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데몰리션 앤젤 - 로버트 크레이스

2000년 Demolition Angel
2011년 우리말(비채)

폭발물조사반 소속 경찰이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담당하게된 주인공 캐롤 스타키. 그녀는 3년전 악몽같은 경험이 있다. 폭탄물 조사하던도중에 파트너를 잃고 그녀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것. 당시 후유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캐롤이지만 술과 담배의 힘으로  미스터 레드라는 연쇄폭탄마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잭 펠 요원.  캐롤은 펠이 가져온 미스터 레드 정보와  담당하게 된 폭탄사건을 조사하면서 미묘한 균열을 감지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주로 캐롤의 입장이지만 중간에는 범인 미스터 레드 시점으로 진행되기도 한다.(펠의 시점도 있긴 하지만 많지 않으니까 여기서는 통과) 구성 자체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특기사항은 없다.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 정도가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구성의 묘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이 역시 실시간으로 이 작품을 봤다면 지금의 감상이 좋은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무래도 소개된 시기가 늦었다.

게다가 난 미스터 레드라는 범인 캐릭터에 불만이 많다. 좀 더 '천재적'일 것 같은 범인상이 너무 어이없게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라고 외치던 범인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허접한 단서를 남기고 나무에서 떨어진다니,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건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의료보험 혜택도 그대로 받도록 했다'라는 문장이었다. 정말 감동했다. 이 보험을 받을 수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 후의 인생은 천국이냐 지옥이냐로 갈릴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몰리션 앤젤>은 극상의 해피엔딩이 분명하다!

의료보험 만세!! (....)

평점 6 / 10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손가락 없는 환상곡 - 오쿠이즈미 히카루

2011년 우리말(시공사)

 결론부터 갑니다.
 슈만 동인 소설입니다.

 어릴 적에 피아노 레슨을 받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피아노 솔로 곡이나, 피아노 소재인 것들만 보면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각인효과일지도 모르겠네요) <손가락 없는 환상곡>에서는 초반부터 슈만과 그가 작곡한 곡들, 그와 관련된 음악 이야기가 쉴새 없이 쏟아집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한테는 너무 설명이 많아서 여기서 넉다운 되고 책표지를 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마구 터집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집어든 독자라면 슈만보다는 '미스터리'에 더 치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 그런 결과가 예상되는데요, 사실 이 작품은 슈만과 피아노 그리고 음악을 기본 소재로 두고 거기에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미스터리는 그저 부수적으로 딸려왔을 뿐입니다. 뭐 다 읽고 나면야 사건의 진상이나 전체 플롯 그 모든 것이 올곳이 '슈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반부 슈만전과 후반부 사건 파트 그리고 마지막 결말부의 연결이 썩 매끄럽지 않은 것이 흠인데 그것조차 슈만 만세!이 한 마디면 다 용서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녀석을 '동인소설'로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슈만 탄생 200주년에 맞추어서 날짜까지 엄선해서 발간했던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던 작품이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녀석은 아닙니다. 그냥 여기저기 일보내 미스터리 순위 리스트에 올라서  계약 맺고 출간됐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 나니까 원제목 <슈만의 손가락>이 더 잘 어울립니다.

평점 5 / 10

콜드 게임 - 오기와라 히로시

2011년 우리말 (예담)

중학생 시절 반 전체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히로요시. 4년의 시간이 흘러 히로요시의 복수가 시작된다.
그를 괴롭혔던 반 애들이 하나 하나 의문의 메일과 사고를 당하는데......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 쪽이겠다. 거기에 청소년들 문제도 담고 있으니까 청춘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겠지만 뭐 아무려면 어떠랴. 왕따야 뭐 일본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만연한 문제라서 남 얘기가 아니다. 독자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을 소재다. 단지 소설에서는 왕따를 당한 피해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반대로 가해자였던 애들이(정확히는 그 중간 존재이긴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왕따 피해자이지만 지금은 가해자가 된 녀석을 '찾아다니는' 설정. 약간 비틀긴 했지만 기본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것 외에 사실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충격적 반전이라는 광고 문구가 얼핏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현실이 더 시궁창인데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충격을 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구성이라서 미스터리 쪽 재미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평점 5 / 10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쓰쓰이 야스타카

