다. 때는 한 겨울이었죠. 눈, 비는 안 내리고요. 그리고 저녁에는 하얀 우산. 그러다가 결국 '미니(?) 스토커'를 잡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굳이 장르르 나누자면 일상 미스터리겠지만, 미스터리 강도는 꽤 낮아서 거의 느껴질 듯 말 듯한 단편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독자 예상대로(?) 코나츠가 결국 은둔형 외톨이를 탈출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원래 이 연작단편집은 '동경창원사'에서 발행하는 <미스터리즈!>라는 잡지에 연재된 것들을 한 데 묶은 것입니다. 그리고 설정만 보면 같은 출판사에서 예전에 발간됐던 '사카키 츠카사'의 <은둔형 외톨이 탐정 3부작 시리즈>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소설의 화자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인 캐릭터 구도나, 일상 미스터리 계열, 전편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이 후속 단편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점 등 여러면에서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미스터리 강도와 재미면입니다. '본격'의 충실한 팬이라면 어느 것이든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두 소설만 놓고 보자면 사카키 츠카사의 <청공의 알> 쪽이 완성도가 더 높습니다. 일상 미스터리란 장르가 따지고 보면 참 어려운 장르인데요, 재미와 미스터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참 힘들죠. 그런 면에서 가노 도모코의 <코마코 시리즈>나, 기타무라 가오루의 <하늘을 나는 말 시리즈> 등의 일상 미스터리 초창기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건 다른 작가들에게는 높은 허들이겠죠.

시바타 요시키의 소설은 이로써 두 번째가 되는데, 문장력 등은 나쁘지 않은데,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뭔가 딱 와닿는 것이 없군요.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가 작품에 비해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서 실망스럽더군요.

여담) 소설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코나츠에게도 남친이 생겨서 큰 맘 먹고 버진 탈출!을 하려고 하다가 생리때문에 좌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평점 2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