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7 - 이루마 히토마
2009년 전격문고
2009년 우리말 (학산 X노벨)
소생은 여자로소이다로 시작하는 7권 첫부분을 보고 있자니 역시 6권은 끝이고 7권은 4,5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캐릭터이자 또 하나의 거짓말쟁이 '오오에 유나(가칭)'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외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정규 시리즈입니다. 6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6권을 즐겁게 읽었던 것은 엉망진창 끝났기 때문인데, 사실은 그게 거짓이었지롱~ 하는 것 자체가 이 시리즈의 묘미이긴 합니다만, 녀동생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안타깝더군요.
유나가 우연히 '마유'가 한 소년을 납치하는 걸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소년이 소지하고 있던 '팔(사람의)'을 주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팔의 주인은 유나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 납치된 소년의 일당은 추리 게임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유나가 우연히 참가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참가자 중 한 명 한 명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미묘하게 흘러갑니다만, 사실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미 군은 화려하게 부활해서 신고식을 치루고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한다는 내용입죠.
작가 후기를 보니 더 나온다고 하는데, 그냥 단 권으로 끝났을 시리즈를 여기까지 끌어온 것만 해도 칭찬받을 만은 하지만, 역시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앞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까 약간은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냥 도를 닦는 입장에서 읽어야겠습니다. 당분간은 <거짓말쟁이 미 군가 고장난 마짱 시리즈>는 좀 쉬고, 작가의 다른 시리즈 <전파남가 거시기>였나를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평점 4 / 10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피리새 (상) (하) - 김근우
2008년 로크미디어
<바람의 마도사>로 원로(?) 판타지 소설 작가 '김근우'의 최신작입니다. <광검>과 <흑기사>까지는 보다가 한동안 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피리새> 덕분에 작가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군요.
아무튼 판타지 소설하면 보통은 D&D 룰이나 돌킨이 창조한 룰을 따르거나 소재만 갖다가 새롭게 창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전부터는 무협 세계관과 융합한 퓨전 판타지가 지금까지도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적 판타지에 대한 여러 담론은 오고 갔습니다만,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가 그런 담론에 많이 접근한 결과물일 겁니다. 그런데 김근우의 <피리새>는 철저하게 한국적입니다. 일단 기본 모티브는 '바리데기 공주 설화'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피리새라는 소녀가 무당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속에는 처용(정규교과과정을 졸지 않고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신라하면 떠오르는 '화랑'이란 것도 한 역할을 맡고 있죠. 소재만 그렇다할 뿐이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현대적입니다.
상권의 첫 시작부분 '큰 가람'을 보면 그렇습니다. 수도관리국 소속 직원이라는 두 남자의 대화는 유머를 담아 독자를 부드럽게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캐릭터는 자연스레 소설의 메인 캐릭터 '바오 가람'과 '피리새'라는 주역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잘 하고 있죠. 이어지는 '일곱번째 공주'에서 나오는 미루 공주나 동료 화랑 캐릭터들도 현대적입니다. 덜렁대는 듯 하지만 귀엽고 영특한 공주라는 캐릭터, 분량상 많은 등장 장면이 적지만 7명의 화랑과 국선화랑. 아마 이 부분만 가지고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듯 한데, 아쉽게도 <피리새>의 주인공은 아니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가리박사'라는 감초 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피리새, 가람과 함께 서역으로 가는 도중 사사건건 가람의 구박(?)을 받는 인물입니다만, 입담이 재밌습니다. 물론 캐릭터 자체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가리 박사의 정체나 전체 플롯을 봐서는 큰 의미의 '미스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말이죠.
어릴적 부터 귀신을 보는 재주가 있는 피리새. 나무를 베는 숙명을 짊어진 가람. 이런 주인공들은 서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도중에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되고 성장해 갑니다. <피리새>는 그런 소설입니다.
