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6일 월요일

호랑이와 나 - 야나기 고지

2009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2011년 우리말 (새앙뿔)

미스터리 야! 시리즈 중의 하나. 주로 들녘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가끔가다 계약 삑쌀인지 뭐신지 다른 출판사에서 간헐적으로 우리말로 나오곤 하던데, 그 중의 하나가 <호랑이와 나>이다. 게다가 작가는 역사+추리를 결합한 재미진 녀석을 보여주던 야나기 코지. 이번에는 <산월기>(중국의 <인호전>을 번안한 일본소설)를 밑바탕으로, 주인공 '나'가 아버지가 호랑이가 된 이유를 찾아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분량은 중편 정도로 짤막하다. 열 네살 먹은 소년이 주인공이다보니 문장 자체도 심플하고 분량도 컴팩트해서 독서를 싫어하는 그 나이 또래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미스터리 포인트는 왜 아버지는 호랑이가 되었는가? 이다. 물론 중요한 곳은 '왜'가 되겠다. 사람이 호랑이가 되다니? 판타지 미스터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포일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미리 밝히자면 <호랑이와 나>는 충분히 '논리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특히 '거시기'에 얽힌 '트릭(?)'이 정말 깔끔하다. 하나의 사실로 인해 모든 것이 전부 뒤집히는 구성을 거시기로 압축한 것이 일품.

야나기 코지의 미스터리는 일단 믿고 읽을 수 있는 녀석이란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 이시모치 아사미

2010년 우리말

우스이 유카가 탐정역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도서 추리 삼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녀석. 원제목은 '네가 바라는 죽음'인데, 우리말로 나오면서 좀 더 알기 쉽게 바뀌었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범인역, 피해자역, 탐정역, 이렇게 세 명이 있는데, 독특한 부분이라면 피해자는 범인이 자기를 죽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해서 범인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범행을 이룰 수 있도록 피해자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리고 탐정은 여기에 우연히 얽혀들어, 사소한 것으로 사건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개성적인 부분은 사건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논할 뿐이라는 것이다. 탐정은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기는 걸 극력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범행하기 걸끄러운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피해자에게 협력까지한다.

도서추리방식과 유사하지만 속내용은 크게 달라서, 사실 독자의 찬반이 심할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함 때문에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원판으로 두 번, 번역본으로 한 번이나 총 세 번 읽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감점요인이라면 탐정이 피해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단서가 좀 조악하다는 것. 너무 사소한 걸 연결해서 피해자의 의도를 탐정이 파악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평점 5 / 10

2011년 9월 18일 일요일

TV애니메이션 슈타인즈 게이트 전 24 화


2011년 방영 (완)

얼마전 24화를 끝으로 방영이 끝난 슈타인즈 게이트 애니메이션.
1화 방영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작화 때문에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어쨌건 원작을 즐겁게 즐겼던 입장으로 애니메이션도 끝까지 시청하고야 말았다. 마키세 크리스의 작화는 거의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명탐정 우사미로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노리고 만든 건지 어떤 건지 후반으로 갈수록 제대로 그려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발동걸리기까지 초반에 많은 에피소드를 할애한 점. 분기점은 12화다. 그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원작의 트루 엔딩으로 가는 건 좋은데 그걸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서브 캐릭터들 이야기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진행된 점. 원작을 최대한 압축하면서 엑시그만 뽑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고 쳐도 여전히 아쉬웠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원작의 반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선방에 선공한 22화 엔딩 크레딧 부분,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최고조에 이른 23화. 그리고 라스트 에피소드 (모에카 만세!!) 마지막에 보여준 '특보'(이게 진정한 반전이었다. )까지. 원작 팬들도 즐겁게 볼 수 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같은 세계관의 <카오스 헤드>의 애니메이션이 죽을 쑨 것과는 완전 반대다.


참, 성우 연기는 전체적으로 애니 쪽이 좋다. (모에카 만세!!)
나에 닌자 가이덴이 잘린 건 정말 아쉽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16일 금요일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3 - 노무라 미즈키

