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31일 토요일

술래의 발소리 - 미치오 슈스케

2009년 가도카와쇼텐
2010년 우리말 (북홀릭)

이번에 읽은 녀석은 이미 <새도우>등 3편의 장편이 우리말로 소개되어 이제는 좀 익숙해진, 미치오 슈스케의 첫 단편집 <술래의 발소리>입니다.(일본내에는 무지막지하게 장편도 쏟아냈습니다만;;;;;;) 총 6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안타까운 점은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겁니다. 다들 짤막한 편이라서 책의 전체 페이지 수는 겨우 230 여 페이지 정도. OTL 페이지당 성능비는 눈물나게 나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만회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재미'겠지요. 재밌는 책은 아무리 비싸도 비싼 느낌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술래의 발소리> 역시 재밌는(?) 단편집입니다.

일단 처음 수록된 <방울벌레>는 스탠다드한 미스터리 분위기 - 도서 추리 방식 - 로 진행됩니다. 중간에 좀 변태적인 부분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넘어가면서 막바지 가다보면 '어라!'하는 부분이 나오죠. 두 번째 단편 '짐승'도 비슷합니다. 집안에서 잉여스러운 주인공이 우연찮게 단서를 발견하고 이걸 조사하다가 어느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막바지에 가서 의외의 일이 밝혀지죠. 그래서 앞서 수록된 두 단편은 좀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을 갖게 하는 주범은 뭐 쓰인 '트릭'때문이기도 하지만요.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트릭입니다.  그리고이후 네개 단편은 미스터리보다는 '호러'에 가깝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단편은 일기 형식을 시간의 역전식 구성으로 만들어놓은 '겨울의 술래'입니다. 우리 마음은 망가지지 않았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더군요.ㅋㅋ 마지막에 수록된 '악의의 얼굴' 역시 막바지에 스윽 떠오르는 진상이 미스터리적인 면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호러가 더 잘 맞더군요. 이런 걸 보면 미치오 슈스케가 작정하고 호러 미스터리 한 편 내놓으면 꽤 재밌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각 단편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S'라는 이니셜, 벌레, 책 제목의 술래(일본어로는 '오니'라고 하며 귀신이란 뜻도 있음)의 이중적 의미 등, 다 읽고 나면 역시 돈 값은 충분히 하는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이 책의 단점이라면 그저 페이지수가 적다는 것과 미스터리적 쾌감은 덜하다는 것 정도겠네요. 단편 두 편 정도만 더 수록되었어도 최소한 평점 +1은 먹고 들어갔을 겁니다.ㅋㅋ


평점 6 / 10

시미가의 붕괴 - 기타무라 가오루

2006년 고단샤 (원제 : 시미가의 붕괴~ 아홉 개의 수수께끼)
2009년 고단샤 노블즈
2010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황매)

<시미가의 붕괴>는 약간은 독특하면서도 마니악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작가의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는 9개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단편은 전부 분량이 짧습니다. 걔중에는 掌편도 있습니다.

일단 제 취향에 맞는 작품으로는 제일 처음에 수록된 '녹아간다'입니다.신입사원 미사키가 서서히 망가져가는 모습이 미스터리보다는 '호러'스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이 단편집의 전체적인 성격이나 방향을 정하기에도 딱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왼손이 오른손을 사랑하는 여인과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 2개가 나오는데, 이게 의외로 상당히 깹니다. 이 두 편과 '오니기리, 꾹꾹'과 마지막 단편은 의외로 마니악한 구석을 내비칩니다. 가장 깔끔하게 읽히는 것은 '오니기리, 꾹꾹'이고 나머지는 패러디, 풍자가 곁들여져서 좀 더 마니악하죠. 그래서 재밌습니다.ㅋㅋ 개인적으로는 '오니기리,꾹꾹'를 가장 좋아합니다. 회심의 추리가 살짝 살짝 어긋나는 재미를 짤막한 단편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예전에 원서로 읽을 적에는 당연 독해가 제일 쉬워서였던 면도 있지만 이번에 우리말로 다시 보면서 느낀겁니다만, 취향이란 건 이리저리 막 바뀌는 건 아니더군요. ㅎㅎ

전체적으로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만, 이걸 대놓고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지네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재미가 있다보니 미스터리를 즐겨 읽지 않는 독자들한테는 추천하기가 좀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평점 6 / 10

