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8일 일요일
얼어붙은 섬 - 곤도 후미에
1993년 동경창원사
1999년 문고판 (사진)
우리말 출간중
<얼어붙은 섬>은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으로 곤도 후미에의 데뷔작입니다.
2회 수상작이 '가노 도모코'의 <일곱 개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본서도 꽤 기대를 갖고 집어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아무튼 간략한 줄거리는 이하와 같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무인도 별장에 찾아간 주인공 '아야메'
<얼어붙은 섬>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입니다.
모티브는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겠죠.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달리 설명한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른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 분명한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를 충실히 재현한 대표 소설로는 야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이 습니다. 그리고 <얼어붙은 섬> 역시 기본바탕은 <그리고...없었다>인데요, 전자는 분위기의 완벽한 재현과 작가가 고심한 반전이 핵심이었다면, 후자는 그와는 정반대더군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그속에서 그리고자하는 목표가 완전히 다릅니다.
< 얼어붙은 섬>은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배경으로한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그속에는 '로맨스'가 담겨있습니다. 로맨스 소설 형식에 미스터리를 담은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 공식에 로맨스를 첨가했습니다. 탐미적 로맨스를 말이죠. 여기에 1인칭 시점의 화자를 맡은 주인공은 여성입니다. 과거에는 시를 썼다는 설정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문장이나 감상등이 사실의 적확한 묘사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는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어지는 범인 고발. 너무나도 유명해, 읽어보지 않아도 다들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를 그!! 소설 - 과 똑닮은 범인의 정체가 나타난다. 그 순간 본인의 실망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너무하잖아!!' '앞의 복선들에 대한 설명이 안되잖아!' '설마!!' 하지만 작가는 기대에 부응하듯 마지막에 가서 막판 뒤집기를 보여줄까요?. 역시! 이래야 맛이지!하면서 말이죠?
탐미적이며 음울하고 끈적거림과 동시에 불쾌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넘실대는 섬안에 갇힌 캐릭터들의 이야기속의 결말을 보고 있자면,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얼어붙은 섬>은 사실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게 어디가 로맨스냐!! 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건의 동기나, 사건의 결말 등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시 주는 '사랑 이야기'인 것이죠.
본인이 '사랑, 사랑~' 강조하다보니 '미스터리' 요소는 뒷전으로 밀리는게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상을 수상한 것은 역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 유명한 소설의 모티브 2개를 동시에 따와서 네거티브한 분위기를 잘 살려서 접목시킨 것이 성공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평점 7 / 10
2008년 6월 1일 일요일
투명한 하루 - 기타가와 아뮤미
1999년 가도카와쇼텐
2005년 도쿄소겐샤 문고판 (사진)
기타가와 아유미는 정통 미스터리보다는 서스펜스 물을 주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특히 기억상실을 주요 소재로 잘 삼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기억'을 하나의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주인공 유키하루와 치즈루, 두 사람은 어릴적-14년전의 연쇄방화사건으로 각자 엄마를 잃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치즈루가 대학교 입학을 하면서 우연히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치즈루가 임신하게된 걸 계기로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치즈루의 아버지에게 결혼승락을 받으러 갑니다. 하지만 치즈루의 아버지 히사노부는 특이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6년전 교통사고 때문에 전향성건망증이란 증상을 앓고 있죠. 전향성건망증이란 영화 <메멘토> 보신 분은 금방 '아하~' 하실 것이고, 하다 못해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것도 힌트가 안되면 그냥 과거의 기억은 갖고 있고 지능도 정상이지만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여 기억하고 재생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치즈루의 아버지 히사노부는 자신의 딸래미는 아직도 중학생인 줄 알고 있죠.
주목할 점은 주인공이 유키하루와 치즈루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둘 다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둘다 대학생이면서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치즈루의 생각때문이죠. 나중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그 후로는 계속 물리 분야쪽 연구에 매진하고 싶어하는 그녀는, 나중에 가면 애를 낳고 키울 시간이 부족할테니 젊었을 때 (.....) 빨리 애를 낳아 키우는 것이 더 낫다라고 판단해서 결혼을 서두릅니다. 애가 들었으니 결혼? 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판단 미스입니다.
여기서 전향성건망증을 앓고 있는 치즈루의 아버지는 대체 어떤 위치에 있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겠죠. <메멘토>나 <박사가 사랑한 수식>등에서는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역입니다. 그런데 <투명한 하루>에서는 주역이 아닙니다. 그 차이점이 대단히 큽니다. <투명한 하루>는 일단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그 주인공이 유키하루이기 때문에 히사노부의 병세는 관찰자적 시점에서 그려질 뿐입니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실을 알아차린 적도 있을 것이고 뭔가 이상하다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겠지만 독자가 그걸 알 길은 유키하루의 눈을 통하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 그 유키하루의 눈은 불과 얼마전에 장인어른이 될 사람의 병세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해도도 부족하죠.
여기에 추가로 등장하는 것이 제일 위에서 언급했던 14년전의 '연쇄 방화 사건'입니다. 그리고 현재시점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2건, '뺑소니 사건'이 1건이 추가되면서 과거의 방화사건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건의 핵심이 아닐까 싶은 인물로 부상하는 이가 바로 병을 앓고 있는 치즈루의 아버지 히사노부입니다. 진짜 병을 앓고 있는 걸까? 혹시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혹시 히사노부가 진범이 아닐까?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대체 누구? 그래서 의문의 꼬리를 잡고 일어나는 서스펜스 물이 되는거죠. 히사노부가 만약 진범이라면 참 재밌는 상황이 되겠죠. 14년전 방화로 죽인 2명은 유키하루와 치즈루의 엄마거든요. 치즈루는 유키하루에게 엄마를 살해한 범인의 딸래미가 되는거죠. 게다가 치즈루는 유키하루의 애를 임신했고 둘은 결혼하기로 한 상태죠. 스토리는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서 흘러하게 되는거죠. (하지만....?)
착안점도 좋고 이야기도 술술 잘 읽히는 소설입니다. 마지막의 반전도 적당하고, 결말에 밝혀지는 사실은 너무 뻔해서 좀 식상하지만 - 좀 더 막장으로 갔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어쨌든 완성도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캐릭터의 조형입니다. 주인공 유키하루는 너무나 평범합니다. 인상에 남지 않습니다. 치즈루도 비슷하죠. 아버지가 범인이 아닐까 고뇌하는 모습을 잠깐 보여주지만 솔직히 주인공 같지 않은 주인공입니다. 있으나 마나하죠. 히사노부를 둘러싼 캐릭터들도 비슷합니다. 전부 존재감이 희박합니다. 열심히 떠들고 생각은 하는데 대본대로 떠드는 목각인형을 보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소설의 전체구조의 완성된 퍼즐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편이자만 정작 캐릭터는 배경에 가려져 자취를 감춘 모습입니다. (아 단 한 명의 캐릭터가 제일 맘에 들긴 하지만 여기선 언급은 생략합니다. 전부 말하면 재미 없으니까요.)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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