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7일 금요일

고엽색 굿바이 - 히구치 유스케

2003년 문예춘추
2006년 문고판 (사진)

<고엽색 굿바이>는 히구치 유스케 소설 중에 3번째로 읽었던 미스터리다. 처음으로 접한 것이 <그녀는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다>(1990), 다음으로 접한 것이 데뷔작인 <나와 우리의 여름>(1988)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본서다. 이밖에도 몇 권 더 읽었지만 작가의 대략적은 특징은 이하와 같다.

1. 주인공의 걸쭉한 입담
주인공의 대사 하나 하나는 농담과 진담이 섞여서 재치있는 입담을 보여준다. 소설 내내 이런 유머는 끊임없이 등장해서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2. 주인공 상대역으로서의 여성 캐릭터의 묘사
남성 작가이지만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주인공과 밀고 당기는 대사 하나 하나가 싱싱한 생선회를 먹는 기분이다.

3. 느슨한 하드 보일드 스타일
미스터리의 진행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다. 사건이 있고, 그걸 추적하면서 단서를 포착하고 용의자를 세운다. 마지막에는 살짝 반전까지 준비한 좀 느슨한 하드 보일드다.

이번 작도 위의 3가지 유형에 거의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공 '시바 아키오'는 전직 형사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경찰을 그만두고, 아내와는 이혼 후에 요요기 공원에서 '노숙자' 생활을 한다. 그런 어느날 요요기 공원 서쪽 근처에서 여고생(고갸루)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고 갸루 : 진한 화장으로 얼굴을 떡칠 - 주로 검정 빛깔 - 입술은 은색 또는 하얀색으로 메이크업 하는 등 보는 이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여고생 들. 스스로는 그게 이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지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세계의 주민들임. 일본에서 실제 보고 경악을 함.....요즘은 아마 많이 줄어들거나 멸종(?)했을 것임)

한편 반년 전 일가족 참살 사건의 재수사를 담당한 순사부장 '후키이시 유코'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새롭게 조사하기로 한다. 전부터 의심했던, 참살된 가족중 유일한 생존자인 '사카시타 미아'의 교우 관계를 재조사하려던 차에 미아의 친구가 요요기 공원 근처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반년 전 엽기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던 유코는 요요기 공원 사건 현장에 갔다가 뜻하지 인물-시바 아키로를 만난다. 그는 유코가 경찰학교 재학 시절 체포술의 교관이었고, 살인사건 조사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유능한 에이급 형사였다. 시바 아키오가 노숙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은 유코는 아키오의 과거를 조사한다. 그가 겪었던 절망을 알게된 유코는 결국 난항을 겪고 있는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 시바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데............

사카시타 미아. 반년전 가족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여고생. 약간의 불량기가 다분하지만 살해당한 친구 '미키에' 같이 매춘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그런 불량학생은 아니다. 미키에가 죽은 요요기 공원 사건 현장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다가 근처 노숙자와 실갱이를 벌인다. 때마침 지나가던 다른 노숙자가 중재에 나서는 걸 보고 미아는 중재에 나선 노숙자를 폭행하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 잡혀서 곤혹을 치르는데, 그 노숙자의 이름은 시바 아키오였다. 총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라지만 실제 주인공은 사실상 시바 아키오의 원 톱이고, 나머지 여성 1명(히스테릭 여형사)과 소녀 1명(갑부 미소녀)은 시바란 캐릭터를 받혀주는 조연이라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유코가 제안한 일당 2천엔 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시바는 미아와 재접촉을 하고, 미아로부터도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름하여 노숙자 탐정. 홈리스 디텍티브. 아무튼 왕년 날리던 형사 시바의 혜안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데.............

