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8일 화요일

나나히메(七姬) 환상 - 모리야 아키코



2006년 후타바샤
2009년 문고판

먼저 제목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원본의 한자를 그대로 음역하면 <칠희 환상>으로 이걸 직역하자면 <칠공주 환상>이 됩니다. 칠공주 해버리니까, 뭔가 요상야릇한 어감이 되버려서 일본어 그대로 '나나히메'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한 또 하나의 이유로는 '칠석의 나나히메' 라고 해서 '직녀(織女)' (오리히메)를 일곱 가지 다른 말로 부르는 일본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키사리히메(秋去姬)
아사가오히메(朝顔姬)
다키모노히메(薫姫)
이토오리히메(絲織姫)
사사가니히메(蜘蛛姫)
가지노하히메(梶葉姫)
모모코히메(百子姫)

이렇게 7개를 칭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단편 역시 7개를 수록했고, 그 내용은 직녀의 이칭(異稱)과 <만엽집>, <고금화가집> 등에 수록된 관련 시를 이용한 작가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기에 미스터리 터치를 가미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겠죠?

첫 단편 '사사가니의 샘'은 그대로 사사가니히메 파트이면서 미스터리로 보자면 일종의 '밀실' 장르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칠일간 대왕(大王)과 소토오리히메(衣通姬) 둘 만이 지낸 후에 대왕이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외부의 접근은 일절 없는 상태에서 당연히 범인(?)은 소토오리히메가 됩니다만, 과연 사건의 진상은 어땠을까요? 사건의 진실을 태자 가루노미코(輕皇子)가 파헤칩니다.

두 번째 단편은 전편에서 일종의 탐정(?)역이었던 가루노미코가 선왕의 붕어로 왕위계승을 준비하던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술에 취한 나머지 가루노미코는 즉위에 쓸 용포를 짜던 소녀(외부의 접근을 일체불허하는)와 내통을 하게 됩니다. 갈수록 소녀에게 빠져드는 가루노미코. 하지만 소녀의 정체는............? 결국 폐태자가 되버린 가루노미코 앞에 나타난 소녀가 말하는 숨겨진 진실이란?

원래 모리야 아키코는 2003년 <천년의 침묵~이본 겐지모노가타리~>로 제13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습니다. 일본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겐지모노가타리>정도는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고전 문학을 바탕으로 작가의 창작을 넣고 거기에 미스터리 양념을 친 양질의 소설이었습니다. 이번의 <나나히메 환상>도 컨셉은 데뷔작과 똑같습니다. '직녀와 7개의 다른 칭호'를 바탕으로 고풍스런 느낌과 잔잔한 미스터리 그리고 약간은 판타지스런 내용에 비련의 로맨스까지, 잡다하게 섞은 듯 하지만 밸런스가 잘 맞아서 맛이 일품입니다. 물론 미스터리만 찝어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뛰어난 작품은 아닙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단점을 전부 덮어주고도 남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찾았습니다. 나중에 문고판으로 재독할 예정입니다.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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