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6일 토요일

내 안의 야수 - 마거릿 밀러

1995년 Beast in View
2011년 우리말(영림카디널)

꽤 유명한 고전이면서 정작 우리말로는 이제서야 소개된 작품이다.
이게 더 빨리 소개됐어도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란 칭송을 국내에서도 받았을 것 같은데 소개가 늦긴 늦었다. 심리 서스펜스 물인 <내 안의 야수>는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낡은 부분이 보이기 때문이다.

첫장면 거울을 보면서 수화기 건너편의 협박범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이미 결말이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논리적으로 이러 이러 해서 이러하다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경험에 의한 직관이다. 논리를 중시하는 퍼즐러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요소이겠지만 중간 사고 과정 없이 바로 결과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데 이건 스스로도 통제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결말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협박범 에블린이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부분이 특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인 부분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의 부정을 아내에게 폭로하는 장면이다. 제이슨이 전기톱 들고 코앞에서 웃는 것도 아니고 문 하나 (잠겨있다) 사이에 두고 그냥 당신 남폄이 어쨌어요 저쨌어요 하는 부분인데 이 대사 자체도 별거 아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가나랴'라는 '의심'을 심어주는 부분이 대단히 절묘했기 때문이다. 한번 의심이 마음 속에서 자라기 시작하면 그 뿌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니까. 이 부분을 파고드는 게 <내 안의 야수>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트릭이나 반전 결말은 부가적인 요소다.

그래서 미스터리 팬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고전이라고 본다.

평점 5.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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