미스터리의 완성도도 초기작 보다는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작품은 싱겁게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 캐릭터의 개성과 유머 라는 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지만, 마지막 독자를 K.O 시키기 위한 펀치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엽색 굿바이>는 범인의 정체를 되도록 끝까지 숨기면서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스 디렉션의 설정도 괜찮다. 너무나 뻔한 미스 디렉션 인 듯 하면서 그걸 이용해 독자를 속이다가 마지막에 가셔야 밝혀지는 진상을 설명하는 사소한 '단서'의 배분도 나쁘지 않다. 작가 스스로 본서를 데뷔작 이후 제일 맘에 드는 소설로 생각하는 듯 한데, 100%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공감을 한다.

평점 6 / 10

문신백서 - 히구치 유스케


2000년 고단샤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번외편)

중학교 시절 동창이었던 여자애 두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에 충격에 빠진 스즈메. 동창한테는 전부 같은 '문신'이 있었다. 한편 아이돌 살해사건의 의뢰를 받은 유즈키 소헤이는 아이돌의 중학교 시절이 사건과 관련있다는 생각에 조사를 하게 되고 거기서 '스즈메'와 연결점이 생긴다.

시리즈 외전이다. 여타 시리즈는 전부 유즈키 소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반해 <문신백서>는 미우라 스즈메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스즈메의 시점으로 유즈키의 모습이 묘사되는 장면은 신선하다. 다른 시리즈는 전부 유즈키의 시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이라서 그런 신선미가 강조된다.

귀여운 여주인공. 안경을 쓰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중학교 시절과 별로 달라진 적이 없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는 스즈메. 하지만 그녀와 달리 친구들은 전부 변해갑니다. 그리고 중학시절 친구 2명의 죽음으로 스즈메도 변해가죠. 그래서 굳이 탐정역으로 유즈키 소헤이가 나오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유즈키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독자 서비스라고 해석해도 좋을 겁니다.

미스터리 쪽은 뭐 전형적인(?) 히구치 유스케 스타일입니다.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선에서 사건의 진상을 적당하게 보여주면서 끝납니다. 약간 아쉽지만 이건 이것대로 전체 분위기에 녹아들어서 나쁘지 않다! 라는 인상입니다.

평점 5 / 10

탐정은 오늘밤도 우울 - 히구치 유스케

1992년 고단샤
1996년 문고판
2006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3 (단편집)

전직 형사시절 상사이지 현재 애인인 사에코로부터 '에스테 클럽'의 오너의 의뢰를 받은 유즈케 소헤이. 미인 오너에 헤롱헤롱하지만 오너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 미인박명으로 우울한 유즈키는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비의 우울) 연예 프로덕션에서 실종된 연예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유즈케 소헤이. 실종 연예인의 매니저는 미녀! 하지만 실종된 연예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실종자 탐색은 13년전 일어났던 살인사건이 떠오르는데......(바람의 우울) 잡화점 미인 오너에게서 죽은 남편에게서 편지가 왔으니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유즈케 소헤이.

돈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의뢰를 받지만 의뢰자는 하나같이 미인들! 별로 내키지 않는 의뢰지만 미인의 힘(?)으로 고군분투 해보지만 오히려 유즈키 소헤이는 우울해질 뿐이다. 그런 내용의 3개 단편을 수록한 것이 <탐정은 오늘밤도 우울>이다.

이미 여기까지 호흡을 같이해 온 독자라면 이 시리즈에 미스터리가 어떻고 복선이 어떻고 단서가 어떻고 결말이 어떻고 캐릭터 조형이 어떻고 왈가왈부 해봤자 별 소용이 없는 일이다. 여기까지 같이 왔으면 그냥 닥치고(?) 같이 히히덕 거리면 끝! 이런 독자만 있으면 작가가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작가 사정이고 이 정도 레벨만 되도 충분히 즐겁기때문에 딴지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평점 5 / 10

그녀는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다 - 히구치 유스케

1990년 고단샤
1993년 문고판
2006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1

원래 형사였던 주인공 '유즈키 소헤이'는 '멋진 여자가 얽혀든 사건을 맡게 되면 묘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주의'를 갖고 있는 38살 중년초입 남성. 결혼을 해서 딸이 있지만 아내와는 별거중. 형사를 그만두고 범죄관련 프리 라이터와 탐정조사로 밥을 먹고 있다. 이번에 맡게된 사건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죽은 여동생의 사인을 확실히 밝혀달라는 내용이다. 의뢰자는 죽은 여자의 언니. 미인이다. 여동생 - 죽었지만 - 미인이다. 여동생 친구를 찾아가 이런 저련 내용을 탐문하는데, 친구들도 죄다 미인이다! 미인천국!