소설은 상,하 권입니다만 대략 1000 페이지 정도가 되는터라 분량이 제법 됩니다. 게다가 1페이지당 활자수도 요즘 출간되는 소설에 비하면 많은 편이죠. 아마 김근우라는 작가가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였다면 <피리새>는 상,하 권이 아니라 전 4 권 이런 식으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좀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피리새와 가람에게 집중된 이야기 구조 자체는 불만 없습니다만, 미루 공주와 달이장 공주, 가람의 동료 화랑, 소설의 도입부를 잘 이끌어준 서다함과 마휼, 37대 주몽인 바리수와 아리수 등등 주인공과 엮이는 여러 캐릭터들의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지거든요. 분량이 좀 늘어나더라도 관련 에피소드를 좀 더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지나가듯이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물론 정통 미스터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주장하는 어떤 장르든 미스터리적 플롯(특정인물의 정체, 사건과 사건의 세계관을 바탕으로한 합치 등등)의 도입은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라는 걸 <피리새>는 잘 보여주더군요. 물론 좀 더 비꼬았더라면 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되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양산형 판타지 공장이었던 로크미디어의 새로운 시도 (라기 보다는 자구책이겠지만요.)인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은의 <얼음나무 숲>과 김근우의 <피리새>만으로도 말이죠. 확실히 양질의 판타지 소설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덕분에 <바람의 마도사>가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아마 '라니안'이었던 듯 한데........
평점 8 / 10
<바람의 마도사>로 원로(?) 판타지 소설 작가 '김근우'의 최신작입니다. <광검>과 <흑기사>까지는 보다가 한동안 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피리새> 덕분에 작가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군요.
아무튼 판타지 소설하면 보통은 D&D 룰이나 돌킨이 창조한 룰을 따르거나 소재만 갖다가 새롭게 창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전부터는 무협 세계관과 융합한 퓨전 판타지가 지금까지도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적 판타지에 대한 여러 담론은 오고 갔습니다만,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가 그런 담론에 많이 접근한 결과물일 겁니다. 그런데 김근우의 <피리새>는 철저하게 한국적입니다. 일단 기본 모티브는 '바리데기 공주 설화'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피리새라는 소녀가 무당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속에는 처용(정규교과과정을 졸지 않고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신라하면 떠오르는 '화랑'이란 것도 한 역할을 맡고 있죠. 소재만 그렇다할 뿐이지 등장하는 캐릭터는 현대적입니다.
상권의 첫 시작부분 '큰 가람'을 보면 그렇습니다. 수도관리국 소속 직원이라는 두 남자의 대화는 유머를 담아 독자를 부드럽게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캐릭터는 자연스레 소설의 메인 캐릭터 '바오 가람'과 '피리새'라는 주역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잘 하고 있죠. 이어지는 '일곱번째 공주'에서 나오는 미루 공주나 동료 화랑 캐릭터들도 현대적입니다. 덜렁대는 듯 하지만 귀엽고 영특한 공주라는 캐릭터, 분량상 많은 등장 장면이 적지만 7명의 화랑과 국선화랑. 아마 이 부분만 가지고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듯 한데, 아쉽게도 <피리새>의 주인공은 아니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가리박사'라는 감초 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피리새, 가람과 함께 서역으로 가는 도중 사사건건 가람의 구박(?)을 받는 인물입니다만, 입담이 재밌습니다. 물론 캐릭터 자체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가리 박사의 정체나 전체 플롯을 봐서는 큰 의미의 '미스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말이죠.
어릴적 부터 귀신을 보는 재주가 있는 피리새. 나무를 베는 숙명을 짊어진 가람. 이런 주인공들은 서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도중에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되고 성장해 갑니다. <피리새>는 그런 소설입니다.
소설은 상,하 권입니다만 대략 1000 페이지 정도가 되는터라 분량이 제법 됩니다. 게다가 1페이지당 활자수도 요즘 출간되는 소설에 비하면 많은 편이죠. 아마 김근우라는 작가가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였다면 <피리새>는 상,하 권이 아니라 전 4 권 이런 식으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좀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피리새와 가람에게 집중된 이야기 구조 자체는 불만 없습니다만, 미루 공주와 달이장 공주, 가람의 동료 화랑, 소설의 도입부를 잘 이끌어준 서다함과 마휼, 37대 주몽인 바리수와 아리수 등등 주인공과 엮이는 여러 캐릭터들의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지거든요. 분량이 좀 늘어나더라도 관련 에피소드를 좀 더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지나가듯이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물론 정통 미스터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주장하는 어떤 장르든 미스터리적 플롯(특정인물의 정체, 사건과 사건의 세계관을 바탕으로한 합치 등등)의 도입은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라는 걸 <피리새>는 잘 보여주더군요. 물론 좀 더 비꼬았더라면 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되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양산형 판타지 공장이었던 로크미디어의 새로운 시도 (라기 보다는 자구책이겠지만요.)인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은의 <얼음나무 숲>과 김근우의 <피리새>만으로도 말이죠. 확실히 양질의 판타지 소설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덕분에 <바람의 마도사>가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아마 '라니안'이었던 듯 한데........
