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고단샤 (상,하)
2009년 우리말(시작, 1,2)
<신세계에서>는 그해 일본SF대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SF보다는 판타지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한 설정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기시 유스케의 집대성에 가까운 작품이다. 페이지도 그만큼 방대한데 일본 원서는 대략 1,000 페이지가 넘었고, 우리말로도 9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어지간한 책 3-4권 분량을 담고 있다. 그래서 첫 시작은 미세하다.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독자에 따라서는 초반부가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신세계에서> 설정해놓은 세계관과 설정에 대한 잡다한 설명도 많아서 분명 이런데서 따분해할 사람도 있겠고 말이다. 물론 루즈한 초반부를 극복하고 서서히 궤도에 오리기 시작하면 상당히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스토리는 인터넷 서점이나 다른 서평 또는 리뷰나 독후감 보면 대략 나왔을테니 여기서는 패스하고, 이 작품을 미스터리로 볼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일단 당해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제 5 위, 역시 같은해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0위에 랭크된 기록이 남아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는 순위권 밖에조차 랭크인 하지 못했다. 여기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건, 미스터리적 장치는 존재하지만 그건 퍼즐 같은 고전적인 의미의 미스터리가 아니라 단순히 재미를 위해 쓰인 많은 소품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어보면 그런 생각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신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적 재미는 1권에서 깔아놓은 복선이 2권에서 회수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듯 나온 문장이 마지막에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미스터리적 재미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물론 모든 재미에는 '강도'라는 것이 있고, <신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적 '강도'는 낮다. 물론 <신세계에서>를 철저하게 미스터리로만 인식하고 읽는다는 건 좋은 독서방법이 아니다. 장르는 어디까지나 판타지SF 이며 여기에 미스터리 양념이 들어갔을 뿐이다.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내 머리로는 이 보다 더 적합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전체적인 재미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기시 유스케의 책은 그다지 즐겨 읽은 편은 아니다. 다작 작가도 아니지만 기시 유스케 소설 중에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검은 집>이 아니라 <유리 망치>였다. 아무래도 판타지(호러)보다는 미스터리에 더 끌린 내 감성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에서>는 달랐다. 분명 추리보다는 환상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설임에도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의 집대성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1권에서 조사와 서서히 세계관이 밝혀져가는 모습은 <천사의 속삭임>이 떠올랐고, 1권에서 깔아놓은 복선을 2권에서 회수하는 장면은 <유리 망치>와 다를 바 없었고, 2권 후반부 추격전은 <검은 집>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작가의 히트작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잘 뽑아다가 균형있게 잘 버무린 녀석이 바로 <신세계에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성공적이었다. 아니,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들이 뭐라고해도.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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