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목요일
방과후 이름찾기 - 츠지무라 미즈키
2007년 고단샤 (상)(하)
연재 : <메피스토> 2007년 8월~2008년 1월호
1.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2. 밤과 노는 아이들
3. 얼어붙은 고래
4. 나의 메저스푼
5. 슬로하이츠의 하느님
6. 방과후 이름찾기 (사진)
(위의 리스트는 2007년 당시의 간행리스트이다. )
5번째 작품까지는 고단샤 노블즈 브랜드(일본 문고판보다 세로로 약간 더 길고 가격은 문고와 단행본 사이 정도) 로 나왔는데 <방과후 이름찾기>는 단행본 사이즈다. 그것도 상,하 2 권으로. 잘 팔렸나 보다. 이렇게 비싸게 나온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나의 계량스푼>에서 얻은 확신을 믿고 질러야 했다. 뭐 결론부터 가자면 '성공'.
남자 주인공 : 요다 이츠카
고등학교 1학년. 이름 이츠카는 일본어로 '언젠가'의 의미도 있음
이츠카는 중학시절 수영부의 에이스에 쟈니스 (일본 남성 아이돌이 많이 소속되어있는 곳) 같은 미소년으로 또래 여자애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그런 남학생이었다. 여자친구 만드는데 자유로워서 이 여자, 저 여자 툭하면 갈아타기 일쑤. 쉽게 말해 바람둥이.
그러던 이츠카는 쇼핑몰 옥상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자기가 생각했던 시간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듯한 기분이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날짜의 3개월 전. 크게 놀란 이츠카는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반친구 한 명을 떠올리고 그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하게 되는데.......
여자 주인공 : 이사카 아스나
고등학교 1학년. 이름 아스나의 아스는 내일을 뜻함
아스나는 170이 넘는 훤칠한 키에 평범한 얼굴을 한 여고생.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고 독서를 즐기는 내향적인 소녀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평소에 여자애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요다 이츠카가 도와달라고 한다. 이츠카의 뜬금없는 상담에 결국 응하기로 하고 방과후에 이츠카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는데....
상담 내용은 타임 트래블? 타임 리프? 였다.
중학생 시절 타임머신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던 아스나는 이츠카의 얘기를 듣고 여러 SF소설에서 나오는 시간이동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이츠카가 겪은 상황에 딱 맞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츠카의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12월 24일 같은 학년 학생 중에 자살하는 애가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자살하는 애의 이름은 모르지만 확신을 담아 말하는 이츠카를 보고 결국 아스나는 이츠카의 얘기를 믿어 주기로 한다. 이츠카는 친한 친구중에 '슈토'와 '아마키'를 찾아 다시 상담을 하고 결국 그들의 도움도 얻는다. 믿을만한 친구를 포섭한 이츠카와 아스나는 책 제목대로 <방과후 이름찾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타임 리프-어제는 내일>(다카하타 교이치로. 우리말로도 출간됨)이란 라이트노블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권을 지나 하권에 들어가다보면 그런 느낌은 싹 사라진다. 처음 시작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본편은 위의 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다. 같은 학년에서 자살할 듯한 애(용의자?)를 찾아내서 자살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츠카와 아스나 일행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자살을 막기위한 행동이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그걸 감안해도 그들의 행동은 아름답다.
이번에도 후반부에 한데 모아서 탁 후려치는 힘이 있다. <방과후 이름찾기>도 역시 그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상까지 더디게 올라간 제트코스터가 드디어 하강할때의 그 속도감과 쾌감.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 동안에 주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에는 존재한다. 그래서 하강시 짜릿한 희열과 가슴 벅찬 느낌의 감동이 교묘하게 쳐놓은 복선과 더불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물론 순수한 미스터리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공정한' 면이 있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이 아름다우면 그런 것들은 '사소한 단점'으로 치부되기 마련. 그래서 미스터리만을 놓고 볼 경우 느끼는 불만족은 전작들과 유사할 것이다.