평점 8 / 10
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살인예언자4~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 딘 쿤츠
2008년
2009년 우리말 (다산책방)
오드 토머스 시리즈 4번째. 원제목은.
우리말 부제는 '흰 옷의 소녀'라는데, 작중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여인 '안나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4권은 저편 수도원 사건 말미에 개 유령을 조우한 오드가 매직비치라는 곳에서 겪은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음모극 속에서 주인공 오드는 결국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나름 반전(?)이랍시고 등장은 한다지만 그다지 볼 것은 없지만 시종일관 오드의 유머는 여전해서 전편 걸쳐 그냥 코미디 소설 보는 기분이다. 4권 내에서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후속편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평점 3 / 10
2009년 우리말 (다산책방)
오드 토머스 시리즈 4번째. 원제목은
우리말 부제는 '흰 옷의 소녀'라는데, 작중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여인 '안나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4권은 저편 수도원 사건 말미에 개 유령을 조우한 오드가 매직비치라는 곳에서 겪은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음모극 속에서 주인공 오드는 결국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나름 반전(?)이랍시고 등장은 한다지만 그다지 볼 것은 없지만 시종일관 오드의 유머는 여전해서 전편 걸쳐 그냥 코미디 소설 보는 기분이다. 4권 내에서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건 후속편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평점 3 / 10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왕녀 그린다 (상) (하) - 가야타 스나코
1992년 대륙서방
2000년 중앙공륜신사
2007년 우리말 (대원씨아이)
(상) 델피니아의 희장군
(하) 그랑디스의 백기사
<델피니아 전기>의 전신으로 팬들 사이에 회자되던 문제(?)의 소설 <왕녀 그린다>가 우리말로도 나왔습니다. 내용은 역시 전신은 전신이구나 하는 느낌이 마구 들정도로 기본 캐릭터와 설정등은 <델피니아 전기>에서 이미 봤던 것들이더군요.
단지 시리즈 1권의 시작점인 상권에서 이미 리는 희장군으로 서리궁에서 서식중이고, 셰라가 리를 죽이기 위해 잠입하는 내용부터 시작합니다. 2부에서 윌과 리의 코랄 탄환을 그리려고 했다는데, 출판사 도산으로 결국 구성을 바꾸어서 현재의 <델피니아 전기>가 됐다고 하는데,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행성 본쥬이 출신이나 달의 아이와 태양, 파로트 일족 같은 설정 역시 이때부터 존재했던 것이더군요. 리와 윌의 대화는 역시 변함없더군요. 거의 똑닮은 플롯도 있는 반면 갈등 해결 부분 - 셰라를 파로트 일족에서 꺼내는 - 에서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뭐 가야타 스나코의 단점인 사건이 났다가 후다닥 끝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델피니아 전기>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권합니다. <델피니아 전기>를 모르는 분이라면 <왕녀 그린다>보다는 <델피니아 전기>를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평점 5 / 10
뉴욕 더스트 - 오승환
2008년 로크미디어(노블레스 클럽)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 두 번째로 나온 책이라 내심 기대했던 녀석인데, 결론부터 가자면 기대이하의 소설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주인공 이진후라는 청년이 사랑하는 애인이 사채이자를 갚지 못해 강간당하고 찍힌 비디오 때문에 자살한 것을 계기로, 연쇄살인범으로 바뀌고, 나중에 첩보조직의 암살자가 됐다가 뉴욕에서 꽃을 든 남자가 되고 다시 총을 들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이 살인범이 됐다가 암살자가 됐다 꽃집 주인이 됐다가 다시 암살자가 되서 벌이는 액션모험 계열이긴 한데,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스릴러 계열로 들어가겠네요. 확실히 양산형 판타지 일색인 이쪽 세계에서 나름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세계관 구축과 영미권 스타일의 빠른 챕터 전환을 통한 속도감 등은 인정할만합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질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막판에는 나름 반전이라고 들어가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워즈 패러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나름 묵직하게 다가와야할 부분인데, 그래서 좀 웃겼습니다. 그런 걸 제외하고는 플롯은 대단히 직선스럽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동시진행이면서 캐릭터들이 엇갈리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복잡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체적인 느낌이 싱거워요. 