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우리말(디앤씨미디어)
제목부터 재밌다.
허구 추리.
표지를 들추면 허구와 추리에 관한 뜻풀이를 담은 페이지가 나온다. 두 개를 합쳐서 해석해보면 이게 대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러나 1장, 2장이 넘어가면서 <허구추리>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하면 작가의 노림수가 슬슬 보인다. 그리고 후반부는 제목 그대로 '허구' '추리'를 독자에게 피로하면서 대망의 결론을 내린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미스터리)은 사실을 끝까지 캐내는 집요함에 재미가 있다. (변종도 있지만 여기서는 본격 미스터리를 추리소설의 대표자로 보고 말하고자 한다.)
그에 반해 <허구추리>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거짓이든 사실이든 결론에 제대로 안착하면 그걸로 끝나는 끼워맞추기식 억지 추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것은 그 억지추리가 말도 안되는 비논리가 아니라 나름의 논리적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논리를 담은 거짓말 역시 하나의 추리소설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미스터리 본격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역대 수상작을 보면 굳이 '본격'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대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아마 이 수상에만 혹(?)해서 낚인 독자들도 꽤 많겠지만 어쨌든 <허구추리>는 유쾌한 본격 (요괴) 미스터리임에는 분명하다.
결말을 보면 후속 시리즈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 하지만 나오면 읽긴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신선한 재미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담)
<스파이럴~추리의 띠>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만 보면 추리(?) 만화로 생각하겠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당혹스런 작품이다.
추리는 추리인데 판타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액션(?) 느와르(?) 미스터리풍(?)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대단히 오묘한 작품이었는데 이 만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세계관이 있다면 귀신이건 전설이건 판타지이건 그걸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팩트'가 되고 그 진실을 깨부수는 건 '논리'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미 <허구추리>를 읽은 독자라면 '어!!!!!' 할 것이다.
<스파이럴>은 사실 시로다이라 쿄의 초기작이었고 세계관은 좋았지만 미스터리로서는 그다지 별 볼일 없던 만화였다. 하지만 그런 토대가 있었기에 <허구추리>라는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까? <허구추리>는 소설의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만화로 나왔어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만화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평점 6.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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