뜨거운 여름철 도교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면서 사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미인 투성이!

미녀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주인공과 상대방 여성과의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맛깔스런 유머로 치장되었다. 실생활에서는 닭살이 돋을 만한 그런 대사를 서슴없이 남발하는 주인공 유즈키를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만나는 여자마다, 러브호텔 고고!!, 그런 내용은 아니다. 유즈키 소헤이는 미녀를 좋아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서는 궁뎅이만 뒤로 은근슬쩍 빼는 스타일이다. 별거중인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와서 따지는 내용이면 찍소리도 못하고 장단 맞춰주기에 바쁘고, 형사시절 상사였던 미인 캐리어이자 현재는 애인관계인 그녀의 요구도 다 들어줘야 한다. 가끔만나는 딸래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만나는 여자마다 미인이라 떡밥을 던지는 듯한 대사를 남발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거기서 끝날 뿐이다. 본서의 마지막 결말처리가 그래서 대단하다. 앞문에 호랑이, 뒷문에 사자. 절체절명 순간에서 딱 끊어버리는 절묘한 결말!

그렇다면 미스터리 평가는 어떨까? 미녀와 유머로 시종일관하는 소설이면서도 유즈키 소헤이가 맡은 사건은 짜임새 있다. 단순 뺑소니 사고로 보였던 사건의 진상을 마지막에가서 밝히는 주인공의 추리 역시 논리적이다. 물론 마지막에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의외성을 증요하게 여기는 독자에게는 추천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평점 6 / 10

나와 우리의 여름 - 히구치 유스케

1988년 제6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 인기상을 수상한 '히구치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도가와 순이치, 즉 작중화자인 나는 형사 아버지한테 뜻하지 않은 소식을 하나 듣는다. 같은 반의 여학생 노리코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여학생도 아니었던 노리코. 하지만 거리에서 우연찮게 '사카이 아사코'를 만나게 되면서 나의 일상은 바뀐다. 노리코와 중학시절에 친한 사이였다던 아사코는 노리코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결국 아사코의 분위기에 휘말린 나는 노리코의 자살 원인을 찾기 위한 '탐정놀이'의 와트슨 역을 맡게 되는데.....(홈즈역은 아사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인 주인공 순이치는 형사의 아들, 상대역인 여주인공 아사코는 지역 야쿠자 사카이조직의 외동딸.뭐 그런 '라이트 노벨' 같은 캐릭터 설정과 친구의 자살의 원인을 찾는다는 '미스터리'를 적당히 결합한 소설이다.

일단 히구치 유스케의 책은 본서로 2번째 손을 대는 것이지만, 대사 구성력 자체는 잔재미가 넘칠 정도로 탁월한 재미를 보인다. 순이치와 아사코의 밀고 당기는 대화 하나 하나가 매력적이다. 몇 해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만화 쪽에서 화두로 등장한 '쓴데레' '모에' 라는 키워드와 딱 들어맞는 캐릭터가 '아사코'다. 친구의 자살 원인을 찾아가는 구성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 스타일이고, 원인을 규명하는 소년과 소녀 사이의 밀고 당기는 장면은 '청춘 로맨스' 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두 가지 이질적인 노선을 잘 버무린 것이 <나와 우리의 여름>이다.