여담) <나의 계량 스푼>을 '반드시' 먼저 읽어야 한다. 그래야 <방과후 이름찾기>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밤과 노는 아이들>까지 읽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평점 7 / 10
나의 계량 스푼 - 츠지무라 미즈키
2006년 고단샤 노블즈
문고판 간행중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인 '나'한테는 후미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후미는 도수가 높은 안경에 치아교정기를 끼고 다니며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아무나 친하게 얘기를 하지만 정작 친한 친구는 없습니다. 그런 후미는 학교에서 사육하는 토끼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토끼들이 무참히 토막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후미는 사건현장의 제1 목격자였습니다. 그래서 강한 충격을 받고 '혼이 빠져나간' 상태가 되버립니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학교 토끼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은 금방 잡힙니다. 이치무라 유타. 의대 2학년 남학생입니다. 나와 후미가 받은 충격은 컸지만 이치무라 유타의 죄는 기물파손죄입니다. 이치무라는 사건이 예상 밖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람에 집행유예 3년에 지자체 조례에 의거한 70만엔의 벌금형 판결을 받습니다. 유일하게 그가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은 다니던 의대에서 퇴학조치를 당한 것 뿐이죠. 나는 분노합니다. 후미는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넘도록 계속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데요.
한편 이치무라 측 변호사는 사건의 목격자인 후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비춥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담임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후미 대신 이치무라의 사과를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허락받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를 받는 자리에서 이치무라에게 들려줄 '조건'을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 조건은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이자 후미를 그렇게 만든 이치무라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조건은 절대적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에도 역시 이야기 속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겨야 한다. 핵심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고 그걸 위해 처음부터 복선을 깔고 있다.특수능력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조언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아키야마 교수. < 밤과 노는 아이들>을 먼저 읽은 독자는 금새 감이 올 것이고, 아니라면 뭐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참고로 <밤과 노는 아이들>에서 아키야마 교수가 그 남학생에게 속닥속닥 들려준 대사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리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가 만든 이스터에그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 좋을 것이다.
데뷔작부터 여전히 판타지 스런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다른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보인다. 그렇다고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아니니까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주인공과 아키야마교수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니까 말이다. 이 설정은 나중에 <츠나구>와도 이어진다.
아무튼 작은 복수자의 복수 이야기 그리고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마무리까지 잘 다듬어진 이야기다. <얼음고래>가 우리말로 출간되는 걸 보면서 <나의 계량 스푼>도 조만간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2012년인 지금도 우리말로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영영 출간은 물 건너 가는 것인가.
여담) 중간에 모 영화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친절한 금자씨> 같다.
평점 7 / 10
밤과 노는 아이들 - 츠지무라 미즈키
2005년 고단샤 노블즈 (상,하)
2008년 문고판 (상,하)
2007년 손안의책 (전2권)
데뷔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읽고 느꼈던 즐거움과 아련함. 청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문장이 지금도 가끔 머리 속을 스친다. <밤과 노는 아이들>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데뷔작이 꽤 두꺼웠는데(상,중,하 3권) 이번에도 두껍게 나왔다. 상,하 권 분책이지만 (원서도 상,하권) 각 권의 페이지 수는 400 페이지 정도. 실제로는 데뷔작과 그리 큰 차이는 없는 분량이다. 양은 많지만 술술 잘 읽힌다. 시간 구성을 일부러 이리 저리 뒤섞었지만, 위화감 없이 쉽게 소설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플래시 백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지나서 소설의 서반은 그냥 취업준비 하는 대학생들의 구직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득학생의 가출,실종,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스터리' 구도가 서서히 잡히기 시작한다.
본바탕은 엽기적인 극장식 범죄이며 본격 미스터리 같은 '퍼즐'을 무게를 두며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관계자 들은 거기에 휘말릴 뿐이다. 다음 범행에 대한 단서를 다루는 부분은 컴퓨터 게임을 보는 기분마저 든다. 주로 일본어를 갖고 노는 언어유희가 많이 나오는데, 번역으로는 그 재미를 100%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소소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런 소설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캐릭터 구도도 그려지고 캐릭터들 대사가 매력적이다. 작가가 교육부와 관련이 있어선지, 교육실습 장면의 묘사는 제법 실감난다. 여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이라거나 여러가지 재밌는 소재도 들어있으니, 여성 독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과 캐릭터가 얽히고 어쩌구 하다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고전적이라면 고전적이고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잘 써먹으면 아직도 충분히 즐거운 그런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흠, 이것도 힌트 강도가 높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여기서 입을 다물어야겠다. 뭐 범인의 정체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즐거웠지만 말이다. 공정한 미스터리 보다는 즐거운 이야기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기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평점 5.5 / 10
2008년 문고판 (상,하)
2007년 손안의책 (전2권)
데뷔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읽고 느꼈던 즐거움과 아련함. 청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문장이 지금도 가끔 머리 속을 스친다. <밤과 노는 아이들>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데뷔작이 꽤 두꺼웠는데(상,중,하 3권) 이번에도 두껍게 나왔다. 상,하 권 분책이지만 (원서도 상,하권) 각 권의 페이지 수는 400 페이지 정도. 실제로는 데뷔작과 그리 큰 차이는 없는 분량이다. 양은 많지만 술술 잘 읽힌다. 시간 구성을 일부러 이리 저리 뒤섞었지만, 위화감 없이 쉽게 소설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플래시 백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지나서 소설의 서반은 그냥 취업준비 하는 대학생들의 구직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득학생의 가출,실종,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스터리' 구도가 서서히 잡히기 시작한다.