2010년 7월 27일 화요일

은견 - 미쓰하라 유리


2006년 가도카와쇼텐
2008년 문고판
 
<은견(銀犬)>에는 신화에 나오는 게일의 여신 중 하나인 여정여왕 니아브와 같이 살다가 인간계로 나오지만 규칙을 어겨서 요정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발드(보통 음유시인) 오시안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물론 설화 속의 오시안과 실제 소설 속에 나오는 오시안과는 좀 다릅니다. 켈트 설화 속에 나오는 발드를 주인공으로 삼아 작가 미쓰하라 유리만의 연작 단편 설화로 재탄생 시켰지요. 설정과 뼈대 정도만 가져다가 재창작 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소설 안에는 음악이 매우 중요한 소재이자 극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지요. 가령 1화 단편 목소리 없는 악사에서는 살해당하고 나서 구천에 떠도는 한 발드의 영혼을, 오시안과 그의 파트너 브란이 달래주려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악입니다. 음악이 단서가 되고, 악기가 결정적 증거가 되어서 원혼의 정체를 밝히고 구제를 하게 되죠. 따라서 <은견>은 기본적으로 환상소설이긴 합니다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스터리 장치와 구조를 살짝 차용해다가 쓰고 있기에 넓은 의미로 미스터리라고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실제 책 표지에는 판타지 미스터리라고 당당하게 쓰여있긴 한데, 국내에서는 글쎄요 미스터리 쪽은 빠지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요즘은 개나 소나 미스터리 시대가 아니겠습니까? 뭐 원래 미쓰하라 유리는 본격적으로 미스터리에 뛰어들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작인 <열 여덟살 여름>(우리말 출간중)<시계를 잊고 숲으로 가자> <머나먼 약속> <최후의 소원> 등을 보자면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지만 일상적인 이야기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나, 미스터리 동호회가 나오는 본격적인 내용일 듯 하지만 실제는 소녀만화 같은 분위기가 더 인상적인 것을 주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것이 <은견>이다보니 뭐 그러려니 해야겠죠. 나중에는 아예 미스터리에서 탈피까지 했는데, 아마 작가는 일단은 대중에게 좀 받아들여질 만한 장치로서 미스터리를 도입했고, 나중에는 미스터리가 없더라도 자신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제가 작가가 아니다 보니 그냥 상상할 뿐입니다.
 
이 책이 미스터리냐 아니냐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재밌나, 재미없나? 이게 더 중요하죠. <은견>일단은 재밌는 책입니다. 오시안과 브란이 영혼을 구제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 속에 사랑,증오,비밀,감동 등을 약간의 미스터리 플롯을 이용해서 잘 만든 면이 재밌다고 볼 수도 있긴 한데.......뭐랄까 생각보다 여운이 남지 않는 느낌이 좀 걸립니다. 아무래도 켈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설정이기 때문에 일어난 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현대판 가수가 나와서 제령한다고 하면 이건 이것대로 코미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겁니다. 그 점에 주목해서 읽는다면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은견>을 다 읽어도 오시안과 브란 콤비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속편은 언제 나올지 기약도 없는 상태네요. (현지 정보에 어두워서 저만 모르는 것일지도모릅니다만;;)
 
평점 6 / 10

2010년 7월 25일 일요일

시튼 탐정 동물기 - 야나기 코지

2006년 고분샤
2009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루비박스)

역사 추리 쪽으로 몇 편의 수작을 발표했던 야나기 코지 추리소설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전 <황금의 재>, <향연>, <시작의 섬> 정도 중에 첫 타자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시튼 탐정 동물기>가 1번 타자가 됐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 작품이 재밌는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좀 가볍게 읽기에 좋은 단편집이거든요.

 앞서 말한 세 작품은 전부 장편이고, <시튼 탐정 동물기>는 장편 보다는 <백만의 마르코>라는 마르코 폴로가 감옥 안에서 동료 죄수들에게 자신이 몽고에서 겪은 이런 저런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짤막한 단편집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적은 페이지 수에 비해 수록된 단편은 7편으로 많습니다. 구조는 시튼이 자신이 겪은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작중 화자 '나'에게 들려주는 스타일이죠. 이래서 이리 됐습니다. 끝!! 하면 '나'는 아니 '왜!' 그리 됐나요? 라고 반문하게 되고 시튼은 씩 웃어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방식인데, 이게 완전 <백만의 마르코> 시리즈와 판박이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백만의 마르코>보다는 <시튼 동물 탐정기>가 좀 더 미스터리 구색이 갖추어져있고, 분량도 미묘하지만 좀 더 많이 책정됐다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거의 똑같습니다.