미스터리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고생+임신 이란 소재 만으로도 얼추 사건의 전모를 추리 가능한 본인의 뇌구조가 막되먹은 건지 어떤지는 중요한게 아니니 암매장 해두고, 사건의 베일을 한꺼풀씩 벗겨나가는 맛이 좋다. 싱겁게 범인이 밝혀졌다고 독자에게 떡밥을 던져두고 마지막에는 약간의 반전까지 준비하는 하드 보일드 스타일 구성은 히구치 유스케의 미스터리 스타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초반의 복선의 배분도 좋았다. 마지막 반전과 연결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 요소였다. 상당히 공들인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적당한 재미를 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단지 3분의 2 지점까지는 순이치와 아사코의 비중이 비슷하다가 후반부에는 아사코는 별 활약도 없이 퇴장해버려서 허무한 느낌이 드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아사코라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에 나도 휘말려 버렸던 것일까? 그러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급생>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역시 고등학생 주인공이 등장하고 자살한 여학생 그리고 임신이 소재였다. 거기서 나온 여주인공의 경우는 이질적인 느낌이 컸는 데 말이다. <나와 우리의 여름>의 아사코나 <동급생>의 히사요(아마 이런 이름이었던 듯)는 어차피 남성 작가의 시점에서 그린 남성 입맛에 맛는 소녀 캐릭터라는 면은 마찬가지지만 전자는 등장횟수가 적어지니 아쉬운 맘이 들 정도였고 후자는 읽는 내내 이질감을 느끼던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히구치 유스케가 그리는 여성 캐릭터를 참고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권한다.

평점 6 / 10

사과나무 길 - 히구치 유스케

1996년 중앙공륜신사
1999년 문고판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고등학교 2학년생인 히로타 에츠시는 무더운 여름방학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 내용은 전에 사귀다가 지금은 헤어진 전여친 미야자와 유미카가 치바에서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유미카가 투신하기 불과 몇 시간전에 에츠시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 지금 신주쿠에 있는데, 에츠시 좀 나와볼래?'라고 말이죠. 그리고 에츠시는 유미카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후 유미카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치바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당초에는 자살로 처리되지만, 여러 정황으로 타살이라고 확신한 주인공 에츠시는 유미카의 친구이자, 유치원 동창 (.....)인 토모자키 스즈코와 함께 미야자와 유미카의 죽음의 진실을 파치기 시작합니다.

초반 내용만 보면 상당히 슬픈(?) 그런 내용일 듯 하지만, 만약 미야베 미유키가 <모방범> 스타일로 썼다면 상당히 아련한 내용이 됐을지도 모르죠. 온다 리쿠가 <유지니아>스타일로 썼다면 '이 뭐병!'이란 얘기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히구치 유스케. 우리나라에는 <나와 우리의 여름>이란 데뷔작이 우리말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 소설 읽어본 분이라면 <사과나무 길>과 꽤 유사한 설정을 갖고 있다고 느낄 겁니다. 소설 전체적인 분위기도 유사합니다. 둘 다 겉으로는 슬플 것 같지만 안으로는 상당히 유쾌하고 가벼운 소설입니다. 이 두 소설이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카테고리로 들어간다면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칭송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에츠시와 스즈코는 유미카의 주변인물을 상대로 이런 저런 유미카에 관해 물어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싸가지 없고, 지만 알고, 남을 배려할줄 모르지만 '미소녀'. 뭐 대충 그런 얘기입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유미카의 숨겨졌던 이런 저런 사실이 드러나고, 미싱 링크가 하나씩 연결되면서 슬슬 사건의 전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주인공 내면의 감정은 되도록 보여주지 않습니다. 옛여친 유미카에 관해서조차 주인공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단지 나와는 리듬이 맞지 않았을 뿐이야' '그렇게 험담을 들을 정도로 나쁜 애는 아니었지' 그런 말을 농담조 말에 섞어서 흘릴 뿐 확실하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끝까지 밝히지 않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눈을 통해 등장인물과 사건은 철저하게 묘사됩니다. 복장과 표정은 기본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세밀하세 보여주죠. 섬세한 심리묘사를 원하는 분에게는 맞지 않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한적인 모습이 시니컬한 분위기를 살려줘서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제 성향과 무척 와닿습니다.

