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7일 목요일

그래서호퍼 - 이사카 고타로

2004년 각천서점
2007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이사카 고타로의 여타 소설들이 속속 빠른 속도로 국내에 소개된 것에 비하자면 <그래스호퍼>는 의외로 우리말로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녀석이다. 일단 문고판으로 먼저 접하고 나서 우리말은 재독한 입장이자 이사카 고타로 소설은 빠짐없이 읽고는 있지만, 누구한테나 고타로 소설 정말 재밌어요! 짱이에요! 강추에요!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가슴 한켠에서 거부한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중 하나는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의 전체를 대변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스호퍼>는 킬러들의 수다-가 아니라 대결이라는 트라이앵글 구도를 이용한 시점 변화와 그것이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을 취하고는 있는데, 극의 긴장감이 거의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는 그냥 농담 따먹기가 지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자살과 살인 장면은 희극적이다. 물론 단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역으로 극사실주의로 무미건조한 것이 좋다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요는 익숙함에서 오는 차이이다. 그런데 그건 <그래스호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 전체적인 특징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기만의 세계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을 우연히 집어든 독자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한테는 복습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다른 이사카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녀석도 미스터리 ‘풍’이다.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비합법회사 ‘프로이라인’에 잠입한 스즈키. 그는 아내를 죽인 범인 데라하라가 밀치기를 당해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스즈키가 밀치기 범인을 쫓게 되는 스토리는 미스터리적인 장치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 매미와 고래라는 킬러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산으로 가기는 하는데, 그냥 <골든 슬럼버> 정도의 미스터리 터치에서 솜사탕처럼 녹아버리는 면은 어쨌거나 이사카 고타로 소설이군 생각하게 만든다. 나무아미타불!
 
어쨌든 이 녀석을 읽고 ‘투표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매우 정상적인(?) 독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정상인이라서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 선거권 받은 이후로 단 한 번도 행사하는 걸 주저한 적도 포기한 적도 없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투표 독려까지 하고 있다. 선관위가 말하는대로 ‘투표로 말하라!’
 
자, 투표합시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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