싱겁게 먹는 것이 몸에는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음식' 이야기이고, 창작물에서는 '자극적'인 강한 맛은 필요합니다. <뉴욕더스트>에서 쓰인 소재 자체는 다시다같은 전형적인 자극적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1년에 1차 집필완료했다고 하는데, 좀 더 빨리 출간했다면 평이 약간은 좋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평점 3 / 10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 두 번째로 나온 책이라 내심 기대했던 녀석인데, 결론부터 가자면 기대이하의 소설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주인공 이진후라는 청년이 사랑하는 애인이 사채이자를 갚지 못해 강간당하고 찍힌 비디오 때문에 자살한 것을 계기로, 연쇄살인범으로 바뀌고, 나중에 첩보조직의 암살자가 됐다가 뉴욕에서 꽃을 든 남자가 되고 다시 총을 들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이 살인범이 됐다가 암살자가 됐다 꽃집 주인이 됐다가 다시 암살자가 되서 벌이는 액션모험 계열이긴 한데,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스릴러 계열로 들어가겠네요. 확실히 양산형 판타지 일색인 이쪽 세계에서 나름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세계관 구축과 영미권 스타일의 빠른 챕터 전환을 통한 속도감 등은 인정할만합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질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막판에는 나름 반전이라고 들어가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워즈 패러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나름 묵직하게 다가와야할 부분인데, 그래서 좀 웃겼습니다. 그런 걸 제외하고는 플롯은 대단히 직선스럽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동시진행이면서 캐릭터들이 엇갈리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복잡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체적인 느낌이 싱거워요. 싱겁게 먹는 것이 몸에는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음식' 이야기이고, 창작물에서는 '자극적'인 강한 맛은 필요합니다. <뉴욕더스트>에서 쓰인 소재 자체는 다시다같은 전형적인 자극적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1년에 1차 집필완료했다고 하는데, 좀 더 빨리 출간했다면 평이 약간은 좋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평점 3 / 10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소년 명탐정 고호쿠 교스케의 모험~고교편 - 하야미네 가오루, 야마사키 모헤지
2003년 고단샤 KCDX
2004년 고단샤 노블즈 (원작만화의 소설화 : <소년 명탐정 고호쿠 교스케의 하이스쿨 어드벤처>로 개명)
2008년 고단샤 BOX (2003년 원작만화의 판형변경 재간) (사진)
2002년도 만화잡지에 연재됐던 6개 단편을 한 데 묶어놓은 단편집입니다. 기존의 <고스케 시리즈> 원작 소설도 전부 단편집이었던 터라, 장편을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역시 장편보다는 단편집이 시리즈 성격상 잘 어울리는 면이 많긴 하더군요.
전작 <소년 명탐 고호쿠 교스케의 신 신모험> 에서 다시 해외로 나가는 고스케 군인데, 프랑스로 건너가서 일어난 사건은 2009년에 시리즈 첫 장편으로 나온 <프랑스편>에서 다루고 있고, 오히려 훨씬 먼저 간행된 본서는 프랑스에서 알게된 신에몬이 고호쿠네 책방에서 같이 살고 있다는 설정이더군요.
아무튼 제1화 고호쿠 미스터리 상점가는 밀실 살인 사건을, 2화 유령 스토커는 말 그대로 스토커의 정체 파헤치기를, 3화 에도가와 란포상과 암호는 역시 암호를, 4,5화는 인간소실城 전설에서 벌어진 사람이 사라지는 사건을, 마지막화는 에필로그 식으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고스케 시리즈 고교편>은 소설이 원작이고 그걸 바탕으로 만화로 만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알고보니 만화를 위해 원작 시나리오를 먼저 집필하고 나중에 그걸 바탕으로 소설化한 것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본격 테이스트를 어떻게 내비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법 보이더군요. 일단 글로만 설명해야하는 소설에 비해 만화는 '시각'을 이용해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단서를 제시할 수 있는데 1화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용의자가 되는 사람들의 복장과, 앞으로 밀실이 될 방안에 있는 간략한 소품을 소설이었다면 지루한 설명으로 했어야할 부분을 단 몇 컷으로 처리하는 점은 만화의 장점을 잘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을 제외하고는 실제 트릭 자체는 그다지 특기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2화의 스토커는 맹점을 찌르는 - 본격에서 주로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범인류와 궤를 같이하고 있고, 3화 암호물 역시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맹점을 찌르는 '언페어'한 구석이 있고, 성에서 벌어지는 소실사건도 비슷합니다. 특별하기보다는 흔하지만 싸구려는 아닌 그런 류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일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걸 바탕으로 나온 소설을 읽게 되면 같은 스토리 같은 트릭을 어떻게 매체간의 차이를 살려서 차별화를 했는지 사실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하네요.