미스터리 얼개는 매우 간단합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타살이면 범인은 누구냐? 끝이죠. 미스 디렉션도 숨어있고, 반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독서를 꼼꼼하게 하는 분이라면 초반에 쉽게 맞출 수 있기도 합니다. 세세한 묘사가 오히려 이런 곳에서 걸림돌이 되죠.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정한' 미스터리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작가의 데뷔작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른 작품도 되도록 모으고 있습니다만, 히구치 유스케 책은 함부로 추천하기가 몹시 곤란합니다. 물건너도 마찬가지 평인듯하지만 독자에 따라서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다른 작가도 뭐 마찬가지지만요) 좋아하는 독자는 무척 좋아하고 싫어하는 독자는 '쓰레기'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 정도로 싫어하더군요. 아무튼 저는 전자입니다. 패턴이 비슷하고, 주인공 설정이 유사하고, 미스터리 강도가 낮고하다고 해도 작가의 유머가 저와 상당부분 저와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 작가에게 내리는 점수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점수일 뿐입니다.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믿을 분도 안계시겠지만.....)

평점 7 / 10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EDGE - 도미나가 기와

1999년 고단샤 X 문고 화이트 하트
2006년 문고판 (사진)

<엣지>는 쓰하라 야스미의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처럼 처음에는 10대 소녀를 위한 브랜드로 출간된 책이 '일반인' 대상으로 재출간된 것과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시리즈 1화는 천재 미모 프로파일러 '오오타키 렌마'와 조수 '후지사키' 콤보가 도쿄를 들썩이는 '황혼의 폭탄범(라그나로크 봄버)'를 잡는 얘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시리즈 5화가 끝이고, 각 화는 독립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1999년 처음 1권이 출간되서 2006년에 5권이 나와서 완결이라고 하더군요.

이 시리즈 구상은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에서 얻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습니다. 한니발 렉터, 이 캐릭터는 아마 많은 작가나 독자에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엣지>도 그 영향력을 받은 소설입니다. 그래서 렌마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미스터리한 성질은 거기에 기인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목 EDGE는 정상인과 범인의 경계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썼다고 작가는 밝혔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왜 EDGE란 제목을 택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 설정과 조수 후지사키 - 3년전 사고로 기억을 잃고 현재는 퇴행성 장애로 5살 유아의 지능 수준 - 는 사고에서 깨어나면서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도 붙어있죠. 다분히 라이트노벨을 의식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이것 자체가 복선이 되어 시리즈 전체상을 그리는데 필요불가결 요소가 될지도 모릅니다만. 아직 1권만 봐서 판타지 설정이구만!! 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여기에 범인의 구도가 추가됩니다. 주인공 렌마, 후지사키, 그리고 범인 이렇게 3명의 입장의 서술이 눈에 띄는데, 비중이 높은 것은 주인공 렌마와 범인입니다.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 심경과 감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아무튼 라이트노벨 미스터리라는 범주에 들어가지만 딱 까놓고 말해서 '미스터리' 요소는 취약합니다. 주인공 렌마가 프로파일링 하는 장면이 가끔 나오지만 어째서 '천재'라고 불리우는지 그다지 동감할 수 없는 평범한(?) 추리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의외성 입장에서만 보면 <엣지>는 대단히 밋밋한 미스터리 구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미스터리 요소는 드라마를 위한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렌마와 후지사키, 이 두 명의 캐릭터의 관계를 그리기 위해 설정이 들어갔고 두 사람의 관계 성장(?)을 위해 사건을 집어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미스터리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이것 역시 1권만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이라 5권까지 가게되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정적인 문체 - 라이트노벨스런 전형적인 싸구려 문장이 아닙니다. -와 문고판 기준 280페이지 정도의 얇은 분량이면서 스피디한 전개와 알찬 내용의 구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점수 5 / 10

작가 데뷔작인 <세레네 세이렌>은 이색 SF 미스터리라는군요.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1938년
2009년 우리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부러진 경첩>이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서점으로 득달같이 달려가서 - 택배 못 기다립니다! - 그 자리에서 읽고 소감문 대충 갈겨놨던 걸 이제와서 올리는군요.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소설은 재밌게 읽고 엉뚱한 곳에서 기분이 많이 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꾸민 2명의 존 판리.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숨막히는 공방전 속에서 결정적 증거확인을 앞두고 한 명이 살해당합니다. 처음에는 자살인 것 같았지만 역시 '살인'입니다. 아니 왜 살해당해야했을까요? WHY?