단지 <시튼>은 미스터리 기초 문법을 동물들의 습성과 재밌게 연결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짤막한 단편이지만 흥미롭게 그려지고, 적당히 생각할 거리도 던지는 면이 가볍게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동물이 나와서 친숙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어쨌든 미스터리 자체만 놓고 보면 그다지 주목할 건 없습니다.  수록된 단편 중 제일 재밌던 것은 '카림포의 악마' (늑대왕 로보와 연결되는 단편) '실버스팟'(까마귀)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곰의 왕 잭' 이렇게 세 편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역사 추리 삼부작(편의상 제 맘대로 붙였습니다.)보다는 나중에 나온 <조커 게임>과 <도쿄 프리즌>이 더 호평을 얻고 인기도 얻었던 걸 감안하면 이쪽이 먼저 우리말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여지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애착이 더 가는 역사 추리 세자매(..) 쪽이 먼저 나오길 바랍니다만, 그저 일개 팬의 바람일 뿐이겠지요.

평점 6 / 10

2010년 7월 12일 월요일

잠자는 인형 - 제프리 디버

2007년
2010년 우리말(비채)

비채에서 발간중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 23번째로 나온 녀석이 이번에 소개할 제프리 디버의 특급 스릴러 <잠자는 인형>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해야할 얘기가 있습니다. <잠자는 인형>은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 1 탄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녀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다른 장편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 중 하나인 <콜드 문>인데, 여기에 캐트린 댄스가 거의 주인공에 가깝게 등장해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어느 정도 였냐면 <콜드 문>에서 아맬리아 색스와 링컨 라임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캐트린 댄스(콜드 문에서는 캐서린 댄스)와 범인만 기억에 남았을 정도니까요. ㅋㅋ 디버 '옵'빠가 처음부터 그녀를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소개'차원에서 자신의 인기 시리즈에 교묘하게 던져놓은 덫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제프리 디버의 일련의 스릴러들을 쭉 읽어보면 '의도적'인 장치였을 거라는 생각에 손을 들어주고 싶긴 하네요.

 어쨌거나 인기 캐릭터가 된 캐트린 댄스는 동작학과 심리학 전문가로 '거짓말 탐지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심문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잠자는 인형>의 첫 장은 '심문은 평범하게 시작됐다'라고 하면서 시작됩니다. (일가 살해사건 신문기사도 있지만 이건 그냥 프롤로그에 가까와서 제외했습니다.) 그렇게 '다니엘 펠'이라는 또 한 명의 주인공과 캐트린 댄스는 첫 장면부터 대면하고 '심문'을 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출발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탈옥은 그야말로 독자를 소설 속으로 꽉 잡아 붙들어매는 역할을 잘 수행하죠. 제프리 디버의 주특기는 이렇게 독자를 정신없이 휘두르는 '지배'에 있습니다. 디버의 창작 스타일은 플롯을 검토하고 검토한 후에 글 작성은 순식간에 끝내고 탈고를 꽤 거친다고 하죠. 상정할 수 있는 모든 독자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거기에 맞추어, 독자의 허를 찌르는 플롯을 꾸미고 또 꾸미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잠자는 인형> 역시 복잡한 플롯을 보여줍니다. (물론 나중에 알고보면 일목요연합니다만)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마음을 조종하는데 능수능란한 탈옥범 펠의 뒤를 쫓는 인간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의 추격에만 독자의 시선이 묶이기 쉽다는 걸 이용한 디버의 플롯 뒤틀기는 역시 이번에도 건재합니다. 그 동안 디버가 보여줬던 반전의 패턴과는 비슷하지만 그 내용과 느낌은 좀 다르다는 설명으로 갈음합니다. 아무래도 링컨 라임 시리즈가 '패턴'이 고착화되는 단점이 있긴 한데 - 그럼에도 여전히 1급 스릴러라는 면이 놀랍습니다- <잠자는 인형>은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모자라거나 비판받는 부분을  보완하고자 내세운 신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9년에 나왔다는 <노변의 십자가>도 기다리면 우리말로 나오겠죠? 역시 기대중입니다. 이러다 링컨 라임보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여담)
 이 책에서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잠자는 인형'의 비중입니다. 실제 소설 안에서 등장합니다만, 장면은 얼마 되지가 않더군요. 아아!! 열라 중요하게 나올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는 누가 '잠자는 인형' 역을 맡을지 궁금하군요. ㅋㅋ