2010년 패미통 문고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한동안 뜸하다가 - 역자가 바뀌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계약 문제? - 나온 <문학 소녀 시리즈 외전 단편집>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전편에서는 나나세 친구였던 모리와 소리마치가 주역이었는데, 이번에는 치아가 주인공으로 두 편이 나오고, 우마왕이 한 번 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반드시 본편을 읽은 후에 봐야하는 단편도 들어있네요.본편 4권과 6권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까발리고 있거든요.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즐겁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야하겠습니다. 이걸 의식했는지 작가 후기에도 꼭! 발간 순서대로 읽어달라고 하네요. 우리말로는 친절하게 '번호'가 붙어있어서 따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없이 번호 순서대로 읽으면 되겠습니다. 단, 본편 전 8 권을 먼저 읽은 후에 삽화집과 견습생 시리즈를 봐야한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일본에는 우리처럼 번호가 붙어있지 않아서 별 관심 없다면 어느게 먼저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이건 문학소녀 시리즈 말고도 시리즈 소설뿐만 아니라 기타 등등 대부분이 그렇더군요. 불친절하죠. 해서 출판사마다 책 넘버가 있는데 그걸 보면 일목요연하게 어느게 먼저 나왔고 어느 책이 나중에 발간됐는지 알 수는 있지만 문학소녀 같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경우는 우리방식이 직관적이라서 편하긴 합니다. 반면 카야타 스나코의 <크래시 블레이즈> 같은 경우는 각권이 등장인물만 같지 독립된 내용이라서 일본 처럼 넘버링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요. 일본은 소제목이 책 제목인데 반면, 우리말에서는 넘버링으로 구분하고 있죠. 예를 들어 크래시 블레이지 시리즈 1권 제목은 일본에서는 그냥 탄식의 세이렌이라고 한다면 우리말에서는 크래시 블레이즈 (1) 이라고 하고 있는 차이입니다.

쓸데없는 얘기는 이쯤에서 집어치우고, 마지막 단편의 감정의 고조가좀 느닷없이 벌어집니다만, 이런 점이 문학소녀 시리즈의 매력이자 단점이니까 두루뭉술 넘어가주는 아량이 필요합니다.그 외에는 반드시 본편을 읽은 독자만을 위한 에피소드 라는 점이 단점이겠지만 시리즈 독자한테는 즐거운 경험이 되는 장점으로 작용하겠죠. 

이제 남은 것이 견습생 시리즈 마지막인 졸업과 삽화집4권 그리고 문학소녀 편집자 정도가 남았네요. 아 추상화랑2도 있구나. 그리고 신 시리즈로 보이는 두 권도 있는데, 일단은 문학소녀 시리즈나 마저 다 번역되서 나오길 기다려야겠습니다.

평점 5 / 10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월요일은 물방울 모양 - 가노 도모코


1998년 슈에이샤
2001년 문고판 (사진)

월,화,수,목,금,토,일로 시작하는 총 7개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 

주인공이자 탐정역은 20대 직장 여성 가타기리 도오코.
조수 역은 하기 히로미라는 남성.

캐릭터 조형은 가노 도모코 답다고 할까? 주인공 여성은 <손 안의 작은 새>의 남녀 주인공을 반반씩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다.

불만이라면 미스터리 부분.

착안점이 좋은데 귀결 부분에서 뜬금없이 날개짓하는 부분 때문에 - 복선회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다만 - 읽고 나서 좀 허탈한 단편들이 있다.

제일 아쉬웠던 녀석이 병원에서 약봉지가 바뀌는 사건(화요일은 두통 발열)인데, 사건 자체는 꽤 흥미롭고 좋았는데 어째서 결말을 그런식으로 끌고 갔는지 안타까웠던 단편이다. 또 하나는 제일 재밌었지만 단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결말이 되버린 녀석도 있다. '수요일은 미아 안내'라는 제목인데, 말그대로 미아가 된 여자애 엄마를 찾아주는 것과 젊은 직장 여성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의 직장생활과 퇴사 등을 상당히 공감가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누구나가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결합시킨 부분이 인상 깊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구성이 아쉬울 뿐이다. 이 외에도 좋은데 왜 그렇게 연결 시켜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 좀 있는데 그래서 그냥 한 번 쯤 읽기는 좋겠고, 소장용으로는 글쎄요~가 되겠다.

미스터리 완성도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못해도 중간 이상은 갔을 것이다.

평점 4 / 10

2011년 9월 13일 화요일

뱀파이어 나이트 - 김이환

2010년 노블레스 클럽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금방 나오는 거니 여기서는 패스.

스토리는 나노머신을 몸속에 박은 피의 기사(주인공)가 뱀파이어 여왕의 부활(복수)를 위해 뱀파이어 사냥을 하는 내용이다.짤막하게 요약하자면 그렇긴 한데 실제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냥 10편짜리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서 본 느낌이다. 실제로 총 10개 단편이 수록되어있고, 각 단편은 연작식으로 주욱 이어진다. 유머도 있고, 액션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우정(?)도 있고,뭐 비빔밥 같은 장르 소설이라고 보면 알맞다. 