살해당한 상황 역시 도전적입니다. 대놓고 열린 밀실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살인이었다면 범인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HOW?

살해당한 이는 의외의 피해자였습니다. 역시 범인도 의외의 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WHO?

<구부러진 경첩>은 위의 살인사건을 메인디쉬로 해서 1년전 여성 살해사건이 곁반찬으로 들어가고, 마녀 숭배, 자동 인형 향신료가 함께 들어가서 맜있는 카레밥을 연상케 하는 구성의 묘미를 보여줍니다. 맛깔스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펠박사는 의외의 범인의 정체를 지목합니다. 이미 깔아놨던 복선을 이용한 결말이죠. 최고 걸작? 이라고 하기에는 <화형법정>을 처음 읽었을 당시의 쇼킹한 맛이 적었기에 - 일종의 역치현상이겠죠 -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만 존 딕슨 카의 맛을 유감없이 보여준 양질의 미스터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없이 보여줬단 건 반대로 딕슨 카의 트릭이 공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열린 밀실의 진상을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이건 좀....이런 생각이 한켠으로 들기도 할 겁니다. 뭐 저는 오히려 그런 면때문에 딕슨 카를 좋아합니다. 진실은 단순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이죠.

평점 7 / 10

다만 곳곳에 보이는 오타. 군데군데 보이는 어색한 문장의 이음. 책 표지. 판형. 여러면에서 마음에 안드는 면이 많았습니다. 딕슨카의 역사 미스터리도 소개할 예정이라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구매는 고려해봐야겠습니다.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2009년 2월 13일 금요일

경성탐정록 - 한동진


2009년 학산문화사

<경성탐정록>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탐정소설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명텀정 설홍주와 조수 왕도손 (기타 다른 이름도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여기선 삼가겠습니다.)의 캐릭터는 다분히 셜록 홈즈와 와트슨을 의식한 네이밍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미스터리 독자는 이름을 보는 순간 '엇!'하면서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단행본이 나오면 사야지 사야지 생각했던 게 예전일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단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나왔더군요. 사놓고 읽기는 진즉에 읽었지만 감상을 쓰는 것이 늦어졌습니다.

아무튼 <경성탐정록>은 총 5편의 단편을 싣고 있습니다.
운수 좋은 날, 광화사, 천변풍경은 본격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들어가겠고
황금 사각형은 암호 미스터리에 더 알맞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편 소나기가 실려있습니다.

'운수 좋은 날'은 서로 다른 사건이 한 데 합쳐서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구조를 이용한 미스터리이지만 얼개 자체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의외성이란 면에서는 점수를 짜게 줄 수 밖에 없지만 제목과 내용의 묘한 일체감(?)으로 호감이 가는 단편입니다.

'광화사'는 누드모델을 하던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쫓는 내용입니다. 용의자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본격 테이스트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가 진짜(?) 시작인 단편입니다. 범인 VS 탐정이란 구도의 대결은 보기는 좋았지만 범인이 좀 더 교활하고 냉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난 단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거시기 장소의 난이도가 너무 쉬웠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구성을 보자면 장편으로 각색해서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 나오더군요.)