평점 8 / 10

2010년 7월 7일 수요일

신참자 - 히가시노 게이고

2009년 고단샤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 최신작이다. 기본 구성은 연작 단편집 스타일의 장편이면서 테마는 전작 <붉은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감동'이다. 닌교쵸 마을 맨션에서 한 여성이 목에 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막 부임한 신참 가가 형사가 사건에 뛰어들면서 총 9장에걸친 이야기기 시작된다. 각장에서는 사건 조사를 위해 가가가 찾아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첫 장 '세일즈맨의 소매'를 보자. 한 보험 세일즈맨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알리바이가 없다. 주장하는 말은 허점 투성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기 알리바이를 해치면서까지 한 센베이 가게 가족을 위해서였다는 내용이다.여기서 감동해냐하는 건가? 아무튼 그렇게 용의자 한 명은 사라진다. 다음 장에서는 그런 식의 반복이다.

 뭔가 숨기는 용의자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감동 코드'가 숨어있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이제는 진짜 식상한 플롯을 취하고 있다.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제 아주 여기에 맛들린 것 처럼 보인다. 감동도 어쩌다 맛봐야 찡한 것이지, 내놓는 작품마다 감동하지? 감동안할래? 이따구면 솔직히 독자들도 이젠 질릴 때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지루한 감동이야기지만 작가는 이제는 팔릴만한 이야기, 영상으로 꾸미기 좋을 법한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아주 능수능란해졌다. 신참자 역시 10부작 드라마로 나왔다. 주연은 아베 히로시였다.

 <신참자>가 다른 작가의 글이었다 오히려 호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본 사건을 큰줄기로 놓고 곁가지를 하나 하나 파헤치면서 전체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곁가지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내용이라는 구성은 크게 나무랄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어줍잖은 인정 때문에 가가 시리즈가 이렇게 더렵혀졌다는 게 싫을 뿐이다. 덕분에 <붉은 손가락>도 이젠 싫다.

 情은 초코파이로 충분하다.

 평점 3 / 10

2010년 7월 6일 화요일

가다라의 돼지 - 나카지마 라모

1993년 지츠교노니혼샤
1996년 슈에이샤(문고판) 전 3 권
2010년 우리말(북스피어) 전 1 권 !!!!!

일단 소설 얘기 전에 분책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일본에서 단행본은 단권으로 나왔고 문고판은 3권으로 나뉘어서 나왔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3부작이고 각각의 장르는 다릅니다. 연작장편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문고판도 거기에 맞추어서 - 물론 상술이 90%였겠지만요 - 3권으로 분책이 됐는데, 이 녀석이 우리말로 나온다고 할 적에 저는 당연히(?) 3권으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다 못해 최소 2권 예상했는데, 무려 단권으로 나왔습니다. 끄억!!!! 북스피어 이 대인배!!! ㅠ.ㅠ 물론19,800원이라는 정가를 보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요근래에 충분히 2권으로 나와도 되는 걸 굳이 2권으로 분책해서 내놓는 <텟소의 우리>라는 녀석을 보면 뭐랄까 출판사 마인드가 옅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내놔도 너희들 살꺼지? 꼬우면 사지말던가? ㅋㅋ 라는 비아냥이 느껴진다고 해야할지, 뭐 저 혼자만의 착각과 상상에 기인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그랬습니다.

 자, 각설하고 <가다라의 돼지>에 대해 애기해보겠습니다.