데이비드라는 나노 머신이 이 책의 재미를 일구는데 한 축을 담당한 것은 분명하다.
시끄러워 데이비드! (입닥쳐 말X이가 떠오르긴 하지만.....)
아에 마지막 단편 제목이 '시끄러워 데이비드'일 정도니까 말이다.

뒷 이야기 단편으로 한 편 정도는 더 들어갔어도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인데, 읽을만 하니까 아쉽게 끝나는 게 이 책의 단점이 아닐까? 뭐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경사로세~경사로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나오면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점 5 / 10

정신자살 - 도진기

2011년 들녘 (미스티 아일랜드)

새로운 브랜드로 런칭됐길래 스탠드 얼론인가 싶었는데, 까놓고 말해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최신작.  처음에 시리즈 2권이 나온 이후로 잠깐 소식이 뜸했다가 나온 것이라서 더욱 반가왔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 그 흔한 소개문구 하나 신경쓰지 않았고, 오로지 알고 있는 것은 책 제목과 작가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초반 챕터에 익숙한 이름이 나왔을 적에 무척 기뻤다. 아싸! 시리즈 최신작이구나 하고 말이다.

간략한 스토리는 책 소개문구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 굳이 여기서 키보드 내구성을 깎아가면서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나 해볼까 한다. 물론 헤살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굵직한 트릭과 소소한 트릭이 혼재하면서 그 속에는 물리 트릭과 비물리 트릭이 다시 얽혀있는 모양새. 그렇다고 그것이 마구잡이식 공사를 벌려놓은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탄탄한  '거미줄'같아서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단 하나의 사실로 모든 사실이 꼬치 꿰듯이 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정적 트릭에 있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 작품의 평가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초반 주인공 등장 에피소드가 꽤 맘에 들었다. 그리고 그건 나중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와 어울려서 주인공의 조수(?)가 얘기해주는 힌트와도 이어진다.  힌트 자체가 뜬금 없이 등장하는 것 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와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의 복선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등장하도록 꾸미고 있다. 하지만 처음 에피소드는 주인공 소개와 더불어 자연스런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위화감이 들었다. 과연 두번째 녀석 없이 조수가 조언을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을테고 그렇다면 둘째 녀석을 어떻게 요리했어야 좋았을까? 나는 작가가 아니니 무책임하게 떠넘길 뿐이다. ㅋㅋ 또 하나는 우연에 의존한인 에피소드. 그 부분이 중요한데, 이 책을 마지막에 점수 메길 때까지 나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심했던 부분이다. 뭐 결론적으로는 감점 요인으로 들어갔지만.

그 외에도 복선을 지뢰 깔 듯이 깔고 있는 게 눈에 훤하다. 물론 어느 정도 진상을 깨닫고 나면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얘기. 그 전까지는 복선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녀석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중간에 출판사 측의 '명백한' 오타가 아닌가 싶은 (실제 오타 부분도 있다) 부분이 있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던 대목이라서 순식간에 이건 일부러 그런거다! 라고 확신하면서 나름 자신의 추리에 힘을 싣다가 '미끌'한 부분은 스스로도 좀 부끄러웠다.

결말은 호오가 갈릴 것 같다. 물론 나는 好~. ㅋㅋ
모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 거시기 영화는 정말 쓰레기였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말이다. 영화 2편도 나온다는데 정신자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다.

이로써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도 전환기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정신 자살>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역시 주인공 '고진'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캐릭터성도 탄탄해졌고, 상대역(?)도 정해진 듯 하고, 정규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도 보이는 등, 1부끝 2부 시작! 개봉박두! 같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거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이래저래 작가한테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 같다. 즐거운(?) 스트레스로 말이다.

다만 책 판형이 바뀐건 감점이다. 1,2,3권 꼽아놓고 봐라. 이게 뭔 짓인지. 내가 책 사모으면서 제일 싫어하는게 책 판형을 막 바꾸는 건데 말이다. 그걸 이 시리즈에서 볼 줄이야.....ㅠ.ㅠ

평점 7 / 10

2011년 9월 11일 일요일

친절한 킬러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9년 Dexter by Design
2010년 우리말(비채)

시리즈 4번째
권수가 거듭될 수록 1권이 재미가 서서히 바래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시리즈다.
이제는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운 개성적이었던 스릴러가 그냥 인기를 등에 업고 시트콤화 되서 신변잡기 갖다가 되는대로 소재로 삼아 적당히 분량 조절해서 내놓는, 그런 내용의 시리즈. 4권 막바지를 보니 5권은 보지 않아도 내용이 절로 상상이 간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덱스터의 꼬맹이들 대까지 내용이 어어질 것 같은데 그야말로 네버 엔딩 스토리.

