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소풍버스 납치사건 - 아비코 다케마루

1992년 고단샤
1995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북홀릭)

<인형 탐정 시리즈>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 전작은 단편집이었는데, 어째선지 이번에는 장편으로 진화(?)했다. 진화 옆에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이걸 정말 진화로 받아들여야할지, 퇴화로 해석해야할지 고민이 되서다.

전작은 적당히 유머스런 내용과 적당한 미스터리로 나름 즐겁게 읽긴 했는데, 그걸 그대로 장편으로 만들었을 경우에는 반응이 좀 달라질 거다. 얼마전 국내에 우리말로 나왔던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가 유사한 경우인데, 서점원이 탐정역으로 서점을 배경으로한 단편 미스터리였던 시리즈 첫 작은 꽤 호평을 받았다가, 시리즈 두 번째는 난데없는 장편으로 대략 난감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서 비슷한 느낌이 드나보다.

어쨌든 간단한 스토리는 제목대로이다. 오무츠(기저귀;;)가 일하는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기로 하고, 여기에 마리오와 요시오가 합세한다. 하지만 소풍가는 버스가 총을 든 범인에게 납치당해서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간다. 알고보니 범인이 버스를 납치한 이유가 밀실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야 메인 미스터리는 밀실 사건이 된다. 고주망태였다가 깨어났더니 옆에서 자던 친구가 입에서 피를 뿜고 있고, 자기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게다가 문과 창문에는 전부 자물쇠가 걸려있는 말그대로 밀실상태. 범인은 나 밖에 없다? 그런데 난 총을 쏘진 않았는데....대체 친구는 누가 죽인건가? 물론 범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오무츠와 요시오는 범인의 이야기를 듣고 추리를 시작한다. (애들은 옆에서 도시락 까먹고;;;)

원래 유머 미스터리에 속하기 때문에 인질극임에도 별로 긴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중화자이자 여주인공은 납치범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범인은 좀 멍청하다. 납치당한 버스 안에서 맞선 이야기가 나오질 않나, 여러모로 긴장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다. 미스터리 자체는 매우 간단하면서 설득력도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정도를 갖고 '장편'으로 늘린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량이 중편 정도만 됐어도 좋았을 것이다.

원제목은 <인형은 소풍가서 추리한다.>

여담) 이시모치 아사미의 <달의 문>과 소재면에서 비슷한데, 비교해서 읽어보면 재밌을 법 하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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