본바탕은 엽기적인 극장식 범죄이며 본격 미스터리 같은 '퍼즐'을 무게를 두며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관계자 들은 거기에 휘말릴 뿐이다. 다음 범행에 대한 단서를 다루는 부분은 컴퓨터 게임을 보는 기분마저 든다. 주로 일본어를 갖고 노는 언어유희가 많이 나오는데, 번역으로는 그 재미를 100%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소소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런 소설이다.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캐릭터 구도도 그려지고 캐릭터들 대사가 매력적이다. 작가가 교육부와 관련이 있어선지, 교육실습 장면의 묘사는 제법 실감난다. 여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이라거나 여러가지 재밌는 소재도 들어있으니, 여성 독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사건과 캐릭터가 얽히고 어쩌구 하다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고전적이라면 고전적이고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잘 써먹으면 아직도 충분히 즐거운 그런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흠, 이것도 힌트 강도가 높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여기서 입을 다물어야겠다. 뭐 범인의 정체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즐거웠지만 말이다. 공정한 미스터리 보다는 즐거운 이야기에 곁들여진 미스터리를 즐기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평점 5.5 / 10
2012년 3월 21일 수요일
D의 복합 - 마쓰모토 세이초
1968년
2012년 우리말(모비딕)
여행 미스터리다. 여기에 여행지에 얽힌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현대적인 살인사건을 짜깁기한 스타일. 이런 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인데,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바다 건너 섬나라 지리(책 앞에 지도가 있는데 이보다는 책갈피 식으로 지도와 간단한 여정을 인쇄해서 같이 배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니 초장부터 허들이 높은 미스터리다. 게다가 도입부에는 주야장천 옛날 이야기와 지리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다가 서서히 현대적인 사건이 끼어드는데 그때까지 버티는 것도 솔직히 일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어서 빨리 살인이 나와야 맛이니까! 가 솔직한 심정이지만 막상 사건이 서서히 물오른다고 해도 그에 비례해서 재미도 같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영 미덥지근한 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건 결말까지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분명 비슷한 구성의 미스터리를 꼽자면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가 있다. 이쪽 역시 민속과 민간전승에다가 여기저기서 정말이지 잘도 갖다가 버무려놓은 비빔밥이 따로 없는데, 왜 교고쿠도 시리즈는 흥미롭게 다가오면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D의 복합>은 지루했던 걸까? 역시 답은 가까이 있었다.( 나는 자극적인 소재의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
곁가지에 힘을 들인만큼 핵심인 기둥인 미스터리가 좋아야하는데 그 부분이 꽝이다. 그러면서 페이지수는 많다. 독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하고로모 전설같은 경우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인데, 그럼에도 미스터리가 너무 간단하고 어이없어서 - 설마 아니겠지 이런 진상이라면 투자한 시간이 아까운데 생각하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추리소설에서는 가끔 있고, 그 가끔이 이번 경우에 해당한다 - 실망스럽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페이지였나 싶다.
내 개인취향을 빗대 많이 까댔는데, 1965년 첫 연재당시를 감안하면 당시에는 신선한 소재였을 것 같다. 2012년 지금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 특히 일본 미스터리가 다량으로 수입되는 - 에서 살펴보면 별로 흥미로울 소재가 아니라는게 문제겠다. 그저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 가치에 기대는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초판 간행을 감안해서 점수를 더했다. 그래서 <D의 복합>은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녀석은 아니라고 본다.
여담1) 가장 의외였던 것은 초장에 빨리 퇴장한 어떤 캐릭터였다. 소재로 보나 캐릭터 성으로 보나 더 활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빨리 책 밖의 세상으로 물러날 줄이야! 정말 의외였다.
여담2) TV드라마용으로 딱 좋을 소재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1993년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한다.