끝으로 <고스케 시리즈> 목록은 출간순서 기준으로 정리해봅니다. 특별한 설명없으면 전부 소설입니다.
1.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 (단편집)
2.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신모험 (단편집)
3.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신 신모험 (단편집)
4.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고교편 (만화)
5.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하이스쿨 어드벤처 (4번의 소설 버전)
6. 소년 명탐정 고호쿠 고스케의 모험~프랑스편 (장편소설)
평점 5 / 10
2009년 11월 5일 목요일
얼음나무 숲 - 하지은
2008년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의 첫머리를 장식한 하지은의 장편 판타지 <얼음나무 숲>.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하지은이란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단순히 '음악'을 소재로한 판타지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반 호기심, 반 도박하는 심정으로 책 표지를 넘겼다. 하지만 약 400 페이지에 달하는 적잖은 분량의 소설을 단숨에 읽고 나서 느낀 '환희'는 도박에서 이겼다는, 아니 대박으로 승을 거머쥐었다는 환성이란 이름 감동이었다.
1628년 에단이라는 음악의 도시. 귀족가의 자제이면서 바옐에 버금가는 천재 피아니스트이면서 스스로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 고요. 겉으로는 천재 중의 천재인 바이올리니스티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한 노력을 아낌없이 하면서 단 한 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바옐. 감초같은 역할을 하면서 바옐과 고요 사이에 다리는 건네주기도 하는 첼리스트 트리스탄. 이렇게 <얼음나무 숲>은 세 명의 주인공이 '키세'라는 예언가가 말하는 종말론이 지배하는 에단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바옐과 음악 결투를 했던 남자의 약혼녀가 불가사의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설은 점점 절정으로 향해갑니다. 살인사건은 점점 바옐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가 됩니다. 고요는 바옐의 단 하나의 청중이 되고자하고, 트리스탄은 예언가 키세를 찾아다니고, 바옐은 고요에 대한 열등감을 억누르고 단 하나의 청중을 위해 혼신을 다한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소재는 일단 음악이지만, 배경도 그렇고 설정도 그렇고 막말로 무국적 스타일의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음악적 소양이 전혀 없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환상적 분위기는 아무래도 무국적이란 요소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배경을 무대로 했다면 리얼리즘은 살릴 수 있었겠지만, <얼음나무 숲>이 주는 분위기는 살려내지 못했을 겁니다. 오히려 <얼음나무 숲>의 모호한 무대배경은 적절한 선택인 것이죠.
여기에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범인도 나오는 등 마지막에 하나 하나 맞춰져가는 퍼즐적인 요소까지 포함하자면 <얼음나무 숲>도 광의의 미스터리에 포함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미스터리 플롯은 어떤 장르의 소설에도 통용되는 보편적 재미의 기본 핵심이란 점을 <얼음나무 숲>은 잘 살리고 있죠. 물론 범인의 정체에 관해서 좀 더 비꼬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얼음나무 숲>의 본질은 who done it이 아니다보니 저의 이런 불만은 지엽적일 뿐이겠지만요. 그럼에도 <얼음나무 숲>은 환상적인 면모가 더 강한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요소로, 단지 글로만 이루어졌는데도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소설을 읽는내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큰 차지를 합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표출해내는 갈등,반복과 화해가 잘 이루어져서 차갑지만 따뜻한 몽환적 미스터리로 불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도 유행중인 '이계진입 깽판물' 같은 양산형 판타지에 질렸거나 - 이건 이것대로 대리만족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습니다만 - 일본산 라이트노벨을 필두로한 모에 요소로 뒤범벅이된, 읽고 나서 팬티 색깔만 기억나는 '미소녀물 판타지'에 식상한 독자가 있다면 <얼음나무 숲>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평점 8 / 10
<노블레스 클럽> 브랜드의 첫머리를 장식한 하지은의 장편 판타지 <얼음나무 숲>.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하지은이란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단순히 '음악'을 소재로한 판타지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반 호기심, 반 도박하는 심정으로 책 표지를 넘겼다. 하지만 약 400 페이지에 달하는 적잖은 분량의 소설을 단숨에 읽고 나서 느낀 '환희'는 도박에서 이겼다는, 아니 대박으로 승을 거머쥐었다는 환성이란 이름 감동이었다.