 이 녀석은 미스터리가 아닙니다!판타지도 아닙니다. 코미디도 아닙니다. 모험물도 아닙니다. 액션도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판타지 코믹 모험 액션 미스터리입니다. 응? 그야말로 장르와 장르를 넣고 비벼버린 비빔밥 같은 녀석입니다. 일단전 3 부로 나뉘는 장 구성에 주목해야합니다. 1부는 주로 트릭 파헤치기가 등장합니다. 사이비 종교가 나오고 마술이나 기타 트릭을 규명하는 내용이 주가 되죠. 굳이 따지자면 미스터리쪽이 알맞겠습니다. 2부는 오지 탐험대입니다. 주인공 일행이 거시기 오지로 가서 겪게 되는 '저주'와 관련된 어드벤처 물입니다. 3부는 절체절명 액션물입니다. 거기에<데드 얼라이브>같은 코믹함이 곁들여져서 악당 VS 주인공의 확실한 구도까지 잡혀있지요. 해서 <가다라의 돼지>는 판타지 코믹(이하생략)이 되겠습니다. 그냥 대중오락소설이라고 말하면 편할 것을 괜히 칼로리 낭비 좀 해봤습니다. ㅋㅋ

 그래서 미스터리 기대하시고 보셨다간 변화무쌍하게 바뀌어가는 장르에 견디지못하고 책을 벽에다 집어던질 독자가 나올지도 모르겠고 - 팔힘이 없다면 한 손으로는 들지도 못겠지만요. ㅋㅋ - 딱히 선입견 없이 그냥 즐겁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기대하고 잡았다면 그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결과물을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1부와 2부는 꽤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습니다. 3부는 좀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3부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헐리우드 B급 호러 영화 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딱 맞을 겁니다. 뭐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지만요.

 추천작!!

 평점 7 / 10

 

실종~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 마이클 코넬리

2002년
2009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이번에 소개할 마이클 코넬리의 <실종>은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입니다. 아니,작가의 다른 스릴러도 마찬가지로 무비 스타일이긴 한데, <실종>이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페이지수가 적습니다!! 겨우(?) 400 페이지 좀 넘습니다. (....) 게다가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나는 죽음을 담당한다로 시작하는 <시인>이 시같다면 <실종>의 잘못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시작되는 서두는 노래같죠. 어느쪽 도입부가 더 인상적이냐 하는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만큼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헨리는 과학자입니다. 연구가죠. 그런 그에게 잘못 걸려온 전화는 에스코트(사실상 매춘부) 릴리를 찾는 수 많은 남성들의 전화죠. 보통은 그냥 그런가보다 넘기거나 다시 전화번호를 바꾸어서 흐지부지 끝날일인데, 헨리는 어느덧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릴리는 어디로 간거지? 하고요. 헨리가 릴리의 행방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어릴적 가출했다가 살해당한 누나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헨리는 릴리의 행방을 좇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혹한 사실입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헨리는 과연 마지막에 어떻게 될까요? 아무튼 <실종>은 이렇게 작은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주변의 파문과 공명하다가 결국 호수 전체가 요동을 치게 되지만 그 모든 것은 거시기였다는 미스터리의 원초적 문법을 맛깔나게 살린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과학자이긴 하지만, 쓸데없이 그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소설속 안으로 풍덩 뛰어들수 있습니다. 맥주병이라도 마이클 코넬리가 설치해준 구명조끼가 있어서 안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실종>은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는 감상평이 나올 정도로 재밌는 작품입니다. 다작 작가이면서도 재밌는 작품을 꾸준하게 뽑아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일텐데 마이클 코넬리는 그게 가능한 작가죠. 설령 재미가 좀 없다고 해도 그건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이지 여전히 평범한 미스터리 보다는 항상 +1~2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합니다. (뭐,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서 국내에도 꾸준하게 소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 보시 시리즈 전편이 다 우리말로 소개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지만, 과연 제 바람이 실현될지는 모르겠네요.

평점 7 / 10

2010년 7월 5일 월요일

어둠의 불 - C.J.샌섬

2004년
2010년 우리말(영림카디널)

 전작 <수도원의 죽음>에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어둠의 불>(원제 : Dark Fire)은 전편과는 성격이 상당히 달라진 역사 추리소설입니다. 1540년 런던을 무대로 누명을 쓴 소녀의 변론을 맡게 된 주인공 매튜 샤들레이크. 소녀의 누명을 벗겨야 하는데, 정작 소녀는 입을 꼭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질 않습니다. 소녀의 태도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지만, 크롬웰 경의 힘으로 재판은 번복되고 2주의 시간을 벌게 됩니다. 대신 샤들레이크는 크롬웰을 위해서 '그리스의 불'이라는 무기를 얻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 옆에는 크롬웰에게 충성을 바치는 바라크라는 청년이 함께하죠.

