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절망노트 - 우타노 쇼고

2013년 우리말(한스미디어)

제목 때문에 <데스노트>같은 내용이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 있을 법한데, 까놓고 말하면 전혀 다른 내용의 소설이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읽어도 된다.

왕따 당하는 주인공 다치카와 숀은 절망노트라고 작성하고 그 안에서 숀을 괴롭히는 같은 반 학생이 차례 차례 죽어나간다. 과연 범인은?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소설인데, 다 읽고 나면 제목대로 스토리가 좀 절망적이다. 반전의 반전을 위한 억지 뒤집기 같은 내용이 마지막에 가서 계속 나오는데, 더 절망적인 것은 이미 예상가능한 수준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소설이 500페이지가 넘어간다니 두께에서 또 한 번 절망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내 소중한 시간이여.......

다만 마무리는 그런데로 괜찮았다. 열린 결말이 미적지근해서 싫을 법도 한데 이번 작에서 만큼은 마무리는 좋았다. 마무리만.

평점 2 / 10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브랫 페러의 비밀 - 조세핀 테이

Brat Farrar 

고전 미스터리입니다.
그 중에 그 뭐냐 사기 치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를 일컫는 단어가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납니다만, 아무튼 그 '거시기' 같은 내용입니다.


주인공 패러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
자기와 닮은 한 청년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내용의 의뢰를 받아들인 패러는 낯선 곳에 발을 들이민다. 너무나 닮은 죽은 아들이자, 오빠를 보면서 환영하는 가족. 하지만 그 중에 패러를 오히려 '반가워하는' 동생의 존재가 있는데.......

미스터리 요소는 처음 딱 감(?)이 오죠. 뭐 독자들도 이 바닥에서 구를대로 굴렀는데 척 보면 척입니다. 다만 중간에 알리바이와 트릭 정도가 추가되긴 하는데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부족한 부분도 확실하게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보강하고 이 캐릭터는 더 이렇게 하고 사건도 더 추가하고 마지막 대결(?)이나 결말 처리는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만, 그건 그냥 제 개인적인 넋두리 같은 것이고 <브렛 패러의 비밀>은 이 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낭만(?) 미스터리입니다. 

평점 6 / 10

프렌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The Franchise Affair 

고전작이죠.
요즘 나오는 영미권 추리소설이나, 일본 쪽 미스터리와는 아주 이질적입니다.
특히 꽉 들어찬 문장과 시시콜콜한 장면 묘사와 대사가 아주 깨알같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처음에는 영 읽는 속도가 나질 않더군요. 하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소녀가 등장하면서 소설은 서서히 본궤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꽤 흥미로운 '조용한' 미스터리가 시작되죠.

자극적 요소가 일절(?) 없습니다. 뭐 묘령의 소녀가 유괴당해서 이런 짓 저런 짓 당하지 않았나 상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서 소설을 들여다봐도 요즘 미스터리와는 정말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책임의 대부분은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을 맡게 되서 조사하기 시작한 주인공의 언행은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으니까요.

기분전환 용으로 고전 미스터리를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평점 6 / 10

진홍빛 속삭임 - 아야츠지 유키토

2012년 우리말 (한스미디어)

상당히 늦게 소개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초기작 중 하나입니다.
서스펜스를 표방하고 나온 작품 답게 작가의 대표작 <관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많이 드라죠. 게다가 책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헌정문구 보면 작가의 노림수는 그냥 대놓고 알려준다고 봐야겠죠.

 폐쇄된 기숙사, 소녀, 마녀

 아마 작가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에서 느꼈던 흥미로왔던 요소는 살리고 실망했던 부분은 죽여서 자기만의 영화같은 소설을 만들고자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곳곳에 영화와 교차되서 떠오르는 장면이 즐거울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시도는 대성공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는 그냥 평작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흘러 재독을 하니(아마 제 성향이 바뀐 탓도 있겠죠) 이 정도면 충분히 재밌는 서스펜스다!라고 평하고 싶네요.

평점 5.5 / 10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 우타노 쇼고

 2012년 우리말 (비채)

 사고로 자식을 잃은 중년남성의 심리묘사를 주욱 따라가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작가 이름 때문에 당연히(?)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집어든 독자들도 적잖이 있을 텐데요, 아마 그랬다면 막판에 가서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를 겁니다. 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반전'은 있지만 그것이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깜짝상자 수준의 장난이다보니 순간 놀라지만 그냥 거기서 끝나버립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장난치는 수준이라는 생각마저 들죠. 마지막 몇 페이지는 사족이 아닌가 싶네요. 굳이 그걸 넣었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우타노 쇼고는 넣기로 결정했고 독자인 저는 '난 그거 반댈세!' 뭐 이런 심정입니다.

 개인 성향과 겹쳐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아닙니다.

 평점 3 / 10

미인 - 미야베 미유키

 2011년 우리말(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 시대 미스터리라고 쓰고 그냥 에도 판타지라고 읽으면 되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콤비가 재등하는 장편입니다. 여기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가세해서 일단 삼각형 구도가 딱 맞기는 한데, 분량이 길어요. 별 내용은 없는데 깁니다.

 묘령의 처자들이 실종되고 범인은 텐구카제(천구풍)이라느 요괴의 짓입니다.

 끝이에요. 미스터리가 아예 없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사실상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캐릭터가 확 눈에 뛰는 것도 아니구요. 일단 여주인공은 차지하고 남자 캐릭터는 등장 장면도 몇 안되고 말하는 고양이가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고, 시리즈 물로서 캐릭터구도는 좋은데 스토리나 구성이 별로에요. 그렇다고 주제의식이 투절한 내용도 아니고 두루뭉술하네요.

 미야베 미유키라는 네임밸류에 비하면 초라한 느낌이지만 그걸 벗기고 <미인>이란 소설 단독으로 놓고 보면 뭐 평작 수준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평점 4 / 10


2013년 4월 6일 토요일

일곱명의 술래잡기 - 미쓰다 신조

2011년 고분샤
2013년 우리말 (북로드)

<~~처럼 ~~한 것>의 도조 겐야 시리즈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의 작가 시리즈를 집필한 미쓰다 신조의 스탠드 얼론이다. 생명의 전화 센터에 야심한 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성. 자살 결심을 하려고 매일 밤 전화를 한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면 자살 중단,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살 속행. 하지만 이 한통의 전화로 연쇄 변사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차례차례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보던 호러 미스터리 작가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같이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기억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 것이다. 요즘 애들도 그런 놀이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때만 해도 하교 후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이런 저런 놀이하기 바빴다.  그 무궁화 꽃 놀이를 배경으로 어릴 적 겪었던 끔찍한 기억의 봉인과 현재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범인의 정체까지.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호러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독립작이긴 한데 중간 중간 작가 자신의 다른 시리즈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가령 마지막 범인을 앞에두고 진상을규명하는 탐정의 일장연설 도중에 나오는 '도조 겐야 선생을 따라해봤다'는 문구는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인데, 실제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 마지막 부분은 도조 겐야 시리즈와 유사하다.  다만 등장인물이 워낙 한정적이라서 논리적이 아니라 그냥 때려맞추기 식으로 범인을 맞출 확률이 높다는 게 흠이려나?  아무튼 명쾌하게 밝혀지는 부분은 미스터리. 그렇지 못한 부분은 호러. 역시 호러 미스터리란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평점 5.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