1990년 신초사

2011년 우리말(시공사)

검은숲이라는 브랜드로 나와서 처음에는 신생 출판사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시공사였습니다. 미스터리 위주로 나오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품은 1990년도에 나왔습니다. 거의 20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작품이라고 봐야겠죠.19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도 있지만, 미스터리는 1,2년 만 지나도 고전(?)소리 듣는 참 힘든 업계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로 20년 전이라면 고전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만한 시간입니다. 걸림돌은 내용도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이냐겠죠. 그리고 저 또한 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미스터리에서 시간은 양날의 검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이 책은 대놓고 출판사에서 '대반전'을 선전문구로 사용했습니다. 책 표지 안 쪽에 검은숲 함량표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의 대반전 항목(독자기만점수)은 측정불가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나)는 당연히 엄청난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할 겁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책 마지막에는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결말이 자리잡고 있죠. 매복입니다. 그것도 아주 대담한 매복입니다. 작가가 독자를 죽이기 위해 장치를 설치했는데, 이게 참 뻔하다면 뻔한 것이면서, 미스터리에서 흔히 들어본 '보이지 않는 범인'이란 트릭을 비꼬아 만들어놓은 구성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결말까지 읽은 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 작가가 정말 깨알같이 박아놓은 단서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아마 번역한 사람이나 편집부 측도 골머리 좀 싸맸을 것 같습니다. 번역을 정말 아주 약간만 잘못해도 작가의 의도를 훼손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책의 분량은 꽤 적은 편입니다. 양장본이지만 종이 재질 때문에 두꺼워 보일 뿐이고 실제는 정말 볼품없을 정도로 얇습니다. 페이지 당 활자량도 적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납득이 갑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려면 <철서의 우리>같아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테니까요.

독자에 따라서는 기가 찰 노릇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스터리의 재미는 바로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배신(기만) 당해야만 즐거운 문학이라니. 참 재밌는 장르죠. 그런 의미에서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은 충분히 즐거운 작품입니다. 다만 소개 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미 이런 류의 트릭에 익숙해진 미스터리 독자라면 그리 놀라운 녀석은 아닐테니까요. 당시 이 책을 실시간으로 읽었을 독자의 반응을 상상하며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평점 6 / 10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6개 돈가스 2 - 소부 겐이치


2005년 고단샤 노블스
2008년 문고판

감히 이 녀석 속편이 나올 것이라고는 작가는 물론 편집부, 출판사 아니 가장 독자가 상상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 시리즈의 연속출판(후속편은 또 나왔으니까)야 말로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다.

어쨌든 제목은 속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소부 겐이치 단편 모음집이다. 수록된 단편은 다해서 12편. 그룹a,b,c로 나누어놓고 있는데, 그룹a에 속한 3편이 전작 <여섯 개 돈가스>의 주인공과 탐정 콤비가 등장하는 내용이고, 그룹b는 도서추리 형식의 내용으로 마지막에는 항상 한 장의 그림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끝나는 김 빠지는 내용의 미스터리 단편이다. 마지막 그룹c는 a,b에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내용을 한데 묶어놓았다.

해서 전작의 미칠 듯한 병신 같지만 멋있었던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나에게 이번 단편집은 실망 그 자체였다. 초반 3편이 전편의 맥을 잇고는 있지만 많이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만 대충 읽고 던져버리고 평점 1 점 이러면 아무리 쓰레기라도 예의가 아니니까 꾹 참고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재활용불가 쓰레기가 재활용 휴지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니까 '만족'했다는 말이다.

뭐 개인마다 만족이라고 써놓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를테니까, 굳이 여기서 뭐시라 떠들 필요는 없을 테고, 일단 그룹b부터 얘기한다. 정말 허무개그 수준의 내용인데, 이게 묘한 중독성을 띈다. 그룹c에서는 썰렁한 미스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내용인데,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네가 선물한 멜로디'는 너무나 평범(!!)해서 어안이 벙벙했던 작품이다. 아니 소부 겐이치가 이렇게 정상적인(!!) 단편을 쓰다니!! 이거야 말로 미스터리!! 그런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뇌출혈 일으키는 반전 아니겠는가? ㅋㅋ 참고로 내용은 오츠이치의 '너에게 밖에 들리지 않아'와 비슷한데 글빨 때문에 오츠이치 쪽이 훨씬 유려해 보인다. 소부 겐이치의 단점은 바로 엉성한 문체. 뭐 허무개그와 엉성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잘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평범하고 정상적인 내용'의 단편에서는 그것이 단점이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수록된 보너스 트랙에서 작가 본연의 병맛을 보여주기에 내심 다행(?)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계속 보고 싶어졌다.