평점 3 / 10
2012년 우리말(모비딕)
여행 미스터리다. 여기에 여행지에 얽힌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현대적인 살인사건을 짜깁기한 스타일. 이런 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인데,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바다 건너 섬나라 지리(책 앞에 지도가 있는데 이보다는 책갈피 식으로 지도와 간단한 여정을 인쇄해서 같이 배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니 초장부터 허들이 높은 미스터리다. 게다가 도입부에는 주야장천 옛날 이야기와 지리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다가 서서히 현대적인 사건이 끼어드는데 그때까지 버티는 것도 솔직히 일이다. 추리소설이라면 어서 빨리 살인이 나와야 맛이니까! 가 솔직한 심정이지만 막상 사건이 서서히 물오른다고 해도 그에 비례해서 재미도 같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영 미덥지근한 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건 결말까지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분명 비슷한 구성의 미스터리를 꼽자면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가 있다. 이쪽 역시 민속과 민간전승에다가 여기저기서 정말이지 잘도 갖다가 버무려놓은 비빔밥이 따로 없는데, 왜 교고쿠도 시리즈는 흥미롭게 다가오면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D의 복합>은 지루했던 걸까? 역시 답은 가까이 있었다.( 나는 자극적인 소재의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
곁가지에 힘을 들인만큼 핵심인 기둥인 미스터리가 좋아야하는데 그 부분이 꽝이다. 그러면서 페이지수는 많다. 독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하고로모 전설같은 경우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인데, 그럼에도 미스터리가 너무 간단하고 어이없어서 - 설마 아니겠지 이런 진상이라면 투자한 시간이 아까운데 생각하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추리소설에서는 가끔 있고, 그 가끔이 이번 경우에 해당한다 - 실망스럽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민속과 민간전승 그리고 페이지였나 싶다.
내 개인취향을 빗대 많이 까댔는데, 1965년 첫 연재당시를 감안하면 당시에는 신선한 소재였을 것 같다. 2012년 지금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 특히 일본 미스터리가 다량으로 수입되는 - 에서 살펴보면 별로 흥미로울 소재가 아니라는게 문제겠다. 그저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 가치에 기대는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초판 간행을 감안해서 점수를 더했다. 그래서 <D의 복합>은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녀석은 아니라고 본다.
여담1) 가장 의외였던 것은 초장에 빨리 퇴장한 어떤 캐릭터였다. 소재로 보나 캐릭터 성으로 보나 더 활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게 빨리 책 밖의 세상으로 물러날 줄이야! 정말 의외였다.
여담2) TV드라마용으로 딱 좋을 소재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1993년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한다.
평점 3 / 10
2012년 3월 8일 목요일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 구라치 준
1996년 고단샤
1999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구라치 준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몇 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읽은 책이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물론 원서로 읽었다. 의외로 두툼한 문고판을 손에 집어들고 (아마도..)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챕터 앞에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다운 논리적인 면모 역시 좋았다. 이런 추리소설이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가보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시공사에서 우리말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집어든, 이번에는 고대하던 우리말로 번역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로 책을 봐야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ㅠ.ㅠ
이 정도는 헤살이 아니라서 단언하는데, 이 책의 특징은 챕터 앞의 힌트가 철저하게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가 어디에 집중을 해서 책을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보자한테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에 관한 지침이 될 것이고, 숙련자에게는 작가가 말하는 진짜와 거짓의 줄다리기의 완급 조절에 주의를 해야한다. 그래서 <별 산장>은 두루 먹히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걸 초월해서 범인을 알아채는 능력자들이 있는데, 그런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위장전술이 책의 두께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속에, 단서를 숨기려면 글자속에! (....) 라는 말 처럼 활자량이 많아야 한다. (페이지당 2-3줄 넣는 반칙은 물론 제외) 활자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설명이나 대사가 많다는 소리. 당연히 독자는 많은 정보 속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힌트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핵심을 관통하는 힌트 그리고 두꺼운 분량 속에 숨죽이고 있는 단서와 복선. 독자와 작가의 공정한 경쟁이다.
다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선점효과가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본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쓰즈키 미치오의 작품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한테는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아무런 지식 없이 보는 것과 이미 알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이럴 때는 미스터리 비기너 쪽이 추리소설 익스퍼트보다 재밌는 독서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즐거움이니까.