1628년 에단이라는 음악의 도시. 귀족가의 자제이면서 바옐에 버금가는 천재 피아니스트이면서 스스로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 고요. 겉으로는 천재 중의 천재인 바이올리니스티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한 노력을 아낌없이 하면서 단 한 명의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바옐. 감초같은 역할을 하면서 바옐과 고요 사이에 다리는 건네주기도 하는 첼리스트 트리스탄. 이렇게 <얼음나무 숲>은 세 명의 주인공이 '키세'라는 예언가가 말하는 종말론이 지배하는 에단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바옐과 음악 결투를 했던 남자의 약혼녀가 불가사의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설은 점점 절정으로 향해갑니다. 살인사건은 점점 바옐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자가 됩니다. 고요는 바옐의 단 하나의 청중이 되고자하고, 트리스탄은 예언가 키세를 찾아다니고, 바옐은 고요에 대한 열등감을 억누르고 단 하나의 청중을 위해 혼신을 다한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소재는 일단 음악이지만, 배경도 그렇고 설정도 그렇고 막말로 무국적 스타일의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음악적 소양이 전혀 없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환상적 분위기는 아무래도 무국적이란 요소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배경을 무대로 했다면 리얼리즘은 살릴 수 있었겠지만, <얼음나무 숲>이 주는 분위기는 살려내지 못했을 겁니다. 오히려 <얼음나무 숲>의 모호한 무대배경은 적절한 선택인 것이죠.
여기에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범인도 나오는 등 마지막에 하나 하나 맞춰져가는 퍼즐적인 요소까지 포함하자면 <얼음나무 숲>도 광의의 미스터리에 포함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하던, 미스터리 플롯은 어떤 장르의 소설에도 통용되는 보편적 재미의 기본 핵심이란 점을 <얼음나무 숲>은 잘 살리고 있죠. 물론 범인의 정체에 관해서 좀 더 비꼬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얼음나무 숲>의 본질은 who done it이 아니다보니 저의 이런 불만은 지엽적일 뿐이겠지만요. 그럼에도 <얼음나무 숲>은 환상적인 면모가 더 강한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요소로, 단지 글로만 이루어졌는데도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소설을 읽는내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큰 차지를 합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표출해내는 갈등,반복과 화해가 잘 이루어져서 차갑지만 따뜻한 몽환적 미스터리로 불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도 유행중인 '이계진입 깽판물' 같은 양산형 판타지에 질렸거나 - 이건 이것대로 대리만족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습니다만 - 일본산 라이트노벨을 필두로한 모에 요소로 뒤범벅이된, 읽고 나서 팬티 색깔만 기억나는 '미소녀물 판타지'에 식상한 독자가 있다면 <얼음나무 숲>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평점 8 / 10
2009년 11월 3일 화요일
라크리모사 - 윤현승
2008년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는 양산형 판타지 출판에 열을 올리던 출판사가 기특하게 만든 녀석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라크리모사>는 <하얀 늑대들>로 인지도를 올린 윤현승의 신작 소설이다. 400페이지 정도 두께를 자랑하는데, 딱 1권으로 완결나는 내용이다보니 접근하기 좋고 내용 자체도 스릴러 지향이다보니 쉽게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 한적한 마을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루카르도. 딸 베니카를 무척 사랑하는 루카르도에게 경찰로부터 전화가 온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범 용의자이니 도서관에서 벗어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시 낯선 여인에게서 온 전화. 이번에는 '절대로 도서관에서 벗어나지 마세요'라는 내용.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살인범은 누구? 범인의 목적은? 도서관 지하에 숨겨진 비밀은? 세계의 멸망? 구원? 딸 베니카는?
처음 시작은 미스터리이지만 설정은 판타지이다보니 초중반에 별로다락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초장부터 판타지로 인식하고 있던 독자라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경우였다. 세계의 멸망이네 어쩌네나 나오는 순간 김이 좀 팍 새긴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재밌다'이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이라는 좁디 좁은 공간과 설정으로 세상의 운명을 놓고 벌인다는 스펙타클한 설정간의 불균형(처음에는 좀 괴리감도 느끼겠지만 좀 참다보면 그리 거슬리는 설정은 아니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변모가 볼거리다. 판타지 스릴러라고 붙여도 알맞을 정도로 적당적당하게 반전을 활용하고 있어서 책장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경계문학을 지향하는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에 딱 맞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장점을 적절하게 따다가 융합한 스릴러. 멸망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좀 유치하지만 그 외에는 별 불만은 없다. 다음에는 어떤 신작을 선보일지 내심 기대가 된다.