평점 3 / 10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퀀텀 오브 솔러스 - 이언 플레밍

2011년 우리말(웅진싱크빅)

앞서 정식 소개된 007 장편 소설은 사실 기대 이하였다. 워낙 영화 007의 영향력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백한(좋은 의미로) 원작은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기름기가 너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원작을 접한 후에 읽게 된 제임스 본드 단편집.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원래 원작은 이렇다!라고 긍정하고 나서 보았기 때문일까? 007 원작 소설 본연의 재미를 가장 잘 보여준 녀석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단 페이지가 두껍다! 아싸! 총 9개 단편이 수록됐는데 (마지막 뉴욕의 007은무척 짧은 단편이라서 실제로는 8편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볼륨도 그렇고 각 단편의 내용도 그렇고, 영화와는 완전 다른 원작만의 007 향기를 잘 풍기고 있다. 원작 내용을 좀 말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 근질한데, 스포일러는 백해무익 아닌가. 그냥 영화와는 완전 다른 원작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싶다. ㅋㅋ

007 장편은 솔직히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조건부 추천이지만)이 단편집 만큼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007 영화를 빠짐없이 본 사람이라면 더욱더!

참,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를 찾는 사람한테 <퀀텀 오브 솔러스>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주의하자.

평점 6 / 10

인어의 노래 - 발 맥더미드

1995년 The Mermaids Singing

2011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마이클 코넬리와 제프리 디버의 소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랜덤하우스. 이번에는 발 맥더미드의 토니 힐 시리즈다. 이쪽이 의외로 돈 벌이가 되는 건지, 이렇게 소개가 된다면야 독자로서 그저 흐뭇할 뿐이다. 단지, 계속 나와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어쨌든 1995년 작이다. 무려 16년전 작품.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주인공 토니 힐은 프로파일러다. 지금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 국내에는 아직도 정식 도입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 프로파일링이지만 16년전이라면 얘기가 좀 틀려질 것 같다. 아무튼 소설은 두 개의 구성으로 나뉘어져있다. 연쇄살인범인의 일기같은 짤막한 챕터와 경찰과 주인공 토니 힐의 수사기록인 일반 챕터로 말이다. 이런 구성 자체는 지금에서야 너무 흔해 빠진 모양새다. 영미권 스릴러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자체에 이런 플롯은 뭐 두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으로 많다.

지금 읽기에는 소재도 그렇고 구성은 더더욱 흔해빠져서 시대에 뒤쳐지는 스릴러가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랬다고는 좀 쪽팔려서말 못 하겠다.) 실제 소설을 들쳐보면 얼마 안 가서 그런 생각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읽는 내내 1995년도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몇 몇 부분은 잘만 손질해서 2011년도 영국에서 출간된 최신 스릴러라고 하면 그렇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니까.

여기에 토니 힐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깊다. 롤플레잉(역할놀이)를 통한 프로파일링을 하는 주인공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고민까지, 이런 독특한 주인공 때문에 범인과 토니 힐로 나뉘는 챕터 구성과 마지막에 하나로 딱 합쳐지는 것까지, 흔하지만 그게 딱 알맞는 느낌이라서 절로 납득이 가는 내용을 보여준다, 특히 결말이!! ㅋㅋ

그래서 후속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토니가 '그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아니 이건 아닌가?ㅋㅋ)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을 깨끗히 씻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터리 세계에서 16년이란 시간은 강산이 수 만번은 변할 시간이니까 말이다.

평점 7 / 10

외침과 기도 - 시자키 유

2010년 동경창원사
2011년 우리말(북홀릭)

5개 단편이 수록된 연작 단편집.