'천변풍경'은 여관에서 살해당한 한 일본인 남성의 살해 용의자로 청계전에 사는 거지가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약간 분량이 늘어나는 일이 있더라도 후반부 미스 디렉션을 좀 더 보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운수, 광화, 천변 3단편 중에서는 천변풍경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황금 사각인형'은 암호를 이용한 미스터리면서 제목부터 유달리 튑니다. 다른 제목은 아마 이미 알아차린 독자들이 많겠지만 국내서 유명한 작가의 단편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금 사각인형만 다르죠. 관찰자로만 존재하는 듯한 왕도손 군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일사천리로 풀어가는 설홍주의 논리가 재밌던 단편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소나기'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실리기도 했고, 내용이 '일상' 계열의 미스터리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단편이 없었더라면 점수가 최소 -1점은 감점됐을 겁니다. 매일 매일 우산을 들고 와서 짬뽕과 교자를 시키는 한 청년의 기이한 행각을 놓고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간단한 소재를 재밌게 엮은 구성력, 단순하고 재밌는 논리와 유머스런 대사와 결말까지 가장 마음에 쏙 들었던 단편입니다. 짬뽕이 몹시 먹고 싶어지는 단편입니다.

다음 작은 '장편'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시리즈가 안정권에 장착해서 외전 형식으로 '허 부인'과 '손 박사'의 활약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하)

평점 7 / 10

2009년 2월 12일 목요일

카레이도 스코프 - 노마 미유키


2008년 하쿠센샤 문고

<카레이도 스코프>는 '만화경'을 소재로한 4편의 연작 단편 미스터리 만화입니다. 예전에 나온 단행본은 여기까지만 묶여서 나왔었는데, 문고판으로 재간되면서 작가의 다른 단편 미스터리 3편이 더해져서 총 7 편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일단 <카레이도 스코프> 연작 단편은 강도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주인공 루리가 만화경에 들어가는 스탠드글래스를 제작하는 일에 뛰어들면서 일어나는 일을 미스터리 터치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쪽은 다른 곳에서 얘기했으니 길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여기서 다루고 싶은 건 추가된 3편의 단편입니다.

1. <거짓말이리도 상관없어> 평점 4 / 10
2. <달보다도 달콤하게> 평점 1 / 10

위의 2편은 연작입니다. 사귀는 남성에게 차이고 나서 평소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던 여주인공이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 츠지무라 준페이의 신간을 읽고 감명을 받은 주인공 요코는 작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작가 준페이에게서 이메일이 날아오죠. 자신한테는 여성독자가 거의 없다보니 여성 입장의 감상평을 자세히 듣고 싶다면서요.
요코는 흥분해서 답장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러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메일이 오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작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기를 사칭해서 여성 유저를 노리는 파렴치범'이 있다는 공지글이 올라오는데...........

츠미주라 준페이의 모티브는 아무리 봐도 '히가시노 게이고'인 듯(?) 합니다. 준페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보니 공대 나와서 회사원 하다가 추리상 수상으로 데뷔...한동안 일과 병행하다가 전업작가로 변신.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거죠^^

<거짓말이라도 상관없어>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미스터리입니다. 하지만 구조가 워낙 단순해서 미스터리 재미는 별로입니다. 미스터리에 익숙지 않은 여성 독자에 한해서 나름 재밌게 나가갈 수는 있을 듯 합니다. 이어지는 <달밤보다도 달콤하게>는 준페이와 요코 둘이서 눈이 맞네 뭐네 하는 내용인고로 - 미스터리 요소가 있지만 너무나 간단한 구조라서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달밤보다.......>는 사족에 가까운 내용이라 없어도 무방합니다.

3. <빛의 코리도르(회랑)> 평점 7 / 10

이번 단편집의 엑기스!!입니다. 미스터리 요소도 가장 강합니다.

예술가 아버지를 둔 여고생 아카리.
아버지의 전시회에 낮선 젊은 남성이 아카리 앞에 불쑥 14년전일어난 화재사건을 말합니다.

주택가에서 화재.
죽은 사람은 '도노무라 가즈마(32)' 부인 '하나에(28)' 장녀 '아카리'는 친척집에 있었던 터라 무사했다.............