어차피 이 시리즈는 추리 보다는 그저 캐릭터와 블랙유머에 의존한 것이었다보니 권수가 늘어질수록 스토리가 산으로 갈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다만, 그 예측이 틀리길 바랐고, 그래야만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인데, 아무튼 안타까운 작품이다. 나온다면 습관처럼 보기는 하겠지만 그냥 별도의 노선을 걷고 있는 TV 시리즈를 보는 것이 더 낫지 싶다.

그래도 그 동안의 정과 초반 신혼여행 장면은 그나마 재밌었으니........

평점 3 / 10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 - 노리즈키 린타로

2006년 고단샤 (미스터리랜드)
2011년 우리말 (학산문화사)

솔직히 미스터리 랜드가 우리말로 소개될 거라고는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 초에 학산에서 시리즈 3권이 나오는 걸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미스터리 랜드'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아우르는 전연령-비중으로 따지자면 어린이 쪽이 더 높겠지만 -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팬 층이 두텁다면 이것은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팬 층이 협소하다. 일반 독자는 충성도가 떨어지고, 충성스런 독자는 대부분이 마니아이고, 아이들이 주대상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 독서환경이 그와는 동떨어져있는 등 여러 악재조건이 많기에 이 시리즈가 우리말로 소개되기에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일단은 3권이 나와서 '간보기(?)' 수준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나왔다는 것 자체의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책 내용과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는데,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은 도둑이 주인공인 첩보물이다. 정부 산하 첩보기관에 책이 잡힌 괴도 그리핀이 밀명을 받아 물건 하나를 훔쳐온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노리즈키 린타로, 특히 국내에 정식으로 나온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라>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은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생뚱맞은 느낌마저 들지 모른다. 괴도 그리핀은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모험 액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복선과 단서 그리고 회수와 퍼즐처럼 맞물리는 마지막 파트의 정리까지 요소 자체는 본격 스럽긴 하지만 그 맛은 꽤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아이들 취향에 부합하도록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퍼즐은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굴곡이 적은 완만한 경사를 보여준다. 여기서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쉬울 지언정 작품의 평가를 나쁘게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사족) 장정은 충실하게 일본 원판을 그대로 따라했다.

사족2) 처음 소개된 3권은 여기서 소개한<괴도 그리핀, 위기일발>과 오츠 이치의 <총과 초콜릿> 이렇게 2개가 현지에서도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우타노 쇼고의 <마왕성 살인사건>은 평가보다는 작가의 지명도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가 상상(?)해 본다.

사족3) 다나카 요시키의 <라인의 포로> 오노 후유미과 아야츠지 유키토의 <깜짝관의 살인> 까지는우리말로 나올 확률이 꽤 높아 보인다.

평점 6 / 10

2011년 9월 7일 수요일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 하지은

2010년 이타카

'소원이 있니? 그런데 아이야, 소원을 빌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단다.'

나한테 누군가 단 하나 소원을 들어준다면 난 이렇게 답할란다.
그 소원을 100개로 늘려줘, 아니 무한대수로 늘려줘!! 
우주평화!

아무튼 하지은의 이번 작품은 '소원'을 들어주는 남자의 이야기다. 총 7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각 단편은 독립적인 내용이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에 그냥 하나의 장편으로 생각해도 별 지장은 없다.

이번작에서 주목할 부분은 각 단편에 쓰인 소재다. 마지막 작가 후기(스페셜 피처라고 되어있다)에서도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사실 각 단편은 그대로 장편으로 발전시켜도 무방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지은의 전매특허인 예술과 성장이 얽힌 스토리는 두 번째 단편 <시인의 방>에서 짤막하지만 그대로 맛 볼 수 있다. 또한 첫 단편 '걸작의 방'은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가 등장하고, '연인의 방'에서는 사랑과 증오의 로맨스를 맛 볼 수 있고, '부정의 방'은 나중에 따로 떼어서 하지은식 유머와 미스터리를 잘 섞으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여인의 방'은 '연인의 방'과는 다른 의미의 로맨스적인 내용이며, 마지막 '의사의 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 반전을 다룬 녀석이다. 이 녀석 덕분에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기묘한' 이란 문구가 제법 잘 살아나지 않나 싶다.

내용 뿐만 아니라 가격대 성능비도 만족스러워서 후속편이 나온다면 좋을 녀석이다. 특히 '부정의 방'에서 등장했던 휴안과 루서 콤비는 부디 다시 보고 싶다.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