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3일 수요일

후쿠이에 경부보의 인사 - 오쿠라 다카히로


2006년 동경창원사
2008년 문고판

전에는 몰랐는데 오쿠라 다카히로가 <형사 콜롬보> 마니아 라고 하더군요. 콜롬보는 TV 드라마가 원작이고 소설은 없는데, 소설 버전 발매시 오쿠라 다카히로가 맡았던 것이 총 5권인가 된다네요. 말만 소설판이지 기본 시나리오에 살을 붙이는 거기 때문에 반이상은 번역을 맡은 이의 창작이죠. 그런 콜롬보 마니아인 작가가 콜롬보 스타일의 단편집을 발표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후쿠이이 경부보의 인사>입니다.

총 4 편이 수록됐고, 각각의 내용은 콜롬보 시리즈를 아는 분이라면 매우 친숙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단편 초반은 범인의 입장에서 범행을 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그리고 바로 화면이 바뀌어서 형사 후쿠이에(콜롬보 역할)가 등장해서 사건 현장을 조사하죠. 단순한 사고사인 듯 하지만, 조사하다보니 좀 이상한 곳이 나옵니다. 그래서 후쿠이에는 거기에 의문을 갖고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서 형사와 범인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마지막에 결국 범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쇠고랑을 찬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말하는 '도서추리'와 같습니다.

도서 추리 방식은 누가, 어떻게, 왜 그랬는지 (변형된 도서추리방식도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를 알아내는 재미는 없습니다. 형사(또는 탐정)와 범인의 대결구조가 핵심이며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긴장감'이 재미의 포인트죠. 그래서 형사와 범인의 비중이 비슷해야 합니다. 형사쪽이 압도적으로 머리가 좋고, 범인이 바보 멍텅구리라면 이건 아예 게임이 되질 않죠. 비슷이라도 해야 서로 경쟁하는 재미가 있는 거죠. 한쪽은 잡으려고 하고 한쪽은 안잡히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면에서 형사 콜롬보 시리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인상 깊은 범인이 나오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모든 에피소드가 높은 완성도를 갖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오쿠라 다카히로의 콜롬보 스타일 소설 <후쿠이에 경부보의 인사>는 그런 명(?)범인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나마 인상에 남는 범인이라면 두 번째 단편에서 등장하는 전직 과학연구소 직원인 인물입니다. 경찰수사 방식을 잘 아는 것을 이용해 치밀(?)하게 준비해서 달아나는 방식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단편이지만 분량도 다른 녀석들에 비해 제일 많다보니 그래서 더 만족스런 완성도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경우도 콜롬보에 비해 후쿠이에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작은 신장에 매 단편마다 꼭 등장하는 '형사로 보이시지 않네요!' 드립에, 툭하면 날밤새기, 그리고 의외로 술이 세다는 것 등등 있지만 아직은 딱히 인상에 남지는 않습니다. 콜롬보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후쿠이리에 시리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콜롬보와 차별화를 하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매체 특성상 콜롬보에 비하여 비주얼적 장점이 전혀없는데 소설만의 장점을 얼마나 부각시키고 콜롬보와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후쿠이에 시리즈는 그때서야 콜롬보 딱지를 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철저하게 콜롬보 스타일을 추구해서 시리즈 말미까지 콜롬보와 함께 하는 길도 있겠습니다만.......)

뭐 겨우 4편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좀 이른감도 있긴 하지만, 그냥 적당히 재밌게 읽을만한 추리소설입니다.

여담) 드라마 버전도 있다고 하던데, 아직 보진 못 했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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