 일단 전작과 가장 큰 차이는 액션입니다. <수도원의 죽음>은 수도원 한 곳을 무대로 펼쳐지는 상당히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어둠의 불>은 단서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위험에 맞닥뜨리는 '동'적인 분위기가 강렬합니다. <수도원의 죽음>에서도 액션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둠의 불>에서 적에게 맞서서 칼을 빼들고 휘두르는 샤들레이크의 모습은 많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또하나는 동시에 두 가지 사건이 전개됩니다. 자기변론을 하지 않는 소녀가 갖고 있는 비밀은? 그리스의 불이란? 이렇게 큰 뼈대의 사건이 동시진행되죠. 전작의 주인공이 재등장은 하지만 미스터리적 성격은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역사 추리라는 장르에 걸맞게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묘사는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미스터리적 완성도는 사실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어둠의 불>은 미스리적 재미 하나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그 안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겪어야 하는 사건과 갈등을 , 미스터리적으로 묘사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독자는 지켜보면서 거기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스터리자 주는 아니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두 가지 사건이 과연 어떻게 맞물려가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는 분명 색다를 겁니다.

 그러고보니 이 작품으로 샌섬은영국추리작가협회 역사추리상 앨리스 피터스 상을 수상했습니다. 같은 상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어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새러 월터스의 <핑거스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어둠의불>도 그에 못지 않는 좋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가 계속해서 우리말로 나오길 바랍니다만, 과연 제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전적으로 '어른들의 주머니 사정'에 달려있다는 것이 슬픕니다. 아니면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역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정도는 배워둬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캐드펠 시리즈가 전권 다 번역됐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싶네요.)

평점 7 / 10

수도원의 죽음 - C.J.샌섬

2003년
2008년 우리말(영림카디널)

 <수도원의 죽음>(원제 : Dissolution 해산, 소멸)은, 국내에 영미권 추리소설을 꾸준하게 블랙캣 시리즈로 내놓고 있는 영림카디널에서 내놓은 C.J.샌섬의 데뷔작이자 역사 미스터리입니다. 첫 문장부터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옅볼 수 있는데 -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 크롬웰의 명령으로 거시기했다! 이런 식으로 서두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1537년도라는 연대오 크롬웰이란 이름만으로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일목요연하죠.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제목과 이어집니다. 당시 크롬웰이 했던 종교개혁(?)의 일환이었던 수도원 해산, 그래서 영문 원제가 해산을 뜻하는 Dissolution 입니다. 하지만 전 우리말 제목이 더 운치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영제목이 핵심을 콕 찝었다면 우리말 제목은 여운이 남는다고 할까요? 수도원의 죽음은 그야말로 수도원이 죽었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수도원 안에서 일어난 죽음이란 뜻도 되니까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실제 소설 속 수도원 안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크롬웰의 명을 받아 파견되는 주인공 탐정이 꼽추  변호사 '매튜 샤들레이크'이죠. 조수 마크를 데리고 수도원에 가서 목이 잘려 죽은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 샤들레이크. 하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과거에도 사건이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집니다.

 역사 추리답게 곳곳에 등장하는묘사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수도원에 거의 한정된 무대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될수 밖에 없는 지루함을 캐릭터와 묘사의 힘으로 잘 극복합니다. 캐릭터라면 먼저 탐정역인 매튜 샤들레이크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 수 있겠네요. 묘사는 물론 역사 추리답게 당시 배경과 상황을 따분하게 설명문 위주로 그리기보다는 캐릭터들이 직접 움직여가면서 자연스레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옵니다. 사실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로 구분됩니다만, 솔직히 '미스터리' 자체만으로는 고득점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미스터리 보다는 캐릭터와 역사적 배경과 허구의 유기적인 결합과 그걸 적절하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묘사력이 이 작품의 주된 매력이죠.

 역사 추리라고 해서 기초 지식을 요구하는 거 아냐? 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독서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밑거름이 있는 상태와 깨끗한 백지상태에서 읽는 것에는 분명 느낌의 차이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러고보니 보고 나면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릴수 밖에 없고, 떠 올려야 합니다! (ㅋㅋ) 아니나 다를까 샤들레이크가 재등장하는 후속작 <어둠의 불>이 앨리스 피터스 상을 수상했더군요.

평점 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