첫 단편부터 독특하다. 사막을 횡당하는 낙타와 상인. 그걸 취재하는 이방인이자 주인공.그리고 그 모래천지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두 번째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과거 실연당했던 스페인을 다시 찾은 나. 풍차와 그녀, 그리고 풍차와 전설. 여기에 친구들과의 여행. 척 하면 척이라고 온다 리쿠가 썼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그런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결말쪽만 빼고) 세 번째는 무대가 러시아로 옮겨진다. 수녀원과 성인.두 가지 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결말. 마지막으로 표제작 중 하나인 네 번째 단편 외침과 다 섯번째 단편 기도가 뒤를 잇는다. 외침은 아마존 오지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마지막은 앞선 단편을 보다듬는 역할을 기도와 재생으로 다루고 있다.

미스터리 관점에서만 보자면 세 번째 까지는 그냥 독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단편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번째부터는 급반전한다. 동기의 특수성이 강조되는 재미보다는 깊이있게 파고드는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수록된 세 편도 다시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동기라는 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마지막 단편으로 이어진다.

미스터리에서 범행 동기는 어찌보면 참 뭐라 단정짓기 힘든, 매우 오묘한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그런 면에서 <외침과 기도>에서 나오는 동기는 일단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다(두 번째 단편은 제외하고) 아니,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이방인'이자 '여행자'인 독자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지 않을까?

이 연작 단편집을 단순히 쪼개서 미스터리로만 받아들여도 좋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보는 것도 독자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겠다. 이 작가 나중에 뭔가 터트릴 것 같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평점 7 / 10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총과 초콜릿 - 오츠이치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오츠이치 소설 중에서 개인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총과 초콜릿>이다. 미스터리 랜드라는 아동을 대상으로한 동화같은 미스터리이지만, 어른이 봐도 충분히 재밌는 내용으로 오츠이치의 장난끼 섞인 캐릭터와 구성이  책을 더 맛나게 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린츠는 이민자 아버지를 둔 혼혈아다. 혼혈아라고 차별을 받는 장면과 주인공을 철저하게 괴롭히는 두바이욜이라는 캐릭터는 '동화'에서 익숙한 클리세에 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총과 초콜릿>은 캐릭터의 변화가 이채롭다. 단순한 악역으로 그냥 그렇게 끝날거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예상 밖의 대활약을 펼치고 신데렐라를 위한 요정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사실은 마녀같은 캐릭터라는 등,  정도를 걸으면서 그 속에서 살짝 살짝 비틀어 꼬아놓은 구성이 제법 인상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총과 초콜릿>에서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악동이 아니라, 악'당'이다.) 두바이욜과, 린츠와 함께 모험을 하는 명탐정 로이즈이다.

참, 미스터리 자체는 평이한 편이다.

평점 7 / 10

츠나구 - 츠지무라 미즈키

2010년 신초사
2011년 우리말(문학사상)

문학사상에서 츠지무라 미즈키 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작가의 소설타입이 문학사상에서 보통 나오는 일본 소설과는 좀 다를텐데 어째서 나왔을까?의구심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학상 수상작이란다. 그럼 그렇지.

일단 장르는 판타지.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는 '츠나구' 
다섯개 단편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연작 단편 식으로 전부 이어지는 내용이다. 처음 네 편은 죽은 자를 만나고자 하는 살아있는 의뢰인의 이야기이고, 마지막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하는 주인공 이야기다.

앞선 네 편까지는 그냥 감동 이야기에 가깝다. 평범하기만한 OL이 죽은 여자 탤런트를 만나고 싶어하거나, 죽은 어머니를 만나고자 하는 장남, 사고로 죽은 단짝 친구를 만나고자 하는 여학생, 그리고 7년전 실종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 이 들의 이야기는 그냥 특출날 구석이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마지막 단편이 들어감으로 해서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거시기'는 기존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을 즐겁게 보는 독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밤과 노는 아이들> 만큼은 읽어봤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말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올 가능성이 영 없어보이기도 하다만) <나의 계량 스푼>과 <방과후 이름찾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츠나구> 마지막 챕터는 무척 반가왔으리라.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평점 6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