평점 6 / 10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는 양산형 판타지 출판에 열을 올리던 출판사가 기특하게 만든 녀석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라크리모사>는 <하얀 늑대들>로 인지도를 올린 윤현승의 신작 소설이다. 400페이지 정도 두께를 자랑하는데, 딱 1권으로 완결나는 내용이다보니 접근하기 좋고 내용 자체도 스릴러 지향이다보니 쉽게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 한적한 마을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루카르도. 딸 베니카를 무척 사랑하는 루카르도에게 경찰로부터 전화가 온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범 용의자이니 도서관에서 벗어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시 낯선 여인에게서 온 전화. 이번에는 '절대로 도서관에서 벗어나지 마세요'라는 내용.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살인범은 누구? 범인의 목적은? 도서관 지하에 숨겨진 비밀은? 세계의 멸망? 구원? 딸 베니카는?
처음 시작은 미스터리이지만 설정은 판타지이다보니 초중반에 별로다락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초장부터 판타지로 인식하고 있던 독자라면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경우였다. 세계의 멸망이네 어쩌네나 나오는 순간 김이 좀 팍 새긴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은 '재밌다'이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이라는 좁디 좁은 공간과 설정으로 세상의 운명을 놓고 벌인다는 스펙타클한 설정간의 불균형(처음에는 좀 괴리감도 느끼겠지만 좀 참다보면 그리 거슬리는 설정은 아니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변모가 볼거리다. 판타지 스릴러라고 붙여도 알맞을 정도로 적당적당하게 반전을 활용하고 있어서 책장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경계문학을 지향하는 노블레스 클럽이란 브랜드에 딱 맞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장점을 적절하게 따다가 융합한 스릴러. 멸망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좀 유치하지만 그 외에는 별 불만은 없다. 다음에는 어떤 신작을 선보일지 내심 기대가 된다.
평점 6 / 10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업펠란트 이야기 - 다나카 요시키, 후쿠야마 케이코
1992년 애니메주 연재
1993년 단행본
2007년 고단샤 단행본 (사진)
<업펠런트 이야기>는 다나카 요시키 초창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버전입니다.
스토리는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도와주고, 함께 음모에 맞서서 대항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전형적인 보이 미츠 걸 스타일의 모험물입니다. 1900년대 초 유럽대륙을 무대로 해서 업펠란트라는 가상의 작은 나라를 만들고 강대국 사이에 끼인 소국의 이야기를 소년 소녀 모험을 통해서 그립니다. 왕국을 위해서 분골쇄신한다면서 구데타를 일으키고 독일 제국과 합병을 주장하는 악역 캐릭터라거나, 독일 미국 소국을 탐내는 강대국의 횡포 등은 여지없이 다나카 요시키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물론 표현의 강도는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이런 횡포의 대상은 대부분 독일이더군요.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본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데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가장 좋은 소재를 두고 왜 그리 멀리 돌아가는 걸까? 언제나 그게 의문이네요.)
(벨과 프리다의 첫 만남)
아무튼 내용은, 14살 소년 벨이 나쁜 사람들에게 감금당한 '프리다'라는 소녀를 구출하고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업펠런트 왕국의 최대 위기-독일 제국의 합병과 쿠데타 사건-를 슬기롭게 헤쳐나아간다는 것이죠. 뭐 간단합니다.
별로 주목할 요소가 없는 내용의 소설에 지금도 관심을 갖고 있던 이유를 찾자면 바로 이 만화판 때문입니다. 후쿠야마 케이코의 정감 넘치는 그림체 덕분에 <업펠란트 이야기>는 내용보다는 그림이 더 인상 깊게 남습니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소년소녀 모험물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완성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만화판은 그림 스타일이 딱히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17년이 지난 지금에 봐도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리아나라는 캐릭터 - 초반에 프리다를 납치한 주범인 여성 캐릭터 - 가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중후반에는 별다른 활약없이 흐지부지 사라져서 마음에 안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어렴풋이 납니다. 내용도 뭐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집어넣었다면 딱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납니다. (비밀 병기의 정체는 너무 식상하죠.)