예술가인 아버지와 어머니 고토에(하나에의 여동생)의 실제 딸이라고 믿고있던 아카리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은거죠. 그래서 부모님에게 직접 물어보지만 '너는 진짜 내 딸'이라는 얘기만 듣습니다. 그러나 아카리는 동사무소 가서 등본을 떼보고 지금의 부모는 '양부모'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곧 시효가 만료되는 14년전의 화재사건을 조사하던 젊은 남자는 '구로자키'라고 하며 실은 형사입니다. 14년전의 그 사건을 조사하던 건 구로자키의 아버지인데 사건조사중 고층 빌딩에서 의문사를 당합니다. 경찰관계 비리 문제로 인해 그냥 자살로 처리되지만 구로자키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찾기위해 14년전 화재사건을 다시 꺼내든거죠.

이리해서 구로자키와 아카리는 과거의 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되는데, 미스터리'답게' 뜻하지않은 결말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반의 별거 아닌 듯이 나오는 대사 하나 하나가 복선이었다는 사실과 마지막 결말의 진실이 절묘하게 연결되는 80 페이지 분량의 단편 만화이지만 정말 완성도가 괜찮습니다. 결말은 제목 '빛의 회랑(빛은 일본어로 히카리)'과 그대로 연결되서 여운도 남기는 센스를 발휘합니다. 문고판 <카레이도 스코프>는 다른 단편은 다 버린다고 해도 이 단편만큼은 꼭 보관해두고 싶습니다.

고헤이&라이무(마술) 시리즈 - 다나카 요시키

夏秋冬春순으로 4권으로 완결난 마술 시리즈입니다.
통칭 주인공 2명의 이름을 따서 '고헤이&라이무' 시리즈라고도 부릅니다.

1. <여름의 마술>
1988년 도쿠마쇼텐 -> 2000년 고단샤 노블즈 -> 2003년 문고판

2. <창가에는 밤의 노래>
1990년 도쿠마쇼텐 -> 2000년 고단샤 노블즈 -> 2004년 문고판

3. <하얀 미궁>
1994년 도쿠마쇼텐 -> 2001년 고단샤 노블즈 ->2005년 문고판

4. <봄의 마술> (完)
2002년 고단샤 노블즈 -> 2006년 문고판

사진의 4권은 전부 '문고판'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하면 일단 유명한 작품은 <은하영웅전설>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창룡전>을 드는 독자들도 있겠고, <아루스란 전기> <타이타니아> <일곱 도시 이야기>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수첩> <악비전> 등 여러 소설이 있습니다만 다나카 요시키는 '완결'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지금도 <은하영웅전설>이 본편 10권, 외전 4권으로 완결이 났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루스란 전기는 가도카와 문고판으로 나오다가 10년의 텀을 지나 고분샤로 옮겼고 여기서 신작이 나왔습니다. <창룡전>역시 초반에는 술술 잘 나오다가 권수가 거듭될 수록 출판 간격이 멀어지더니 급기야 지금은 '창룡전 몇권까지 나왔더라?'라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마술 시리즈> 역시 마찬가집입니다. 저 위에 출판년도를 간략하게 집어넣었는데 시리즈 1권이 1988년. 완결편인 4권이 2002년입니다. 겨우(?) 4권 나오는데 14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러나 첫 권 <여름의 마술>을 읽어보면 굳이 '시리즈물'이 아니더라도 단권 완결형식의 소설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처음부터 춘하추동을 모티브로 4권을 목표로 했는지, 어쩌다보니 제목이 그렇게 나왔고 인기도 있다보니 출판사 측에서 속편 집필을 독촉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완성도는 1권이 제일 높더군요. 2~4권은 <창룡전>에서도 자주 보이는 '욕심 많은 높으신 분이 주인공 잘못 건드렸다가 망하는 꼬락서니' 같은 내용을 보여줍니다. 이런 패턴은 비교적 최신작인 <야쿠시지 료코 시리즈>에서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죠. 그래서 <여름의 마술>에서 보여준 고딕 호러적인 요소에 미스터리를 살짝 가미한 테이스트가 시리즈 중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여주인공 라이무는 초등학생. 남주인공 고헤이는 대학생입니다. 이상한 장면은 없는 '매우 건전한' 소설입니다.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