평점 6.5 / 10
1999년 문고판
2011년 우리말(시공사)
구라치 준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몇 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읽은 책이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물론 원서로 읽었다. 의외로 두툼한 문고판을 손에 집어들고 (아마도..)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챕터 앞에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다운 논리적인 면모 역시 좋았다. 이런 추리소설이 우리말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가보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시공사에서 우리말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집어든, 이번에는 고대하던 우리말로 번역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말로 책을 봐야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ㅠ.ㅠ
이 정도는 헤살이 아니라서 단언하는데, 이 책의 특징은 챕터 앞의 힌트가 철저하게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가 어디에 집중을 해서 책을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보자한테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지에 관한 지침이 될 것이고, 숙련자에게는 작가가 말하는 진짜와 거짓의 줄다리기의 완급 조절에 주의를 해야한다. 그래서 <별 산장>은 두루 먹히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걸 초월해서 범인을 알아채는 능력자들이 있는데, 그런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위장전술이 책의 두께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속에, 단서를 숨기려면 글자속에! (....) 라는 말 처럼 활자량이 많아야 한다. (페이지당 2-3줄 넣는 반칙은 물론 제외) 활자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설명이나 대사가 많다는 소리. 당연히 독자는 많은 정보 속에서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힌트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핵심을 관통하는 힌트 그리고 두꺼운 분량 속에 숨죽이고 있는 단서와 복선. 독자와 작가의 공정한 경쟁이다.
다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선점효과가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본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쓰즈키 미치오의 작품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한테는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아무런 지식 없이 보는 것과 이미 알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이럴 때는 미스터리 비기너 쪽이 추리소설 익스퍼트보다 재밌는 독서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즐거움이니까.
평점 6.5 / 10
2012년 3월 1일 목요일
눈의 단장 - 사사키 마루미
1975년 고단샤
1983년 문고판
2008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아스나로 고아원 원생인 구리오리 아스카. 어릴 적, 눈 내리는 겨울 날 삿포로 시내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스카를 도와준 친절한 청년이 있었다. 얼마 후 아스카는 모토오카 집안에 양녀로 들어가지만 그곳은 그녀가 기대하던 낙원이 아니었다. 모토오카 집안에는 아스카와 동갑내기 나츠코, 나츠코의 언니 세이코가 있지만 두 자매는 오직 아스카를 갈구기만 할 뿐. 아스카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아스카는 버티다 못해 가출을 하고 눈이 내리는 삿포로 시내에서 친절한 청년과 기적의 재회를 한다. 청년의 이름은 다키에 히로야. 히로야의 도움으로 모토오카 집안에서 벗어난 아스카는 히로야와 한가족이 된다. 하지만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스카에게 모토오카 집안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나게 된 나츠코. 그리고 그녀의 언니 세이코가 아스카와 히로야가 사는 사원아파트에 입주하게 된다. 그리고 세이코의 환영파티에서 독살사건이 발생한다. 형사가 개입하고 아스카마저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범인은 오리무중.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지만 시간이 흘러 아스카는 당시 독살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깨닫고 심한 갈등을 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면 뭔가 미스터리 틱(?)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사실 <눈의 단장>은 엄밀한 의미의 미스터리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분명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으며 동기도 있다. 그리고 그걸 추리하는 탐정 역까지. 하지만 이 소설의 본질은 범인의 정체도, 범행의 방법도 아니다. 독살사건은 그저 주인공 아스카가 겪는 성장통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중요도가 높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다. 그래서 소설은 단순히 아스카가 겪은 독살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그냐가 다섯 살 부터 나이를 차근차근 먹어 여대생이 되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탐정 역으로 분한 아스카가 진범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은 소설책 중반 정도면 나온다. 미스터리에 몰두해서 읽는다면 허탈한 결과다. 물론 단서를 뿌리고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건의 이면을 지적해서 그걸 논리적인 연결로 이끌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의 정체까지 깨닫는 과정은 충분히 본격다운 내용이긴 하다.
살인사건과 사건의 범인의 정체를 알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스카. 그리고 아스카는 소설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법은 심리적 활동의 범죄자는 방임하고 있다고. 사건의 발생과 결과는 물리적 활동이며 그것을 법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심리적 활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그대로 아스카가 왜 진범의 정체를 알면서도 주위에 진상을 밝히지 않았는가의 대답이 된다. 또한 이것은 고아 소녀로서 성장하게 된 아스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고아 소녀 물에서 보이는 순진무구한 캐릭터성이 아스카한테는 없다! 고집쟁이에 자기 것을 뺏기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속성, 그리고 자기의 복수심을 위해서라면 – 비록 많은 고민을 하지만 – 살인범을 감쌀 줄 아는 여주인공. 그것이 바로 주인공 아스카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 성이 <눈의 단장>의 재미이다.
여담)
<눈의 단장>은 고아를 주인공으로, 같은 세계관을 갖는 사부작 중 일부에 해당한다.
미스터리 완성도는 1977년에 나온 <절애의 관> 쪽이 더 높다.
아, <눈의 단장>은 사사키 마루미의 데뷔작이다.
아, <눈의 단장>은 사사키 마루미의 데뷔작이다.
평점 5.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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