아무튼 소설,애니,만화 3가지 버전이 있지만 저는 만화쪽을 추천합니다.
여담 6 / 10 (만화판)
어둠 속의 덱스터 - 제프 린제이
2007년
2009년 우리말
<어둠 속의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며 덱스터의 친절한 친구(?) '검은 승객'이 처음으로 덱스터 곁에서 사라져서 소심해진 주인공 덱스터를 볼 수있는 귀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페이지 수도 대폭 늘어서 이번에는 거의 500 페이지에 육박합니다.
대학 내에서 발생한 엽기 살인 사건. 잘린 목, 불타버린 시체, 리타와의 결혼을 앞두고 역시 사건을 일어나지만 환희에 들떠야 하는 검은 승객 친구가 이번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말죠. 여기에 리타의 아이들 코디와 애스터는 덱스터를 보챕니다. 덱스터의 결혼식 피로연 음식담당자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덱스터는 졸지에 용의자 신세도 지기도 하죠. 인생의 반려였던 검은 승객은 사라지고 가뜩이나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인데, 사건은 일어나지 애들은 투덜대지, 자기를 미행하는 이상한 녀석은 나타나지, 이래저래 덱스터 최대(?)의 위기 아닌 위기를 그린 내용인데..........
문제는 재미가 없습니다. 페이지는 긴데 긴장이 별로 없고, 불안해 하는 덱스터의 심경 묘사 때문에 독자 역시 같이 불안하기도 하면서 짜증도 나죠. 이런 내용은 덱스터 시리즈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애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좀 더 재밌게, 아니 스릴있고 더 유머와 위트를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결정적으로 검은 승객의 정체를 처리하기 위해 내심 같다붙이기 위한 설정을 고심한 흔적은 보입니다만, 그게 기대에 가장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었습니다. 귀여운(?) 검은 승객 정체를 그런 식이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가장 안 좋은 형태로 정체를 드러내고 말더군요. 다른 건 그러저럭 넘어간다고 해도 그 설정 때문에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었네요.
덱스터는 이제 원작 보다는 그냥 드라마 믿고 가야 하나 봅니다.
여담) 그래도 중간 중간 유머스런 부분이 있어서 +1점을 했습니다.
평점 : 2 / 10
2009년 우리말
<어둠 속의 덱스터>는 <덱스터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며 덱스터의 친절한 친구(?) '검은 승객'이 처음으로 덱스터 곁에서 사라져서 소심해진 주인공 덱스터를 볼 수있는 귀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페이지 수도 대폭 늘어서 이번에는 거의 500 페이지에 육박합니다.
대학 내에서 발생한 엽기 살인 사건. 잘린 목, 불타버린 시체, 리타와의 결혼을 앞두고 역시 사건을 일어나지만 환희에 들떠야 하는 검은 승객 친구가 이번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말죠. 여기에 리타의 아이들 코디와 애스터는 덱스터를 보챕니다. 덱스터의 결혼식 피로연 음식담당자가 살해당하는 바람에 덱스터는 졸지에 용의자 신세도 지기도 하죠. 인생의 반려였던 검은 승객은 사라지고 가뜩이나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인데, 사건은 일어나지 애들은 투덜대지, 자기를 미행하는 이상한 녀석은 나타나지, 이래저래 덱스터 최대(?)의 위기 아닌 위기를 그린 내용인데..........
문제는 재미가 없습니다. 페이지는 긴데 긴장이 별로 없고, 불안해 하는 덱스터의 심경 묘사 때문에 독자 역시 같이 불안하기도 하면서 짜증도 나죠. 이런 내용은 덱스터 시리즈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애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좀 더 재밌게, 아니 스릴있고 더 유머와 위트를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결정적으로 검은 승객의 정체를 처리하기 위해 내심 같다붙이기 위한 설정을 고심한 흔적은 보입니다만, 그게 기대에 가장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었습니다. 귀여운(?) 검은 승객 정체를 그런 식이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가장 안 좋은 형태로 정체를 드러내고 말더군요. 다른 건 그러저럭 넘어간다고 해도 그 설정 때문에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었네요.
덱스터는 이제 원작 보다는 그냥 드라마 믿고 가야 하나 봅니다.
여담) 그래도 중간 중간 유머스런 부분이 있어서 +1점을 했습니다.
평점 : 2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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